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와 학생이 책이 쌓인 연구실에서 일대일로 담소하고 있다. /사진 챗gpt
교수와 학생이 책이 쌓인 연구실에서 일대일로 담소하고 있다. /사진 챗gpt

대학은 매년 평가되어 순위가 매겨진다. 국내 대학의 주요 순위는 지난 십수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 세계 대학 순위는 서울대가 50위권 그리고 한두 개 국내 대학이 100위권에 포함됐다. 국내 언론사가 행한 국내 대학 평가 순위는 서울대가 붙박이 1위이고 5위까지의 대학 순위는 수십 년간 큰 변화가 없다. 그동안 소위 ‘인서울 대학’의 순위가 올라간 것은 수험생이 서울을 선호한 이유가 다른 요인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대전, 대구, 포항, 울산, 광주, 나주에 있는 이공계 특성화 대학은 탁월한 시설과 풍부한 장학 혜택에도 불구하고 학생이 의·치·약대로 빠져나가고 있다. 작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의 대폭 감축과 의대 입학생 일시적 증원은 이공계 직업 선택의 불안정성을 증폭시켰다. 그렇지 않아도 수도권 대학과 의대에 쏠리는 우리나라 입시 현실에서 이공계 기피를 부추겼다.이런 상황에서 대학 경쟁력을 평가하는 것은 의미가 무색하다. 그럼에도 매년 신입생 모집 기간에 맞춰 대학뿐 아니라 학과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대학은 앞다투어 해당 언론사에 넘치는 광고를 싣고, 해외 평가 기관에도 상당액의 비용을 지불한다. 

지난 16년간 대학 등록금이 동결되어 대학 발전을 가로막았다고 한다. 미국 대학을 제외한 다른 선진국 등록금은 우리와 큰 차이가 없다.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일본이나이스라엘과 비슷하다. 그럼에도 이런 나라는 노벨상 수상자를 지속적으로 배출한다. 교육부와 과기부는 수십 년간 특정 교육 목표 달성을 위해 수십조원 이상의 예산을 대학에 지원했다. 가까이는 지방대학 육성을 위한 지역 혁신 중심 대학 지원 사업, 학생의 전공 선택을 확대한 무전공 입학 지원 사업, 멀리는 1999년 시작해 2027년까지 지원하는 세계적 수준의 대학원 육성을 위한 두뇌한국(Brain Korea) 21 사업, 산학협력선도대학 육성 사업(LINC) 등이다. 이처럼 교육부는 주기적으로 큰 사업비를 내걸고 전국 대학을 줄 세우고 대학은 이 사업을 따기 위해 혼신을 다했다. 교육부는 갑의 위치에서 대학과 교육을 통제했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학의 세계 순위는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요지부동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신동우 나노 회장 - 케임브리지대 이학 박사, 현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현 한양대 총동문회장, 현 케임브리지대 한국 총동문회장
신동우 나노 회장 - 케임브리지대 이학 박사, 현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현 한양대 총동문회장, 현 케임브리지대 한국 총동문회장

필자가 공부한 케임브리지대는 모든 학생이 학과에 소속될 뿐 아니라 반드시 서른 개가 넘는 학료(college) 중 하나에 소속되어공부하고 거주하고 동아리 활동을 한다. 그리고 학과 수업만으로 부족한 과목은 학료교수(tutor)에게 학생이 스스로 생각해 깨달을 때까지 일대일 개인교습(turoring)을 받는다. 2024년 케임브리지대 동문 4명이 노벨상을 받았으며 지금까지 동문 졸업생 125명이 노벨상을 받았다. 그리고 11명의 필즈상수상자와 15명의 영국 총리를 배출했다. 그 외 필자가 공부한 독일의 막스-플랑크(Max-planck) 연구소와 일본 국립 연구소에서도 스승은 제자와 일대일로 대면해 개인 교육을 했다. 필자가 경험한 세계 최고 교육기관에 소속된 노벨상 수상자나 교과서를 저술한 교수의 공통점은 ‘겸손’이었다. 항상 열려 있는 검소한 연구실에서 늘 안정적인 모습으로 학생들과 오랫동안 질문하고 대화했다. 

학문은 생각하는 것이고 교육은 생각하는 방법을 전수하는 과정이다. 교육은 그 과정에서 학문뿐 아니라 인격 성장을 도모한다. 교육은 인격의 수레에 학문을 실어 소통하는 과정이다. 그러기에 졸업 후에는 배운 지식보다는 스승의 인격(personality)이 더 오래 남는다. 이처럼 교육은 인격을 매개로 한 매우 퍼스널(personal)한 과정이기에 일대일 대면을 통해서 인성이 전달되어야 한다. 세심함, 진지함, 명철함, 신중함, 배려함, 겸손함, 유연함, 진정성, 통찰력 그리고 열린 마음 등이다. 이를 향상하기 위해 비싼 등록금이 필요하고, 수십조원의 국가 예산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더욱이 이런 요소는 대학의 순위를 결정하는 평가 항목에도 없다. 대학은 미래를 위한 공간이다. 교수는 제자의 지식뿐만 아니라 인격을 성장시킬 수 있는 보람된 직업이다. 교수는 가르침에 정성을 다할 때 비로소 빛이 난다. 

신동우 나노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