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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지금 도전해도 늦지 않았다. 당신만의 독보적인 콘텐츠를 꾸준히 보여줄 수 있다면, 누구든 유튜브 스타가 될 수 있다.” 

최근 서울을 방문한 사이먼 칸(Simon Kahn) 구글 마케팅 부사장은 ‘이미 유튜브 시장은 레드오션 아니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답했다. 그에 따르면, 유튜브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콘텐츠 독창성은 기본이고, 꾸준한 업로드와 시청자와 밀접한 소통이 핵심이라고 한다. 특히 그는 유튜브에 뛰어드는 기업과 정부 기관에 채널 존재감을 세우고 다른 크리에이터(유튜버)와 협업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 조언했다. 칸 부사장에게 유튜브가 바라본 한국 시장의 가치와 그 전략적 중요성에 대해 물었다. 

사이먼 칸 구글 마케팅 부사장 - 미시간대 경영대학원(MBA), 현 구글 아시아· 태평양 지역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싱가포르 지사장
사이먼 칸 구글 마케팅 부사장 - 미시간대 경영대학원(MBA), 현 구글 아시아· 태평양 지역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싱가포르 지사장

유튜브가 설립된 지 올해로 20년 됐다. 그간 어떤 변화가 있었나.

“과거에는 유튜브가 실험적인 플랫폼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활용하는 필수 채널로 자리 잡았다. 젊은 세대는 유튜브를 통해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에 기반해 글로벌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기업 역시 젊은 세대와 소통을 위해 유튜브를 핵심 통로로 삼고 있다.”

유튜브는 한국 경제에 어떤 기여를 했나.

“유튜브는 한국에서 약 7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추산된다. 크리에이터는 콘텐츠를 통해 영향력을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익화를 실현하고 있다. 기존 광고 수익뿐 아니라 쇼핑, 브랜드 협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유튜브가 지원하고 있다.”

유튜브에 한국은 어떤 시장인가.

“유튜브는 한국을 ‘콘텐츠와 혁신의 허브’ 로 본다. K팝만 봐도 그 영향력을 알 수 있다. 블랙핑크의 경우 전 세계에 구독자가 1억 명에 가깝다. 최근 유튜브에서 데뷔하는 인기 아티스트 10명 중 9명이 한국 출신일 정도로 K팝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게다가 비(非)K팝 분야에서도 한국 콘텐츠가 대세다. 한국의 애니메이션 채널 ‘계향쓰’와 비트박스 아티스트 ‘비트펠라하우스’처럼 다양한 장르의 크리에이터가 세계적인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이 ‘혁신의 허브’라는 건 어떤 뜻인가.

“한국은 기술 수용 속도가 빠른 국가다. 유튜브는 새로운 기능을 한국에 가장 먼저 적용해 왔는데, 쇼츠와 쇼핑 기능이 대표적이다. 현재 약 2만5000명의 크리에이터가 쇼핑 기능을 사용 중이며, 관련 영상은 95만 건을 넘었다. 신기능이 이처럼 빠르게 자리 잡은 건 유튜브 입장에서도 놀라운 성과다.”

전 세계에서 한국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가.

“한국 크리에이터는 유튜브 생태계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콘텐츠 약 35%를 해외 시청자가 소비한다는 수치만 봐도 그 영향력을 알 수 있다. K팝 역시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쉽게 확산할 수 있었고, 반대로 유튜브가 진정한 글로벌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데도 한국 콘텐츠의 기여가 컸다.”

기억에 남는 한국 크리에이터가 있나.

“어린이 동요 ‘아기상어’로 잘 알려진 ‘핑크퐁’이 기억에 남는다. 단일 콘텐츠로 시작해 글로벌 사업으로 확장한 성공 사례다.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도 있다. 유튜브에서 K팝 댄스 튜토리얼 영상으로 주목받으며 성장한 한국 대표 안무팀이다. 오프라인 스튜디오도 운영 중인데, 수강생 약 60%가 외국인일 정도로 세계적인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지금 유튜브에 도전해도 늦지 않았나. 이미 레드오션이라는 우려가 있다.

“중요한 것은 차별성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팬덤을 형성하고, 구독자와 꾸준히 소통을 이어가는 일이다. 가령 구독자 130만 명을 보유한 ‘안될과학’이란 한국의 유튜브 채널은 박사급 과학자 세 명이 대중 눈높이에 맞춰 콘텐츠를 제작하며, 교육과 사업화를 동시에 이뤄낸 사례다. 한국의 요리 전문 크리에이터 ‘육식맨’,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사배’처럼 자신의 강점을 바탕으로 성공한 크리에이터도 많다. 결국 핵심은 전 세계에 자신만이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다.”

