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급속한 고령화는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불러왔다. 모발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탈모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데, 중요한 원인이 고령화다. 가장 흔한 남성형 탈모증은 20대 남성에게서 약 2% 정도만 발생하지만, 고령일수록 유병률이 증가해 60대에서는 무려 34.3%, 70대에서는 46.9%에 이른다.
사람의 모발은 약 10만 개 정도다. 이 중 80~90%는 3~5년간 계속 자라는 ‘생장기’와 4주 내 성장이 멈춘 ‘퇴행기’, 아예 모발이 빠지는 준비를 하는 4개월간의 ‘휴지기’를 거친다. 결과적으로 매일 50~100개의 모발이 빠지고, 그 자리(모근)에서 새로운 모발이 자라기를 반복한다.
흔히 스트레스, 과도한 다이어트, 갑상샘 이상, 출산, 폐경, 약물 복용 등으로 빠지는 모발은 휴지기 모발로, 주로 머리를 감거나, 빗을 때 빠진다. 최대 하루 1000개 정도까지 빠질 수 있으나, 원인이 제거되면 바로 좋아진다.
탈모의 가장 흔한 원인은 ‘유전성 탈모(안드로겐성 탈모)’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환원효소에 의해 DHT라는 물질로 변하면, 성장기가 짧아져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빨리 빠진다. 물론 만성형 탈모도 서구화된 식습관, 흡연, 비만 등 환경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그 밖에 자가면역질환인 원형탈모증은 2%에서 생기며, 두피에 외상, 화상, 감염으로 모낭이 파괴돼 생기는 흉터 형성 탈모증도 있다.
탈모를 알아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뒷머리에 비해 정수리나 이마 쪽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평소보다 기름지고 빗질이 부드러워진다고 느껴진다면, 50~60개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당겨본다. 이때 5개(10%) 이상 빠진다면, 이는 탈모 가능성이 크다. 탈모는 의사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유형에 따라 치료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두피와 모발을 확대경(더모스코피)으로 관찰하고, 혈액검사(빈혈, 갑상샘 기능, 영양 상태 확인)와 조직 검사 등을 통해 이차성 탈모와 자가면역질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주사 요법으로는 원형탈모증이 생긴 부위에 직접 주사해 염증을 가라앉히는 스테로이드 주사와 자기 혈액에서 성장 인자가 풍부한 혈소판을 분리해 두피에 주사하는 혈소판 풍부 혈장(PRP) 주사도 있다. 특정 파장의 레이저를 두피에 쬐어 모발 세포를 활성화하고 혈류를 개선해 모발 성장을 돕는 저준위 레이저 치료(LLLT)도 효과적인 보조 요법으로 약물과 같이 사용할 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약물 치료 효과가 부족하거나 영구적인 개선을 원할 때는 탈모의 영향을 덜 받는 후두부 모발을 채취해 탈모 부위에 옮겨 심는 모발 이식 수술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물론, 탈모도 예방할 수 있다. 모발과 모낭이 아직 건강한 40~50대부터 관리해야 한다.두피 마사지로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과도한 기름기 섭취와 음주를 피하고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한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해야 한다. 스트레스받지 않고 규칙적인 수면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샴푸는 두피가 지루성이냐 건조성이냐에 따라 두피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