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트럼프 관세전쟁으로 고조되던 미국과 중국의 갈등 국면이 관세 협상을 통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월 1일(이하 현지시각), 2월 4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중국에는 대미 펜타닐 유통을 명분으로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 는 것으로 관세전쟁을 개시했다. 중국에는 3월 4일 펜타닐을 이유로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4월 2 일 전 세계에 대한 상호 관세를 발표할 때도 중국에 34%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중 국이 보복관세로 대응하자 미국은 중국 외 국가에 대해서는 관세를 유예 하는 대신 중국에만 다시 추가 관세를 올렸고, 이에 중국이 다시 보복관세로 맞불을 놓으면서 극한 대결로 치닫았다. 하지만 미·중 양국은 5월 12일 첫 관세 협상을 갖고 90일간 일부 관세를 유예하는 내용을 담은 공동 성명 을 발표했다. 양국은 상호 관세와 관련해 각각 10%만 남기기로 했다. 기존 펜타닐 관세(20%)를 포함하 더라도 미국의 대중 관세율은 145%에서 30%로 내려갔다. 중국 역시 미국에 추가 부과했던 기존 125% 관세를 10%로 낮추기로 했다. 이 같은 내용의 백악관 발표는 당장 시장에 안도감을 주었다. S&P500 지수, 다우존스30 산업평균 지수, 나스닥 종합지수 등 미국 주식시장의 3대 지수가 2.81~4.35% 급등했다. 성명이 발표된 날 미국의 골드만 삭스는 미국 경제가 12개월 안에 침체에 빠질 확률을 기존 45%에서 35%로 하향 조정했다. 필자는 그러나 미·중 양국의 무역 합의가 취약하고 제한적이며 언제든 깨질 위험에 놓여있어 실질적인 무역 합의까지 가는 데는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특히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야기한 혼란은 단지 주식 시장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 공장과 항만, 매장 곳곳으로 퍼져나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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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무역 합의는 여전히 취약하고 제한적이며 언제든 깨질 위험에 노출돼 있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이미 글로벌 공급망에 끼친 피해를 본다면, 기업과 투자자· 소비자가 지나치게 낙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트럼프는 사업가 출신답게 관세를 협상 수단으로 삼아 강경한 압박 전략을 구사해 왔다. 그는 이러한 전략을 통해 무역 상대국으로부터 실질적 양보를 끌어내고, 이를 정치적 성과로 포장해 왔다. 그러나 국가 간 무역 협상은 부동산 거래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무역 협상은 훨씬 느리고, 복잡하며, 그 결과는 훨씬 더 중대하다. 글로벌 공급망과 국가 간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무역은 훨씬 더 정교하고 민감한 접근이 요구된다.

특히 협상 상대가 중국일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중국은 거대한 경제 규모를 바탕으로 상당한 협상력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국의 정치적 자존심과 국내 여론을 고려해 트럼프의 요구에 쉽게 양보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과거 사례에서 보듯, 양국은 2019년 4월 무역 협상에서 원칙적으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세부 조항을 둘러싼 견해 차이로 협상이 거의 결렬됐다. 미국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입법을 통해 명시한 150쪽짜리 계약을 요구했지만, 중국은 보다 유연하고 덜 가시적인 규제 방식으로 이행하는 것을 선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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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체결된 ① 미·중 ‘1단계 무역 합의’ 역시 이행 구조의 미비로 인해 사실상 실패에 가까운 결과를 초래했다. 당시 트럼프는 이를 ‘역사적인 승리’로 선언하며, 중국이 미국산 제품을 2년간 2000억달러(약 279조2000억원)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합의에는 기존 무역 협정과 달리 중립적인 제삼자 집행 기구가 없었고, 양국 간 상호 신뢰도 낮은 상태였다. 트럼프가 이를 ‘역사적 성과’로 포장했으나 중국은 약속한 미국산 상품 구매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미국은 이에 실질적 대응을 하지 못했다. 오늘날 관세가 단기적으로 철회되더라도, 중국은 미국이 약속을 지키거나 실질적 집행에 나설 것이라 믿기 어렵다. 특히 트럼프가 심어놓은 막대한 불신 때문에 더욱 그렇다. 결국 미국과 중국이 체결하는 무역 협정은 취약하고 범위가 제한적이며 언제든 무너질 위험이 크다. 양국의 정치적 계산과 상호 불신이 깊게 자리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공급망 전체에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있다.
S. 알렉스 양 영국 런던경영대학원 경영과학·운영학 교수 - 칭화대, 노스웨스턴대 석사, 시카고대 박사
S. 알렉스 양 영국 런던경영대학원 경영과학·운영학 교수 - 칭화대, 노스웨스턴대 석사, 시카고대 박사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이미 세계 각국 기업의 생산 및 유통 계획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했다. 공급 업체는 관세 변동성에 대비하기 위해 재고를 비정상적으로 쌓아야 했고, 소매 업체는 주문을 지연하거나 취소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이러한 혼란은 ② ‘채찍 효과(bullwhip effect)’ 현상으로 설명된다. 예를 들어, 미국 매장에 중국산 장난감을 연말 성수기 전에 진열하려면, 그 생산과정은 빠르면 3월부터 시작돼야 한다. 이 시기에 장난감 회사는 제품 디자인을 확정하고 주문을 넣는다. 제조는 보통 4월에 시작되며, 7월까지 중국 공장에서 출하되어 가을 유통 이전에 미국에 도착해야 한다. 소매 업체는 이런 길지만 정교하게 짜인 일정에 의존해 계절 수요에 대응한다. 변동성 큰 관세는 이 전체 과정의 모든 단계를 혼란에 빠뜨린다. 비용을 예측할 수 없게 되자 소매 업체는 주문을 주저하게 되고, 이는 생산과 선적을 지연시킨다. 이에 따라 공급 업체는 생산 라인을 재구성하게 된다. 

