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한강 신도시 내 금빛수로. 라베니체 상가가 밀집해 있는 이곳은 4월 초까지 수로에 물을 안 채웠다. 사진은 4월 4일 방문한 금빛수로. / 사진 정해용 기자
김포 한강 신도시 내 금빛수로. 라베니체 상가가 밀집해 있는 이곳은 4월 초까지 수로에 물을 안 채웠다. 사진은 4월 4일 방문한 금빛수로. / 사진 정해용 기자

4월 4일 오후 경기 김포 한강 신도시 금빛수로. 운하를 뜻하는 ‘커낼(Canal)시티’로도 불리는 이곳은 김포시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조성한 김포 한강 신도시의 심장과 같은 지역이다. 국내 최장인 2.6㎞의 인공 수로를 따라 산책로인 ‘리버워크’, 수변공원인 ‘한강중앙공원’, 수변 상업 지구인 ‘라베니체’ 세 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전체 구역 면적은 축구장 일곱 개 넓이인 4만9277㎡이며 수상 레저 시설과 각종 공연 시설을 갖춰 한국을 찾는 해외 관광객도 종종 들르는 곳이다. 김포시가 한강 신도시를 조성할 때 ‘아시아의 베네치아’로 만들겠다고 했던 곳이기도 하다. 2021년에는 ‘아시아 도시 경관상’을 받기도 했다.

김포도시철도 장기역을 나와 15분 정도를 걸으니, 수로를 따라 상권이 형성된 라베니체 상가가 눈에 들어왔다. 1차부터 9차까지 500여 개의 상가가 밀집한 곳이다. 라베니체 상가와 아파트 단지 ‘e편한세상캐널시티’를 이어주는 금빛수로2교 중간에 서니 오른쪽으로 빼곡하게 늘어선 수변 상가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바로 앞 수로 바닥은 절반이 마른 콘크리트의 맨살을 드러낸 상태였다. 4월이 시작한 지도 일주일 가까이 지났지만, 수로에는 물이 채워져 있지 않았다.

라베니체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이모(42)씨는 “이제야 물을 조금씩 넣고 있다”면서 “지난해에도 5월 중순에야 수로에 배를 띄웠는데 올해도 늑장을 부리는 시(市)의 관리 행태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공영주차장도 부족하고 콘서트 시설을 지어놨는데 공연 하나를 하는 데도 모두 시의 허가를 받도록 규제해 사람이 모이지도 않고 장사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라베니체 상가는 수로와 접해있는 지하 1층을 ‘수변 1층’으로 부른다. 상가 건물은 수변 1층과 일반 1~2층으로 총 3층, 2개 동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다. 라베니체 상가가 시작되는 라베니체 1차에는 여기저기 새 주인을 찾는다는 부동산 광고 문구가 붙어 있는 공실이 있었다. 수변 1층 20곳의 상가 중 8곳이 공실이었다. 바로 위층인 일반 1층은 25곳중 5곳이, 최고층인 2층은 13곳 중 2곳이 공실이었다. 주르륵 붙어 있는 5곳이 모두 공실인 곳도 있었다. 9차까지 늘어선 상가 건물 중 공실 딱지가 없는 곳을 찾아볼 수 없었다. 상가 중간에 있는 한 부동산 중개업소도 불이 꺼진 채로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두어 블록 떨어진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만난 박민식씨는 “겨울에는 물이 얼기 때문에 물을 빼놓는데 이 때문에 수변 상가의 의미가 퇴색됐다”며 “상인은 물이 얼더라도 스케이트장 등으로 활용해 사람이 올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원하지만, 관리를 맡은 시에서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전시, 컨벤션, 행사 대행 업체인 원더플랜컴퍼니를 운영하고 있으며 김포 한강 신도시의 부동산 중개 업체와도 협업하고 있다.

수변 1층에는 주로 옷 가게, 커피숍, 주점, 식당 등이 입점해 있었는데 대부분은 1~2명의 손님이 앉아 있거나 텅 비어 있었다.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사람은 담배를 태우러 나온 식당 직원이었다. 수변 상가를 따라 달리기를 하는 사람과 반려견과 산책을 나온 주민도 보였다. 비교적 한적한 시간대인 평일 오후인 것을 고려해도 스산할 정도로 다니는 사람이 적었다.

