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경택 감독이 연출한 영화 ‘친구(2001)’는 부산 지역을 배경으로 조폭의 세계와 친구 사이의 의리를 다룬 영화다. 이 영화에는 어린 시절부터 죽마고우였던 준석(유오성 분)과 동수(장동건 분)가 어른이 돼, 각자 다른 조직에 몸을 담으면서 서로 적대적인 관계로 묘사된다. 이들 조직 간 갈등이 깊어지던 어느 날, 준석이 동수를 찾아간다. 당시 준석은 동수가 자신의 조직원을 다치게 했다는 이유로 격앙된 상태였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과거부터 얽힌 추억과 끈질긴 정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선뜻 폭력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냉랭한 대화가 오가다가 준석이 갑자기 소리친다. “이기, 우리가 남이가? 우리가 남이가, 이 새끼야!” 동수는 쓴웃음으로 대신한다. “남이지. 니는 니 길 가고, 나는 내 길 가는 기라!” 영화는 오랜 친구였던 준석과 동수의 의리는 이미 끊어졌고, 두 사람은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돼 버렸다는 것을 비극적으로 보여준다.
우리가 남이가? 이 여섯 글자에는 한국인의 정서와 사회 심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친밀감을 표현하는 말이지만, 때로는 차이를 견디지 못하는 ‘동일성’을 강요하는 힘으로도 작용한다. 이 말을 들으면, 한국적인 정서에서 의리..
이코노미조선 멤버십 기사입니다
커버스토리를 제외한 모든 이코노미조선 기사는
발행일자 기준 차주 월요일 낮 12시에
무료로 공개됩니다.
발행일자 기준 차주 월요일 낮 12시에
무료로 공개됩니다.
멤버십 회원이신가요?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