이는 단순히 관세 협상을 통해 관세 부과가 사라진다고 가정해도, 생산이 곧바로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설령 앞으로 미·중 상호 간 관세가 철폐된다고 해도, 그간 왜곡된 공급망은 단시간에 복원되지 않을 것이다. 관세 철폐로 수요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공급 부족은 여전히 지속되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최근 내각 회의에서 이를 무심하게 언급하는 것에 그쳤다.

안젤라 후유에 장 서던캘리포니아대(USC) 법학 교수 - 베이징대 법학, 시카고대 법학 박사
안젤라 후유에 장 서던캘리포니아대(USC) 법학 교수 - 베이징대 법학, 시카고대 법학 박사

공급 업체 입장에서는 잘못된 수요 신호로 인해 오히려 생산과잉에 빠질 위험도 있다. 이는 관세가 해결하고자 했던 장기적인 공급과잉 문제를 오히려 심화시킬 수 있다. 이런 수요와 공급의 반복적 불균형, 즉 진동하는 사이클은 바로 채찍 효과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결국 문제는 그 ‘변동성’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유사한 현상이 발생했다. 갑작스러운 봉쇄 조치로 공급 부족이 이어졌고, 이후 과잉 공급이 발생하는 등 세계는 공급망의 불안정성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하지만 그 당시 혼란은 불가항력적이었고, 지금의 무역 혼란은 정책에 의해 인위적으로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서 더 큰 문제다.

예측 불가능성은 트럼프 개인의 사업 거래에서는 통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글로벌 상거래에 적용될 경우 엄청난 혼란을 초래한다. 공급망은 개인의 허세나 갑작스러운 정책 전환이 아닌, 투명성과 확실성 위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야기한 혼란은 단지 주식시장에 그치지 않는다. 전 세계의 공장과 항만, 매장 곳곳으로 퍼져나가게 될 것이다. 투자자, 정책 결정자, 소비자 모두는 트럼프의 정책으로 인한 결과를아직 온전히 직면하지 못하고 있다. 

Tip

① 미·중 1단계 무역 합의

미·중 양국이 2020년 1월 15일 1단계 무역 합의에 공식 서명했다. 2018년 7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시작된 양국 간 관세전쟁이 이 합의를 통해 일단락됐다. 중국은 농산물을 포함해 미국산 제품을 대규모로 구매하고, 미국은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애초 계획했던 대중 추가 관세 부과를 철회하는 동시에 기존 관세 중 일부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낮추기로 했다.

② 채찍 효과 

수요의 작은 변화가 도매·유통·제조·원자재 공급 업체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미. 소비자 수요 변동 폭은 크지 않지만 소매상, 도매상, 제조 업자, 원자재 공급자 등의 공급 사슬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변동 폭이 크게 확대되는 현상

정리=이신혜 기자

정리=박서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