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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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샘 올트먼,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제프 베이조스, 젠슨 황, 리처드 브랜슨, 손정의⋯.

세상을 이끄는 최강 기업의 수장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폴리매스(poly~ math)형 최고경영자(CEO)’라는 점이다. 폴리매스는 박학다식한 사람을 말한다. 여러 분야에 걸쳐 깊은 지식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연결하고 융합해 새로운 통찰력과 융합 창조력을 갖춘 사람이다.

현대사회는 융합 창조가 중요한 시대다. 융합 창조를 하려면 ‘서로 다른 것’을 연결해야 한다. 서로 다른 분야를 알고 있어야 협업할 수 있고 창의적 성과를 낼 수 있다. 전통적 스페셜리스트는 한 우물만 파다 보니 융합 창조력이 약해진다. 환경 변화에 둔감하고 균형 감각도 떨어진다. 점점 창의력이 고갈되어 각종 리스크에 빠질 위험이 커진다. 소통력도 떨어지고 고립되기 쉽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물리학, 로켓 공학, 경제학, 생물학, 자동차, 프로그래밍 등에 대한 깊은 지식을 바탕으로 자동차·우주· 로봇·뇌과학·바이오·인공지능(AI) 사업을 이끌고 있다. 남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분야를 창조해 선도하고 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컴퓨터공학, 디자인, 인문학, 애니메이션, 캘리그라피, 동양철학, 명상, 예술 등에 통찰력이 있었다. 이를 융합해 세상의 변화를 읽고 고객의 마음을 읽어냈다. 첨단 기술 제품을 전문가 중심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전환해 사업을 성공시켰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역시 컴퓨터공학, 경제학, 물류, 우주과학, 미디어, 문화예술을 두루두루 파고들어 이를 연결한 사업으로 성공했다. 

폴리매스형 리더는 단지 박식한 것이 아니라 여러 분야를 잘 알고 이를 연결해 새로운관점과 아이디어를 끄집어내는 사람이다. 

인류 최고의 폴리매스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그는 화가·조각가·발명가·건축가·의사·해부학자·지질학자·지리학자·천문학자· 식물학자·수학자·과학자·철학자·작곡가·시인·문필가·검투사·요리사였다. 이동 수단과 통신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고 교육체계도 열악했던 시절에 그가 여러 분야에 전문 지식을 갖추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사람들은 그를 타고난 천재라고 부른다. 그의 탁월한 재능은 신이 부여한 것이라고 여기고 따라 하기를 포기했다.

그러나 그가 가지고 태어난 진짜 재능은수평적 사고와 융합형 재능이었다. 남들이 한 우물을 팔 때 여러 분야에 관심을 두고 공부했고 이를 융합해 창조력을 발휘했다. 그는 연구와 공부에 미쳐서 평생 연애도 안 하고 결혼도 안 했다.

인류 역사를 보면 기술과 학문이 크게 발전한 산업혁명이 전환점이다. 이때 ‘과학적 관리’가 체계화됐다. 학문이 세분화되고 심화되면서 칸막이가 생겼다. 산업은 분업 체계가 도입되면서 분야별로 장벽이 생겼다. 당시에는 분업이 혁명이었고 이게 생산성을 높여준 성공 동력이었다. 한 우물을 파야 성공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정보화사회 이후에는 칸막이와 장벽을 뛰어넘는 ‘연결 사회(connected society)’로 바뀌게 되었다.

이제는 서로 다른 것을 연결하고 융합해 또 다른 것을 창조하며 살아가는 초융합 사회다. 소통과 협업이 필수적이다. 폴리매스형 리더가 이끌어야 성공한다. 대학이 문과·이과로 나뉘던 교육체계도 완전히 허물어졌다. 이제는 학문 간 융합 없이는 창의적 인재를 육성할 수 없다.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 메타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등이 모두 대학 중퇴자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이들이 대학을 모두 마쳤더라면 더 성공했을까. 그 반대였을까. 아마 폴리매스형 CEO가 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 인하대 경영학 박사, 현 멘토지도자협의회 회장, 전 중앙공무원교육원 원장, 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 인하대 경영학 박사, 현 멘토지도자협의회 회장, 전 중앙공무원교육원 원장, 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지금 전통적 엘리트가 붕괴하고 있다. 시험공부 잘하고 명문대를 나오면 평생 대우받고 살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시대가 필요로 하는 융합 창조형 인재를 길러야 한다. 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폴리매스형 리더가 나와야 한다. 명문대 법대를 나와 법조인으로 한 우물만 파다 무너진 대통령 또한 반면교사가 아닐 수 없다.

지금 대한민국 모든 분야에서 ‘리더십 리스크’ 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통적 리더에서 폴리매스형 리더로 대전환해야 할 변곡점이 다가왔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