1 LG CNS 서울 마곡 본사 /사진 LG CNS 2 4월 10일 서울 강남구 한 빌딩에 ‘임대’ 문구가 붙어있다. 부동산플래닛이 발표한 2월 서울 오피스 임대 시장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빌딩의 평균 공실률은 3.06%로, 전월(2.83%)보다 0.23%포인트 오른 것은 물론 전년 동기(2.27%) 대비 0.79%포인트 상승했다. /사진 연합뉴스
1 LG CNS 서울 마곡 본사 /사진 LG CNS
2 4월 10일 서울 강남구 한 빌딩에 ‘임대’ 문구가 붙어있다. 부동산플래닛이 발표한 2월 서울 오피스 임대 시장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빌딩의 평균 공실률은 3.06%로, 전월(2.83%)보다 0.23%포인트 오른 것은 물론 전년 동기(2.27%) 대비 0.79%포인트 상승했다. /사진 연합뉴스

DL그룹이 서대문에서 마곡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이 용산에서 광운대역으로, SK에코플랜트가 종로에서 양평동으로, 11번가가 서울역에서 광명으로, 세븐일레븐이 을지로에서 강동구로, 하나금융그룹이 을지로에서 청라로….

최근 대기업의 사옥 이전 소식이 잇따른다. 눈길을 끄는 점은 이들이 서울 도심을 떠나 서울 외곽 지역이나 수도권 지역으로 이전한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도심 탈출이 무슨 연유인지 궁금증이 생긴다. 혹시 이러한 추세가 트렌드가 되고, 오피스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도 있지 않을까.

대기업은 왜 도심을 떠나는가

2020년대 들어 변화된 오피스 시장을 돌아보자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한 인플레이션에 의한 임대료 상승이 있었고, 재택근무와 원격 근무 등 일하는 방식의 인식 전환도 있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을 저지하기 위한 고금리 통화정책과 이로 인한 경기 침체 그리고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등 불확실한 국내외 정세가 계속 펼쳐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도심과 헤어질 결심을 하는 대기업은 늘어나고 있다. 

대기업의 도심 탈출 첫 번째 이유는 비용 절감이다. 도심에 있음으로써 누리는 수익적 효과보다 서울 외곽 지역으로 이전함에 따른 경비 절감 효과가 더 큰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보호무역주의, 지정학적 분쟁 등 탈세계화 흐름 속에 내수 침체가 지속된다고 판단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최대한 현금을 확보하고 비용을 줄이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선호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팀장 - 감정평가사, 전 대림산업·노무라이화자산운용 근무
이선호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팀장 - 감정평가사, 전 대림산업·노무라이화자산운용 근무

두 번째 이유는 교통 인프라 발전이다. 외곽 지역의 교통 인프라가 크게 개선되면서 도심과 접근성 격차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신분당선, 신안산선, 3호선·9호선 연장 등 교통망은 향후 더 확대될 것이고,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GTX 전면 개통도 2030년 전후로 이어질 것이다. 

교통망이 충분치 않던 시절에는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결국 근무시간 부족을 야기했지만, 이제는 교통 인프라 확충으로 시간 거리에 해당하는 사회적 비용이 많이 감소한 것이다. 더군다나, 외곽 지역은 도심보다 교통 체증과 혼잡도가 덜하고, 사옥 내 주차 공간 확보도 충분히 가능해 직원 만족도가 높다. 

세 번째 이유는 업무 효율성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원격 근무와 하이브리드 근무가 보편화하면서 도심 사옥의 필요성이 감소했다. 또한, 외곽 사옥은 도심 대비 넓은 공간을 확보해 사무실뿐만 아니라 휴식, 운동, 문화, 교육 등 다목적 용도로 활용이 가능해 직원의 업무 능률을 올릴 수 있다. 또한, 도심은 공간 제약으로 통합 사옥을 마련하기 어려운 반면, 외곽 사옥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계열사를 한곳에 모아 최신 설계를 반영한 통합 사옥을 더욱 수월하게 구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도심 네트워크의 영향력 감소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서로 만나고 소통하고 협상하는 대면 미팅이 중요했다. 

서울의 중심인 도심이 주는 상징성은 사람을 끌어모으고, 기업을 불러 모았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 아니 인공지능(AI) 시대에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 소통이 주류가 되고, 오프라인 활동은 필수적인 인적 교류에 국한되면서 도심 네트워크 영향력은 현저히 줄게 되었다. 

오피스 시장에 끼칠 영향

기업의 도심 탈출이 계속 이어진다면 오피스 시장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제일 먼저 도심 오피스 공실률 증가가 우려된다. 최근 한국부동산원 발표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도심 지역(종로·을지로 등)의 오피스 공실률은 9%대를 기록했다. 직전 분기 대비 약 2% 상승한 수치인데, 단기 분석 시 일시적인 현상이나 머지않아 두 자릿수 공실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더 우려되는 점은 2030년까지 기존 공급량의 거의 절반에 달하는 대형 오피스가 추가로 공급될 예정이어서, 공실률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면서 임차인 우위의 시장이 예상된다. 수익성 자산인 오피스는 임대료 하락이 곧 매매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다 보니, 표면 임대료(Face Rent)를 낮추지 못할 것이고, 렌트프리(Rent Free·무상 임대 기간)나 핏아웃(Fit Out·인테리어 기간), T.I.(Tenant-Improvement·인테리어 공사비 지원) 등의 임차 혜택을 강화할 것이다. 또한, 우량 임차인을 유치하기 위한 빌딩주 간 경쟁도 한층 더 치열해질 것이다. 

셋째, 도심 내 오피스 용도가 주택이나 호텔 등 다른 용도로 전환되는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호텔이 없어지고 주택과 오피스로 전환했듯이, 기업의 도심 탈출로 공실률이 계속 증가한다면, 현존하는 오피스뿐만 아니라 향후 오피스로 계획된 수많은 도심 사업지가 다른 용도로 전환하여 개발할 가능성이 크다.

오피스는 계속 우량 자산일까.

대기업의 외곽 지역 이전은 도심의 인구 및 교통 과밀 문제를 완화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투자에서는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오피스 투자시장은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더불어 꾸준히 확대되어 왔다. 보통 오피스는 경제성장률(GDP) 같은 경제지표와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면서 가치가 형성된다. 즉, 경제성장률이 높을수록 기업의 확장 수요가 증가하고, 이는 오피스 공간 수요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한국 경제성장률이 높아야 2%대인 저성장 국면에서는 오피스 역시 그동안의 가파른 상승세가 지속된다고 보장할 수 없다. 최근 외국계 투자자가 장기 보유하던 프라임 오피스를 매각하며 출구 전략을 구사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들이 한국 오피스 시장에서 서서히 발을 빼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또한, 본격적인 AI 시대로 진입은 고용 감소와 그에 따른 사무공간 축소라는 흐름을 피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최근 투자자들도 부동산 포트폴리오에서 전통 자산인 오피스 비율을 줄이고 데이터센터 같은 대체 자산 비율을 높이고 있다. AI가 인간을 대신해 일하는 공간인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결국, 경제 저성장 시대 속 업무 공간의 축소로 오피스 자산군의 매력도가 예전보다는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제는 새로이 떠오르는 산업군, 예를 들어 데이터센터, 임대주택, 헬스케어 관련 부동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이선호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