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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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8일(이하 현지시각)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제267대 새 교황의 즉위 미사가 열렸다. 미국 시카고 출신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Robert Francis Prevost) 추기경. 그는 미국인 최초의 교황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즉위명은 레오 14세다. 

최고의 영적 리더는 인상 너머의 범접하기 힘든 신비가 있다.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의 수장인 교황의 인상을 논하기가 저어(低語)되지만, 그래도 지금 이 시대의 가장 뜨거운 관심 인물이기에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교황 레오 14세는 이마가 특별히 잘생겼다. 이마는 복을 받는 마당이다. 조부모로부터 이어진 가톨릭이라는 종교의 유산을 받아 오늘날 교황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됐으니 복을 크게 받았다. 부모의 신실한 기도 속에 태어났으며 어릴 적부터 가톨릭 학교에서 교육을 시킨 부모의 정신적 지원을 받은 이마다. 이마 옆 부위까지 모난 곳 없이 두루 둥글게 잘생긴 사람은 영특해서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다. 

영어와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등 5개 국어에 능통하며 라틴어와 독일어 독해가 가능하고 잉카인의 언어인 케추아어까지 배웠다는 출중한 언어 실력이 이 이마에 담겼다. 더구나 그는 젊은 시절 수학과 물리 교사 경력이 있다. 문과·이과의 머리가 골고루 발달한 셈이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도 이런 이마를 가졌다. 

특히 정수리 부분인 도덕골(철학골)이 솟아 영적 에너지가 출중하다. 승려든 목사든진정한 수도자인지를 판단할 때 필자는 이 도덕골을 살핀다. 

눈썹과 눈썹 사이인 인당에 수직으로 깊은 주름 세 줄이 보인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뇌하는 철학자에게서 볼 수 있는 주름이다. 가난한 사람을 위한 봉사에 적극적이다 보니 눈썹 근육이 발달했고, 여기에 고뇌가 더해져 주름이 생긴 것이다. 필자가 아는 기독교 아시아 지도자도 인당에서 이마로 향하는 주름이 있다. 타인 앞에서는 웃지만 홀로 아파하고 고뇌하며 기도했던 많은 시간이 인당에 주름을 만들었다. 

눈썹 앞머리는 편안하고 곱다. 대인 관계가 좋다. 그런데 눈썹 뒷부분이 흩어졌다. 주어진 책무를 사람과 나눠 이고 지고 가는 게 아니라 결국은 스스로 책임지려 한다. 페이스북에서 어느 수사의 글에 이런 표현이 있었다. ‘교종(교황)의 어깨에는 백만 개의 십자가가 메진다’는. 그는 교황이 되기까지 수없이 많은 십자가를 지고 왔을 것이다. 

눈두덩은 서구인 특유의 모습으로 좁다. 치밀하고 조직적이다. 하나하나 따지며 일하지만 받아줄 만한 것은 다 받아주는 넓은 마음이 보인다. 바로 구슬처럼 동그란 귓밥에 그 마음이 있다. 이 귓밥은 태아 때부터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태교를 잘한 집안 자손으로 본다. 좋은 집안이란 금전적 풍요가 아니라 정신적 풍요를 기준으로 한다. 

5월 8일 성베드로대성당의 중앙 발코니에 나타난 교황 레오 14세./ 셔터스톡
5월 8일 성베드로대성당의 중앙 발코니에 나타난 교황 레오 14세./ 셔터스톡

눈동자가 정중앙에 있어 안정적이다. 큰 눈동자는 문화나 예술 등 아름다운 것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레오 14세는 그 아름다움을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데서 찾았다. 눈동자가 짙어 현실적인 감각이 있다. 돈의 흐름을 읽어 교회의 활동을 위한 모금을 잘하는 눈이다. 눈이 가로로 길어 멀리 보는 혜안이 있다. 

