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코이카  희망직업훈련학교. / 사진 코이카
LG-코이카 희망직업훈련학교. / 사진 코이카

에티오피아는 한반도의 약 11배에 이르는 넓은 국토에 인구가 1억3000만 명이 넘는 아프리카의 ‘대국’이다. 55개 회원국을 둔 아프리카 내 최대 국제기구인 아프리카연합(AU) 본부도 에티오피아에 있다. 에티오피아는 한국전쟁 중 아프리카 국가 중 유일하게 병력을 파견한 고마운 나라이기도 하다. 1951년부터 휴전까지 하일레 셀라시에(1892~1975) 황제의 정예 병력인 칵뉴(Kangnew) 부대원 6037명을 파견했다. 그중 122명이 목숨을 잃었고 536명이 부상했다.

에티오피아는 커피 발상지이자 세계 5위의 생산국이기도 하다. 전 국토의 평균 해발고도가 2000m로, 커피 생산지로서 자연조건이 뛰어나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는 스페셜티급 원두를 생산하고 있다. 부드러움과 뚜렷한 산미, 과실 향과 가벼운 보디감을 지닌 예가체프와 농밀한 산미와 향, 보디감이 묵직한 시다모, 다크초콜릿 향과 달콤한 끝 맛이 특징인 모카 하라 등이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에티오피아 원두다.

에티오피아 경제는 지난 10여 년간 평균 1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15~ 64세 생산 가능 인구가 절반인 상황에서 실업률이 18%에 달하는 등 해결해야 할 난제가 잔뜩 있다. ‘기술 인력 부족’을 높은 실업률의 원인으로 본 에티오피아 정부는 2020년부터는 ‘디지털 에티오피아 2025(Digital Ethiopia 2025)’ 전략 아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내세우며 인프라 구축, 전문 인재 양성 등 다방면에서 투자하고 있다.

취약 계층 위해 점심·셔틀버스도 무료 제공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코이카와 LG가 뿌린 사회 공헌의 씨앗이 결실을 보고 있다. 2014년 문을 연 LG-코이카 희망직업훈련학교(이하 희망학교)를 통해서다. 코이카와 LG는 한국전쟁 참전국 에티오피아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2014년 코이카와 손잡고 희망학교를 설립했다. 코이카가 국제 개발 협력 분야 전문성을 살려 사업의 기틀을 짰고, LG가 최신 정보기술(IT) 장비와 기술 흐름에 부합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학생을 졸업 즉시 현장 투입이 가능한 전문 인력으로 키워냈다. 여기에 에티오피아에서 참전 용사 후손 지원 사업 경험이 풍부한 사단법인 월드투게더가 현지 문화와 상황에 맞게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왔다.

송정민 LG전자 사회공헌팀 팀장은 “코이카가 외교부 산하 기관이고, 현지에서 다른 대규모 지원 사업도 하므로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경우 현지 정부와 대화를 통한 해결이 수월했다”고 전했다. 2년제로 운영하는희망학교는 가전을 중심으로 한 IT 제품 수리 등 기술 교육과 기업간거래(B2B) 관련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해, 에티오피아 청년 자립을 돕는다. 취약 계층 청년도 도전할 수 있도록 셔틀버스와 식사를 제공한다. 매년 우수 졸업생에게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있는 LG전자 중아서비스법인(LGEME)의 채용 전환형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고, 창업을 목표로 하는 학생에게는 교내 LG소셜캠퍼스 창업지원센터를 통해 법률, 마케팅, 사업 관리 등에 관한 실무 교육 및 멘토링을 지원한다. 그 결과 지난해 8월에 졸업한 83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배출한 총 541명의 졸업생이 취·창업률 100%를 기록했다.

2024년 8월 24일 여덟 번째를 맞은 LG-코이카 희망직업훈련학교 졸업식에 졸업생과 관계자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사진 코이카
2024년 8월 24일 여덟 번째를 맞은 LG-코이카 희망직업훈련학교 졸업식에 졸업생과 관계자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사진 코이카

송 팀장은 “2년 동안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는데, 워낙 성실히 일을 잘하니까 (정규직으로) 전환을 안 할 수가 없다”면서 “이제는 동문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후배를 위해 써달라고 기부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8월 24일(현지시각)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희망학교 개교 10주년 기념식에는 솔로몬 소카 에티오피아 고용노동부 차관, 티라훈 워쿠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시장실 총괄, 정강 주에티오피아 대사, 김용우 월드투게더 회장, 이일환 LG전자 중동·아프리카 지역대표 등 주요 인사가 참석해 자리를빛냈다. 행사에 참석한 지난해 졸업생 젤레케는 “에티오피아 희망학교는 내 삶의 방향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 터닝포인트였다”라며 “이제는 세계적인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다양한 도전과 배움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또 다른 지난해 졸업생 이욥 디가페는 “IT 기술을 배우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교통비와 식비마저 부담이 돼 꿈만 꾸고 있었다. (희망학교에서) 통학 셔틀버스와 점심을 제공해 줘서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업생 네웨이 실레시는 “졸업 후 에티오피아 IT 기업 ‘알타콤퓨텍’에서 근무했고, 최근에는 동아프리카 모리셔스에 있는 ‘드래건 일렉트릭’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며 “글로벌 기업인 LG전자의 기술과 운영 방침, 비즈니스 문화에 익숙한 것이 이직에 도움 됐다”고 설명했다.

 “사회 공헌이 비즈니스 되는 선순환 이룰 것”

희망학교에서는 기술 교육 외에 글로벌 비즈니스 매너와 한국어, 문서 작성 등도 가르친다. 또한 교사 역량 강화를 위해 두바이로 연수를 보내 최신 기술을 익히고 커리큘럼에 반영하도록 독려한다. 희망학교 졸업 후 두바이 LGEME에서 근무 중인 우르쿠 타델레는 “전에 에티오피아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공부하다 자퇴했고, 이후 여러 직업학교를 알아봤지만, 마땅한 곳을 찾을 수 없었다. 희망학교에서는 LGEME에서 기증한 최신 장비로 기술을 배울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회고했다.

양승환 LG전자 에티오피아 지점장은 “글로벌 기업은 저마다 아프리카 등 개도국에서 인재를 채용하고 파트너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기술 숙련도를 떠나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통용되는 매너와 문화가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희망학교에서는 기술과 함께 한국어와 한국 문화, 비즈니스 매너까지 가르치니 양질의 현지 인재 채용에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재학생과 가족이 LG와 한국에 대한 호감도까지 높아지면서 ‘찐팬(진짜 팬)’을 만드는 마케팅 효과도 누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이카가 생각하는 희망학교 프로젝트의 다음 단계는 ‘지속 가능성’ 확보다. 운영 시스템을 한층 더 체계화하고 예산 일부를 학교가 충당하는 등 스스로 인재를 배출하면서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 코이카는 기술·행정 지원과 네트워크 확립을 도울 예정이다. 

김혜원 코이카 기업협력사업팀장은 “희망학교가 새로운 기술과 도전이 시작되는 에티오피아 발전에 장기적으로 기여하는 혁신의 요람이 되도록 도울 것”이라고 했다. LG전자의 양 지점장은 “희망학교가 뛰어난 능력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재를 배출하는 에티오피아 최고 명문 학교가 되게 돕고 싶다”며 “사회 공헌이 비즈니스 기회와 ‘윈윈(win-win) 파트너십’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더 큰 물결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용성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