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에서 열리는 K-FOOD+ 수출 상담회에 큰 기대를 하고 왔으며, 벌써 몇몇 업체와 접촉해 이온리테일 PB(자체브랜드) 상품을 구상하는 등 좋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4월 17일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도쿄 지사의 초청을 받아 K-FOOD+ 수출 상담회에 참석한 스케가와 켄 이온(AEON)리테일 냉동식품 담당은 ‘이코노미조선’에 이같이 말했다. 그가 속한 이온리테일은 일본 1위 대형 유통 업체다.
이온리테일이 속한 이온그룹은 1926년 설립된 일본 유통 대기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이온그룹이 보유했던 브랜드인 한국미니스톱(편의점)의 지분 100%를 롯데그룹이 인수했던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온그룹은 이온리테일뿐만 아니라 로손 편의점, 이온쇼핑몰, 맥스밸류 슈퍼마켓, 이온시네마(영화관) 등 다양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올해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한국무역협회와 롯데마트가 공동으로 일본 이온몰에 한국 상품 특별관을 개설할 예정이다. 내년 1월에는 이온그룹 유통사 전체(맥스밸류 슈퍼마켓, 다이에 식품점, 마루에츠 마트 등)를 대상으로 대규모 한국 상품 페어(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최근 일본에는 다이어트 간식으로 알려진 올리브영 베이글칩,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두바이초콜릿 등 신제품이 인기를 얻었는데, 이를 일본에 도입한 사람이 바로 스케가와 담당이다. 다음은 일문 일답.
행사 참석 계기는.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인 만큼 관심을 두게 됐다. 이번에는 aT 도쿄 지사 초청을 받아 참석하게 됐는데, 좋은 냉동식품을 발굴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한국 식품을 일본에 도입하기 위해 어떤 점에 포인트를 뒀나.
“젊은 여성 중심인 일본 식품 시장에서는 한국의 유행에 대해서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짧은 유행이 아닌, 어렸을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오랫동안 사랑받고 일본에서도 꾸준히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을 찾고 있다. 예컨대 아까 상담했던 떡볶이 업체가 하나 있다. ‘추억의 국민학교 떡볶이’라는 떡볶이 브랜드였는데, 한국 사람은 어릴 때 학교앞에 반드시 떡볶이를 파는 가게가 있었다고 하더라. 그게 일반적인 한국 문화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일본에서도 초등학교 앞에 떡볶이 매장을 열어 먹을 수 있도록 마케팅을 하며, 옆 나라 친구는 이런 음식을 먹고 자란다는 점을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 일본에서도 떡볶이를 판매하긴 하지만 한국의 떡볶이 문화가 어렸을 때부터 이어진 것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스토리가 담긴 한국 식품을 많이 발굴하고 싶다.”
한국 냉동식품 중에 특별히 인상 깊었던 상품이 있나.
“한국의 대표적인 냉동식품인 만두는 CJ제일제당을 통해서 지금 일본에 많이 정착했다. 사실 처음에는 ‘만두는 중국 식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한국 냉동 만두가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정착되고 나서부터 (한국) 냉동 만두가 엄청 많이 팔리더라. 그 이후부터 한국 식품의 확장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현재 이온몰에만 냉동식품만 파는 전문 숍(shop)이 일본 내 10개 정도 문을 열었는데, 거기에 들어갈 수 있는 상품을 찾으려고 한다.”

이온몰에 문을 연 냉동식품 매장에서 한국 식품의 매출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정확한 매출 수치는 알기 어렵지만, 일반적인 국내(일본) 냉동식품 매출의 두 배 이상은 된다고 말할 수 있다. 예컨대 일본의 보통 냉동식품 전용 매장이 330㎡(약 100평)라고 본다면, 이온몰에서 운영하는 냉동식품 매장은 세 배 정도 규모로 운영된다. 여기에 한국 식품이 다량 입점해 있는데 그만큼 매출을 올리는 효자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aT 상담회에서 일본 진출 가능성을 보여준 한국 식품 업체가 있나.