눈꺼풀에 각이 졌다. 예술과 문화에 심취하며 즐겁게 살아왔다면 눈꺼풀이 동그랗게 자리 잡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미국도 아닌 페루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20여 년간 봉사했고 페루 국적까지 얻었다. 바람 잘 날 없는 곳에서 고뇌하며 살아온 고달픈 세월이 각진 눈꺼풀에 실렸다. 오른쪽 눈과 입꼬리가 약간 틀어진 걸 보면 몸을 아끼지 않고 헌신하는 중에 그랬는지, 건강에 위기가 살짝 지나간 듯하다. 

콧대가 높지 않아 친근감이 있고 겸손하다. 그는 5월 10일 추기경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을 “하느님과 형제를 섬기는 겸손한 종”이라 표현하며 교황은 특권이 아니라 봉사의 자리임을 강조했다. 

코가 길지 않아 순발력과 유머 감각이 있다. 코가 두껍고 콧대가 튼실해 건강하다. 정면에서 보면 콧대가 약간 틀어졌다. 보통 사람이 이런 코 모양이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기질로 산다. 착하고 곱기만 한 게 아니라 나름 ‘성질’이 있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말하며 불의에 맞서고, 어려운 사람의 권리를 위해 앞으로도 계속 애쓸 것이다. 

인상이란 얼굴만 보는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을 왜 하는지까지 봐야 제대로 해석된다. 이 시대는 평화의 시대가 아니다. 평화를 찾기 위해 싸워야 하는 시대다. 레오 14세 교황은 혼탁한 이 세상과 맞서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앞장서는 리더다. 그런 면모로 인해 교황을 뽑는 전 세계 추기경의 모임인 콘클라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섯 번 만에 선출됐고, 그는 더 짧은 네 번 만에 선출됐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 틀어진 코가 측면에서 보면 동그랗게 휘며 끝이 아래로 내려갔다. 인간적인, 따뜻한 심성을 지닌 코다. 그가 가난한 사람에게 남다른 ‘연민’의 정을 가진 이유다. 코끝이 갈라져 자신을 이기는 강인한 정신력을 가졌다. 

관골이 널찍해 명예 운이 좋다. 사제로서 최고의 명성을 얻었으니 넓은 관골의 기운을 누린 셈이다. 

인중 가운데 홈이 옅다. 이 자리는 집안의 대를 잇는 자손을 보는 자리다. 가톨릭 사제는 자손이 없어 옅은 것이 당연하다. 코끝이 내려와 인중을 침범했으니 인중이 길지 않다고 봐야 한다. 짧은 인중은 호기심이 많다. 

입술이 얇게 안으로 잘 다물어져 활동에 비해 말을 아낀다. 인내와 결심을 하며 말을 절제하는 법을 터득했다. 이성으로 감성을 누르는 사람이다. 지퍼를 채워놓은 듯 꽉 다문 입술이기에 비밀을 안다 해도 쉽게 새 나가지 않는다. 그런데 한번 입을 열면 말이 청산유수다. 얇지만 또렷한 입술을 가져 달변가다. 입이 큼직해 대범하다. 입술 안쪽으로 살이 두둑해 건강은 타고났다.

주선희 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 명예교수
주선희 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 명예교수

턱이 튼실하고 넉넉하다. 많은 사람을 거느리는 턱이다. 그저 이유 없이 남이 받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고 책임 져 준다는 믿음 때문에 많은 이가 따르는 것이다. 턱 중앙 앞쪽으로 살이 넉넉히 붙었다. 전문가 중의 전문가 상(相)이니, 레오 14세는 진정 성직자 중의 성직자라 할 수 있다. 

이마에서 관골, 턱까지 전형적 서구인에 비해 얼굴이 넓다. 책상머리에 앉아 있기보다 현장에서 활약하는 상이다. 레오 14세는어느 교황보다 더 분주하게 세계 곳곳을 누빌 것이다. 즉위 미사에서 그는 “인류를 위한 화합의 누룩이 되는 교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밝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서로 사랑하며 함께 걸어가자는 레오 14세. 인상학자로서 필자는 세상을 바꾸어갈 그의 의지와 행동을 신뢰하고 응원하며 우리의 ‘교황님’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주선희 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