김포 한강 신도시 내 라베니체 상가 건물에 임차인을 찾는 광고문이 붙어 있다. 5개 상가가 연이어 공실로 남아있다. / 사진 정해용 기자
김포 한강 신도시 내 라베니체 상가 건물에 임차인을 찾는 광고문이 붙어 있다. 5개 상가가 연이어 공실로 남아있다. / 사진 정해용 기자

벤치에서 만난 권모(28)씨는 “주말 저녁에나 사람이 많은 편이고 다른 시간대에는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다”며 “주로 운동을 하거나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라고 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주변에 대형 아파트 단지가 많고 인공 수로도 길게 만들어 놔서 화려함에 속아 임차했다”며 “장사가 너무 안돼 계약이 끝나면 연장은 도저히 못 하겠다”고 했다. 이곳의 상가는 전용면적 50~70㎡ 남짓에 보증금 2000만원, 월세는 140만~150만원을 내야 한다.

이곳을 다녀간 외국 관광객 중에도 실망감을 드러낸 사람이 많다. 줄리엣 스미스는 인스타그램에 “논란의 여지가 없이 베네치아와 매우 다르다”며 “건축가가 정말 베네치아를 재현하고 싶었던 게 맞냐?(It’s not polemic, but it’s so different from Venice. Are you sure the architect wanted reproduce it?)”고 했다.

4월 10일 오후 찾은 경기 남양주 다산 신도시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곳은 서울 지하철 8호선 다산역이 연결돼 서울 강동구와 15분이면 이어지는 곳이다. 그러나 이 지역 최대 상권인 다산역 인근도 주인을 찾지 못한 빈 상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다산역 입구에서 280m 떨어진 D오피스텔은 1층 101호부터 108호까지 모두 공실이었다. 지난해 4월 준공한 신축 건물이다. 수분양자들은 잔금 납부와 입주를 거부하고 계약 해지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다산역에서 200m 떨어진 S타워는 1층 10곳의 상가 중 1곳만 약국이 임차해 쓰고 있었다. 인근 D파크, Y타워에도 임차인을 찾는다는 광고가 있는 공실이 눈에 띄었다.

부동산 중개업자 윤모씨는 “다산동은 전형적인 베드타운이 된 상황”이라며 “인근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을 찾는 서울 시민이 있지만 대부분 자가용을 이용하고 다산역 인근의 상권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로 출퇴근하며 잠만 자는 인구가 대부분 소비를 서울에서 해 상권이 활성화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다산선형공원에서 만난 김모(33)씨는 “다산선형공원과 중앙공원을 끼고 있는 곳은 그래도 사람이 모이고 장사가 되지만 공원을 조금 벗어난 곳은 훨씬 더 다니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수도권 주요 신도시의 집합 상가 공실률은 10%를 넘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경기 지역 집합 상가 공실률은 10.01%였다. 영종 신도시(25.8%), 다산 신도시(13.6%) 등이 공실률이 높은 대표적 지역이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도시 상업지역 주상복합건물의 비주거 시설(상가) 비율은 10% 이상이어야 한다. 각 시도가 조례를 통해 이 비율을 15~30% 등으로 10%보다 더 높게 잡을 수 있다. 신도시 등 새로 조성된 지역에 공실이 늘어나는 이유도 의무로 상가를 배정해 놓고 분양한 곳이 임차인을 찾지 못해서다.

정부도 텅텅 빈 상가 공실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나섰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건축물의 탄력적 용도 전환 지원 방안 마련’ ‘신도시 상업 용지의 공급 및 관리 개선 방안 연구’ 두 건의 연구 용역에 착수했다. 상업 용지와 상가 건물의 효율적 운영과 공급을 위한 개선책을 찾기 위한 작업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상가 공실 장기화의 문제점을 파악하고자 실태 조사를 추진 중이다.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 침체와 맞물려 상가 공실 문제가 대두됐고 정부 차원에서 어떤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포·남양주(경기도) = 정해용 조선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