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중동 등 전 세계 47개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는 한국과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중략) 협력국과 상생 파트너십을 확대·강화함으로써 상생의 국익을 실현하고 우리 외교의 중요한 자산이 되고자 한다.”
외교부 산하 기관인 코이카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발판 삼아 성장 잠재력이 큰 글로벌 사우스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기업을 돕는다. 글로벌 사우스는 주로 남반구에 있는 120여 개도국을 묶어서 지칭하는 용어다. ODA란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개도국의 경제 발전과 사회복지 증진을 목표로 제공하는 원조를 뜻한다.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코이카의 ODA 사업으로는 관리·수행 용역과 물품·기자재 공급, 건축 설계·감리 등을 포함하는 국별 협력 사업과 긴급 구호 등 인도적 지원 사업, 연수 사업 등이 있다. 스타트업의 아이디어·기술을 적용해 협력 사업의 효과를 높이는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CTS)과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CSR), 공유 가치 창출(CSV) 재원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비즈니스 전략을 ODA와 연계해 개도국의 발전에 기여하는 ‘포용적 비즈니스 프로그램(IBS·Inclusive Business Solution)’도 운영 중이다. 얼마 전 기자와 만난 장원삼(66) 코이카 이사장은 전 세계 연간 ODA가 2230억달러(약 311조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청년이 자신감을 느끼고 세계 무대에 도전할 수 있도록 코이카가 지원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장 이사장은 외무고시(15회) 합격 후 1984년 외무부(현 외교부)에 들어가 주중국대사관 공사, 주스리랑카대사, 한미방위비분담협상 정부 대표, 주뉴욕 총영사 등을 지냈다. 2023년 7월 코이카 이사장 취임 전에는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3월, 멕시코·과테말라·콜롬비아·페루 4개국을 방문한 소감이 궁금하다.
“해당 국가와 전략적 협력을 모색하는 동시에, 최빈국에서 선진 공여국으로 환골탈태한 한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사우스와 노스를 잇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며 국제사회의 자유·평화·번영에 적극 기여하고자 하는 의지를 전달했다. 중남미는 코이카 협력국 중 상위 중소득국 비중이 78%로 높지만, 난민·치안·기후 문제 등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우리에게는 경제·안보·통상 등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이 필요한 지역이기도 하다. 따라서 보건·식량 중심의 전통적 원조 방식을 넘어, 범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이고 유기적인 중장기 협력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코이카 주도로 가뭄 피해가 심각한 중미 과테말라·온두라스·엘살바도르에 시설 원예 인프라를 구축하고, 코스타리카 원예 전문가를 통해 해당 지역에 적합한 원예 기술을 성공적으로 개발·보급한 사례도 있다. 다각적 협력을 기반으로 지금까지 남미 중심으로 이뤄졌던 개발 협력 범위를 중미·카리브 지역까지 넓혀나갈 계획이다.”
글로벌 사우스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현지 사정에 밝은 코이카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중동 등 전 세계 47개 개도국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코이카는 한국과 글로벌 사우스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현지 네트워크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개발 협력 전문 기관을 넘어, 혁신적이고 선도적인 글로벌 개발 협력 기관으로 도약하고자 노력 중이다. 아울러 협력국과 파트너십을 확대· 강화함으로써 상생의 국익을 실현하고 우리 외교의 중요한 자산이 되고자 한다.”

그런 노력의 사례가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코이카의 ‘산업 인재 양성 프로그램’은 개도국 청년을 자국 산업 기반 강화에 필요한 현장 경험 있는 전문 인력으로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프로젝트 기획 시, 개도국의 중장기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분야를 선정하는 동시에, 같은 인력에게 산업 훈련을 제공할 한국 기업의 현장 수요도 함께 고려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직업훈련 교육과 차이가 있다. 이를 통해 한국과 개도국 간 산업 인력 교류를 증진하고, 기술 전파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교육 이수 인력이 숙련 인재가 필요한 우리 기업의 산업 현장에 취업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 상생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현지에서 성과가 입증된 사업 모델을 기반으로 대규모·패키지형 사업을 기획해 국내의 다양한 개발 주체가 ‘원팀 코리아(One Team Korea)’로 역량을 결집할 수 있도록 연계할 계획이다.”
코이카의 청년 인재 파견, 봉사 프로그램이 글로벌 사우스 전문가 양성에 도움 될 수 있을 것 같다.
“글로벌 사우스의 성장 잠재력이 크지만, 언어·문화 장벽 등으로 인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현지 성공 사례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것도 진입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코이카는 이 같은 한계 극복을 돕기 위해 글로벌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2024년에는 ‘청년 이니셔티브’를 발표하고, 2027년까지 ODA 사업을 통해 3만 명의 우리 청년에게 해외 업무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2024년 한 해 동안 청년 5255명이 34개국에서 코이카의 해외봉사단·코디네이터·다자협력전문가(KMCO) 등으로 글로벌 사우스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했다. 청년이 자신감을 느끼고 세계 무대에 도전할 수 있도록 코이카가 지원자 역할을 할 것이다.”
글로벌 사우스는 넓은 지역을 포함한다. 문화권마다 다른 접근법이 필요할 것 같다.
“그래서 지역의 개발 수요는 물론 개별 국가의 문화·제도적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지역·국가별 맞춤형 전략을 수립하고, 사업 추진에 반영하고 있다. 보건 사업을 예로 들면, 아프리카에서는 1차 지역 보건 서비스 강화를 목표로 모자 보건, 감염병 대응, 보건 인력 역량 개선 등에 집중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에서는 병원 등 보건 인프라 구축과 함께 디지털 기반의 보건 의료 서비스 개선 사업 등을 추진하는 식이다. 한국이 가진 비교 우위를 각 지역 개발 이슈와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늘 고민한다.”
ODA 관련 우리만의 차별화된 접근법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국은 수원국(受援國)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국으로 전환한 특별한 국가다.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교훈을 ODA 사업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선진 공여국과 차별화가 된다. 과거 한국은 국제사회로부터 원조를 받더라도 우리의 자금과 기술을 매칭 투입해 주도적으로 인프라를 구축하고, 공여 자금으로는 실습 기자재를 확보했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ODA 지원 전략을 수립하고 있으며, 개도국에는 실질적인 성공 사례이자 공감 가능한 파트너로 다가가고 있다.”
코이카와 협력해 글로벌 사우스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개척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리 기업이 현지 시장에 진출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우수한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물론, 기업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전 세계 ODA가 연간 약 2230억달러(약 311조원)에 달한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ODA 사업에서 기업 참여는 개발 협력의 효과성을 높이는 동시에, 시장 중심의 해결책을 제공함으로써 자생적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접근한다면, 우리 기업이 국제 조달 시장에 참여할 기회도 더욱 확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