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파티가 돌아왔다. 하반기부터는 국내 증시에 유동성이 본격적으로 공급된다. 변동성이 커질 대로 커진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는 어떻게 길을 찾을 것인가. 시장이 장기적 상승세를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자금 유입이 어떻게 뒷받침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면, 투자의 지름길이 보일 것이다.”
2월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2월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Ready to party(파티를 즐길 준비가 됐나)?” 유동성 파티가 돌아왔다. 하반기부터는 국내 증시에 유동성이 본격적으로 공급된다. 변동성이 커질 대로 커진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는 어떻게 길을 찾을 것인가. 이미 시장 기대감은 매우 높아져 있다. 그저 유동성이 많으니, 증시가 오른다 내린다에 동전 던지기를 하듯 베팅하며 도박하는 것은 투자자가 원하는 길이 아닐 것이다. 시장이 장기적 상승세를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자금 유입이 어떻게 뒷받침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게 얼마나 탄탄할지,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를 미리 살펴본다면, 투자의 지름길이 보일 것이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 모험 자본 투자 확대 전망

우선 금융위원회가 증시 부양에 팔을 걷어붙였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발행 어음 인가를 기존 5개 사에서 추가 확대하기로 했다. 주목할 대목은 모험 자본 투자 비중을 10%에서 25%까지 의무화하기로 한 것이다. 발행 어음은 종투사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어음으로,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자기자본이 4조원이 넘는 초대형 IB 증권사만 발행 인가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가가 확대되면 이제 삼성증권,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키움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도 발행 어음 사업 진출이 가능할 수 있다.

발행 어음은 종투사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발행이 가능한데, 모험 자본 투자 의무를 단계적으로 부여하기로 했다. 2025년부터 발행 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의 10% 이상을 모험 자본에 투입해야 하며, 2028년까지 그 비중을 25% 이상으로 끌어올리라는 방침이다. 반면 부동산 관련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은 같은 기간 30%에서 10% 이하로줄이기로 했다. 투자 의무에 포함되는 모험 자본 범위는 생각보다 넓다. 벤처기업만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 투자가 가능하며, 신용 등급 A등급 이하인 회사채, 채권담보부증권(CLO), 하이일드펀드 등도 포함된다. 따라서 이를 통해 증시에 실질적인 자금 유입이 이뤄진다면, 자금난에 허덕이는 기업의 숨통도 트일 예정이다.

다음으로 주목할 만한 건 은행권 출자자(LP)의 화려한 복귀다. 상반기 내내 금리 인하가 지연되고 정치 불확실성으로 인해 대부분 LP는 곳간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상반기에는 거의 문을 닫다시피 한 곳도 많았다. 이 때문에 운용사는 정책 펀드 운용사로 선정된 이후에도 매칭 자금을 찾는 데 실패하며, 블라인드펀드(투자처를 미리 정해두지 않고 모금부터 하는 펀드) 결성이 녹록지 않았다. 그러나 하반기부터는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고 대선 등 국내 정치 이벤트도 마무리되며 자금 집행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이 위험가중자산(RWA) 비율 규제를 완화한다면, 은행 계열 보험사나 캐피털사의 시장 복귀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타트업 자금난이 극한에 달한 만큼, 이러한 투자 자금이 흘러 들어간다면 그 수혜를 누릴 수 있다. LP가 다시 투자를 본격화할 경우 벤처캐피털(VC)을 포함한 운용사가 다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특히 은행권을 중심으로 중소형 VC 운용사에 출자하는 비중도 늘려나가고 있다. 여기에 민간 금융기관이 동참하면서 그동안 위축됐던 LP 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연내 신규 펀드 결성 금액이 다시 반등한다면, 단순 유동성 유입을 넘어 스타트업에 투자 자금이 도달하는 통로를 넓히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실제로 금리 하락으로 상장 주식 투자와 벤처 투자는 투자처로서 상대적 우위를 되찾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기 자금이 증시로 회귀하는 효과보다 중장기 자산 운용 전략이 변화하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어서 의미가 크다. 금리 하락으로 채권 수익률 매력은 떨어지고 고금리 예금 및 대출 상품 만기 도래가 시작되며 대체 투자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인데, 일반 투자자 또한 주식형 상품이나 구조화 펀드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보험사 역시 채권 편입 비중을 낮추고 대체 자산 및 벤처 펀드 투자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이 같은 투자 심리 변화는 벤처 투자에 안정적으로 투자 자금을 공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예정이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대규모 매도세도 서서히 꺾이는 모양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전략적 자산배분 체계(SAA·Strate-gic Asset Allocation)’ 내에서 국내 주식 비중을 축소하려던 기존 방침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국민연금의 대규모 매도 물량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구체적으로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2020년 말 17.3%, 2021년 말 16.8%, 2025년 말 15% 내외로 줄여나가기로 했는데, 자산군별 투자 허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으로 개편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면,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16.8%로 유지하면서 투자 허용 범위를 확대하면 실제 보유 가능 범위가 더 늘어나는 셈이다. 이는 외국인 순매수세 회복과 함께 시장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엄여진 부국캐피탈 PE금융팀장 - 연세대 경영학, 전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엄여진 부국캐피탈 PE금융팀장 - 연세대 경영학, 전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바이오·AI 투자 기회 노려볼 만

이런 흐름이 증시 전반의 상승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개별 종목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기에 시장은 여전히 선별적일 수 있다. 유동성 장세가 펼쳐졌던2013~2015년 구간과 2020~2021년 구간에 시장을 주도했던 종목을 다시 상기해 보면 어떨까. 당시에도 화장품, 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산업 등의 성장주가 시장을 주도했다. 모두 금리 하락과 통화량 확대 시점이었으며 이러한 성장주는 높은 밸류에이션을 기반으로 큰 폭의 주가 상승을 보여줬다. 지금도 과거 유동성 장세와 유사하다. 초과 유동성이 5% 내외로, 2021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고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가능성까지 더해지며 통화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유동성 공급이 더욱 가속하는 환경에서는 실적 장세보다는 유동성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성장주가 다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과거 유동성 장세에서 시장을 주도했던 바이오와 함께 인공지능(AI) 분야는 여전히 투자 기회를 노릴 만하다. 아무래도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실적 부담이 적은 종목군에 수급이 집중되는 경향이있다. 그렇기 때문에 바이오산업은 신약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 기술 수출(licens-ing-out), 글로벌 임상 계획 등 마일스톤(milestone)에 따라 밸류에이션이 크게 높아지는 주가 흐름을 보인다.

AI 산업은 글로벌 증시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으며 국내 증시에서도 관련주 찾기에 투자자의 관심이 항상 뜨겁다. 아직 국내에서 AI 관련 상장 종목을 찾기는 어렵지만, AI 관련 수혜 분야 중에서 성장성 큰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대안이다. 또한 유동성 장세가 본격화하는 국면에서는 종목 고르기보다 해당 섹터에 대해 포트폴리오 비중을 확대하고 포지션을 유지하는 것이 전략적이다.

오랫동안 움츠리고 있던 시장의 큰손이 금융 당국의 주도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특히 이러한 움직임이 의미 있는 이유는 이 흐름이 일시적 유동성 공급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기관 투자자의 투자 자산이 개편되고 중장기적 투자 기조가 바뀌는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Turning points are where fortunes are made(변화의 시점에 부가 만들어진다)”는 투자 격언이 있다. 지금이 바로 투자의 적기다.

엄여진 부국캐피탈 PE금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