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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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소비자 기술이다. 스마트폰은 다양한 기기를 하나로 통합했고, 스마트폰의 소형화된 첨단 부품은 수많은 소비자용·산업용 기기가 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촉매제가 됐다. 손안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편리함은 소비자 행동은 물론 산업구조까지 바꿔놓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스마트폰의 혁신은 ‘혁신’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정체돼 있었다. 다양한 기능이 스마트폰에 쌓이긴 했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이처럼 침체했던 스마트폰 생태계가 다시 한번 요동치고 있다. 생성 AI(Gen-erative AI)의 등장과 함께 차세대 운영체제(OS)와 고성능 첨단 반도체칩이 등장하면서 스마트폰의 정의를 재정립하고 있다. 

딜로이트는 2025년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4년 증가율(5%)보다 높은 수치다. 통상적인 스마트폰 기기 업그레이드 주기가 겹친 데다, 온디바이스(on-device) 생성 AI를 지원하는 차세대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이 높은 소비자와 개발자의 업그레이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말에는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에서 생성 AI 지원 스마트폰이 3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미엄 생성 AI 스마트폰, 업그레이드 주기 앞당길까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는 단기적으로 주요 스마트폰의 생성 AI 통합을 통해 프리미엄 모델에 대한 수요를 늘리고자 할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스마트폰 판매는 2022~2023년 2년 연속 감소했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을 넘는 약 50억 명이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최근 수년간 모델 업그레이드 주기가 길어지고 있다. 평균 업그레이드 주기는 2~3년이지만, 최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져 소비자의 지갑도 쉽게 열리지 않고 있다. 이와 동시에 몇 년간 사용할 제품이므로 기왕이면 상위 모델을 선택하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 따라서 스마트폰 업계는 단순히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뿐 아니라 경쟁력 있는 가치와 편리성으로 무장한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생성 AI가 스마트폰 업그레이드 주기를 앞당길지 여부는 생성 AI가 제시하는 가치와 유용성에 달려 있다. 2025년은 스마트폰이 생성 AI의 실질적 가치를 시험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생성 AI로 더 지능화된 스마트폰

스마트폰의 ‘스마트’라는 표현은 앱을 구동할 수 있는 커넥티드 기기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생성 AI가 탑재되면 스마트폰은 더욱 개인화되어 사용자의 의도와 상호작용을 인식하고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더욱 발전할 것이다. 이전의 음성 비서 등 개인화 노력은 비록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일부 사용자는 이미 최신 대화형 거대 언어 모델(LLM)과 ‘관계’를 쌓고 있다.

온디바이스 생성 AI 모델은 “오후 2시 약속에 늦지 않으려면 몇 시에 출발해야 하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다. 사용자의 의도를 추론하고 사용자의 캘린더, 위치, 제한 시간 내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최상의 경로 등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디바이스 모델은 초당 30테라 연산(TOPS·1초에 1조 번의 연산 수행)을 넘는 성능을 갖춘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활용해 온디바이스 추론을 지원하기 때문에, 범위가 좁은 업무를 수행하는 데 탁월하다. 만약 특정 질문이 로컬의 영역을 넘어선다고 판단하면 온디바이스 모델이 해당 태스크를 성능이 더욱 큰 클라우드 기반의 모델로 전송해 답을 얻는다. 고성능 모바일 컴퓨팅을 기반으로 클라우드의 대규모 모델에 직접 접속하는 이러한 하이브리드 방식을 활용하면, 스마트폰만으로도 즉각적이고 안전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

던컨 스튜어드 딜로이트 캐나다  첨단기술·미디어·통신 부문 리서치 디렉터 - 미국 CFA Institute 국제 재무분석사
던컨 스튜어드 딜로이트 캐나다 첨단기술·미디어·통신 부문 리서치 디렉터 - 미국 CFA Institute 국제 재무분석사

스마트폰 기업 입장에서는 사용자 상호작용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익성 개선의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플라이휠(fly-wheel)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용자 친화 모델로의 성장과 더욱 심도 깊은 비즈니스 인사이트도 얻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맞춤화와 지능화를 한층 강화해 개인의 니즈에 대한 예측을 더욱 심화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이처럼 대리인 같은 ‘에이전틱(agentic)’ 기기로 진화하면 단순한 ‘스마트’ 기기에서 ‘지능형’ 기기로 완전히 변모할 것이다.

2025년 한 해는 소비자가 초기 생성 AI 기능의 가치를 시험하고 파악하며 새로운 경험을 얼마나 빨리 받아들이는지를 파악하는 전환기가 될 것이다. 스마트폰 기업은 향후 수개월 내 생성 AI 기능을 추가한 모델을 출시하겠지만, 생성 AI를 전면에 내세운 모델 출시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다. 2025년은 클라우드와의 하이브리드 방식보다는 소규모 온디바이스 모델의 성능과 한계를 시험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생성 AI를 둘러싼 경제가 변화할 수 있다. 비용이 많이 드는 데이터센터 대신 온디바이스로 수행되는 생성 AI 업무가 늘어나면, 생성 AI의 자본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

생성 AI 스마트폰, 아직 넘어야 할 산 많다

최근 딜로이트 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 중 38%가 생성 AI를 사용하고 있으며, 사용자 중 63%는 생성 AI가 기대 이상이라고 답했다. 생성 AI를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는 이미 마법과 같은 경험을 하고 있겠지만, 스마트폰 제조사 입장에선 더 많은 소비자에게 고가 모델의 유용성을 입증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게다가 생성 AI와 상호작용 방식이 기존과 다르기 때문에, 사용자가 혼란을 느낄 가능성도 크다. 일정 관리까지 도와주는 AI가 사생활 침해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AI 사용에 따른 배터리 소모나 클라우드 모델 사용료 부담도 생길 수 있다. 무엇보다 AI가 잘못된 판단을 할 경우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이러한 혼란이 뒤섞여 사용자와 생성 AI 사이 신뢰를 구축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스마트폰 기업은 생성 AI 스마트폰이 차세대 프런티어 모델로 더욱 큰 가치가 창출될 것이라 기대하지만, 성능의 발전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우선 갈수록 더욱 많은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AI 모델의 재훈련을 지속할 수 있는가? 데이터와 훈련, 추론에 들어가는 비용을 늘리지 않고도 모델의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가? 자본과 데이터 투자가 줄어도 모델 성능을 개선할 방법이 있는가? 인내심을 잃은 투자자는 AI 기술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만큼 발전하기 전에 수익을 창출하라는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또 한 번 시장의 격변을 불러올 ‘차세대 스마트폰’이 여기저기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현실화한 것은 아니다. 수십억 명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여전히 압도적인 디지털 기기이며 새로운 서비스와 상호작용을 실험하는 대형 시험대 역할을 한다. 2025년에도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PC를 통해 생성 AI라는 신기술과 소통하는 소비자의 수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는 익숙한 기기를 통해 생성 AI를 시험 삼아 사용해 보고 그 가치를 확인함과 동시에 한계를 시험할 것이다. 소비자가 이러한 경험에 만족한다면, 스마트폰은 더욱 매력적인 기기로 자리매김하고, 나아가 확장된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 새로운 방식의 활용을 통해 핵심 기기로 다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즉, 소비자용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변화는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 2025년은 사용자가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고, 스마트폰의 진화 방향을 결정지을 전환의 해가 될 것이다. 

던컨 스튜어드 딜로이트 캐나다 첨단기술·미디어·통신 부문 리서치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