“이번 상담회에서 일본 진출이 가장 유력한 업체는 ‘사옹원’으로, 냉동식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지짐이(전), 만두, 치즈볼, 찹쌀떡 등 정말 많은 종류의 냉동식품을 취급하고 있다. 그걸 종류별로 묶어 이온몰 PB 상품으로 제작하는 것은 어떨까 제안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주목하고 있는 회사는 ‘푸드웨어’ 라고 해서 육류 수출 업체다. 육류는 수출하기 어렵고 까다로운 상품이다. 그래서 일본 후생성에서 허가를 잘 내주지도 않고, 인증을 받기도 어렵다. 그런데 한국에서 유일하게 육류 수출 가능 허가를 받은 업체라는 것에 대해 굉장히 주목하고 있다. 한국 육류를 일본에 직접 수입할 수 있는 업체를 발견한 게 또 하나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한국 식품이 일본에서 더욱 잘 팔리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일본에서는 (한식이) 이미 인기가 많다. 단순히 유행을 넘어서 이제는 한식에 담겨있는 이야기, 역사·문화적인 배경을 상품과 같이 소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렇게 소개하면 일본 소비자는 친밀감을 높이면서 그 음식이 계속 생각나게 될 것이다.”
향후 한식의 전망을 어떻게 보나.
“긍정적으로 본다. 한일 문화가 통하는 면이 있다는 점에서다. 예컨대 상담회에서 만난 한 업체는 바람떡을 판매하는 회사였다. 바람떡을 입에서 씹으면 입안에서 바람이 훅 부는 것 같다고 해서 바람떡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들었다. 이 설명 자체도 굉장히 재밌었지만, 일본은 한국과 같이 절기마다 떡을 먹는 관습이 있다. 이 이야기를 일본 소비자에게 들려주면 봄에 먹는 고객은 봄바람, 가을에 먹는 고객은 가을바람을 생각하는 등 다양한 상상을 하면서 한식을 인식할 거다. 절기마다 한국의 예쁜 바람떡을 일본에 소개하면 매우 좋은 상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한국 식품을 문화와 함께 일본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이런 상담회를 기획하고 초대해 준 aT가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한식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상담회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일본 소비자에게도 다 전달하고 싶다.”
aT는 4월 16~18일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2025 상반기 바이어 초청 K-Food+ 수출 상담회’를 개최했다. 한국 음식 홍보관, 수출 상담관, MOU 체결식장 등이 마련됐다. 이번 상담회에는 45개국 133개 사의 해외 바이어와 260개 사의 수출 업체가 참가했다.
한일 기업 협업 성공사례
롯데아사히주류부터 도레이첨단소재까지
일본 기업이 한국 기업과 합작 또는 협력하여 성공을 거둔 사례는 여러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들 사례는 기술력, 유통망, 시장 잠재력 등 다양한 요인이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 결과로 분석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롯데아사히주류가 꼽힌다. 아사히그룹홀딩스와 롯데칠성음료는 2004년 합작 법인 롯데아사히주류를 설립, 2005년부터 아사히 맥주를 한국 시장에 선보였다. ‘아사히 슈퍼 드라이’는 깔끔한 맛으로 프리미엄 맥주 시장을 공략했고, 롯데칠성음료의 전국 유통망을 활용해 반일 감정으로 인해 시장점유율이 줄어들던 ‘일본 맥주’ 열풍을 재현했다. 특히 캔맥주에서도 생맥주 같은 거품을 즐길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해 외국 맥주 상품 중 좋은 반응을 얻었다.
도레이첨단소재(이하 도레이) 역시 성공적인 한일 협력 사례로 평가받는다. 일본 화학 기업 도레이는 한국의 제조업 인프라와 정부 지원을 활용하여 탄소섬유 생산 거점을 구축했다. 도레이는 탄소섬유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고품질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국내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도레이의 전신은 삼성과 일본 도레이가 합작 투자한 제일합섬이다. 제일합섬은 삼성에서 새한으로 나뉘어 흡수됐고, 이후 일본 도레이에 인수됐다. 일본 본사의 투자를 받아 새만금, 구미에 탄소섬유 등 핵심 소재 공장을 짓고 지역 일자리를 창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