젊은 세대를 공략하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전 세계 마케팅 전략의 중심에는 Z세대(1997~2010년생)가 있다. 유튜브는 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플랫폼이다. 설문 조사 결과, Z세대 91%가 유튜브를 가장 좋아하는 시청 채널로 꼽았고, 만약 1년간 단 하나의 플랫폼만 이용해야 한다면 유튜브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이 73%에 달했다.”

기업부터 정부 기관까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지만, 낮은 조회 수와 구독자 수로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조언을 부탁한다.

“네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 유튜브 채널 자체의 ‘존재감(presence)’을 구축하라. 지금은 정보를 검색하거나 학습할 때 영상 콘텐츠를 먼저 찾는 시대다. 그렇기 때문에 채널의 존재감 자체가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둘째, 크리에이터와 협업이다. 크리에이터는 팬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다만 브랜드 정체성과 잘맞는 파트너를 신중히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광고 활용이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광고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넷째, 지속성이다. 단발성 콘텐츠로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일정한 주기와 형식을 갖춘 정기적 업로드를 통해 일관된 소통을 이어가는 것이 핵심이다.”

향후 한국 시장에서 유튜브의 계획은.

“인공지능(AI) 기반 도구를 활용해 콘텐츠 제작의 창의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유튜브가 새롭게 선보인 ‘드림 스크린’은 텍스트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짧은 배경 영상을 생성해 주는 기능이다. 또 다른 신기능인 ‘피크 포인트’는 시청자의 감정 반응을 분석해 그에 가장 적합한 광고를 자동으로 노출시킨다. 이런 새로운 기능을 바탕으로 누구나 손쉽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돕겠다.” 

[Interview] 떠오르는 韓 유튜버 ‘비트펠라하우스’ ‘육식맨’

“유튜브 도전이 삶의 터닝 포인트…성공 비결은 꾸준함”

사이먼 칸(왼쪽 네 번째) 부사장과 대화하고 있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육식맨(왼쪽 세 번째)과 비트펠라 하우스 멤버들./ 구글
사이먼 칸(왼쪽 네 번째) 부사장과 대화하고 있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육식맨(왼쪽 세 번째)과 비트펠라 하우스 멤버들./ 구글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은 유튜브의 성장 배경에는 한국 콘텐츠의 활약이 있었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유튜브 역사상 처음으로 조회 수 10억 회를 돌파했으며, 어린이 동요 ‘아기상어’는 조회 수 159억 회로 지금도 전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 기반 유튜브 채널 시청 시간 중 35%는 해외에서 발생할 정도다. 이런 흐름 속에서, 유튜브를 통해 세계적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한국 크리에이터들도 주목받고 있다. 유명 비트박스 아티스트 ‘윙’이 소속된 ‘비트펠라하우스(구독자 714만 명)’와 요리 전문 크리에이터 ‘육식맨(구독자 133만 명)’이 대표적이다. 

두 크리에이터가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는 달랐지만 ‘자신만의 콘텐츠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마음만은 같았다고 했다. 비트펠라하우스는 “내가 가진 재능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유튜브가 그 무대가 돼 줬다”고 말했다. 육식맨은 “회사에서 익힌 기획력과 브랜딩 감각을 살려, 내가 진짜 좋아하는 주제로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성공 비결을 묻자, 두 크리에이터 모두 ‘차별성’과 ‘꾸준함’을 꼽았다. 비트펠라하우스는 “우리의 콘텐츠는 언어가 달라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게 핵심” 이라면서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중요했다”고 말했다. 육식맨은 “유튜브는 결국 기획력과 문제의식의 싸움”이라고 했다. ‘왜 아무도 이런 콘텐츠를 안 만들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기획이 가장 강력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양질의 콘텐츠는 반드시 발견된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꾸준히 올라오는 좋은 콘텐츠를 놓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유튜브가 자기 삶을 바꿔놓았다는 점에도 모두 동의했다. 비트펠라하우스는 “유튜브가 없었다면 비트박스는 그저 취미로만 끝났을 것”이라고 했고, 육식맨은 “예전에는 서울 강남 아파트에 사는 김 부장이 꿈이었다면, 지금은 창조하는 삶이 진짜 내 삶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유튜브 도전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비트펠라하우스는 “언어 없이도 통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면 누구든 세계와 연결될 수 있다”고 답했다. 육식맨은 “기록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부터 시작해도 좋다. 결국 그 기록이 유튜브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김우영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