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가 공실 증가세를 멈추기 위해서는 수요를 웃도는 상가 공급의 근본적인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전자상거래가 날로 발달하면서 상가 수요가 떨어지고 있지만, 상가 공급 구조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어 상가가 과잉 공급되는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가 공급 구조 변화와 함께 기존상가의 공실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용도 변경 등 규제가 유연하게 적용되고 지자체의 상권 조성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상가 과잉 공급 구조부터 바꿔야
전문가는 직접 상가를 방문해 소비하는 구조 자체가 달라진 만큼 상가가 지금처럼 공급된다면, 공실 문제는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비대면 소비 문화 확산에 따라 변화된 상업 환경에 맞춰 적정 비율의 상가 공급 규모를 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상가 공급 규모를 결정할 때 상권 배후지의 개발 단계, 상권 활성화 시기 등도 고려해야 하는 점이다.
현재 공공주택지구 상업 용지는 택지 개발 규모가 300만㎡ 미만일 경우에는 1인당 6~8㎡를 적용하는 상업 시설 연면적 원단위 기준을 채택하고 있다. 도심 상업지역 내 주거복합건축물의 상가(비주거 시설) 비율은 10% 이상이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종이나 동탄 등 신도시 같은 경우는 지구단위계획을 설정하고 택지를 공급할 때부터 상업 용지 비율이 높다”며 “신도시 상가의 경우 이러한 구조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상업 용지 비율을 낮추고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하더라도 (상가의 공급을 줄이고) 다른 용도로 공급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교육· 정보센터소장실 선임연구위원은 “상가 비율을 만들고, 거주하는 사람이 쉽게 상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과거의 경험이었다”며 “의무적으로 건축되는 모든 아파트에 비례한 상가 공급이지만, 이제는 그 부분이 작동이 잘 안되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규칙이나 조례 등에서 아파트가 새로 생기는 경우 상가가 의무로 들어가다 보니 그 지역 인구 유입이 없는 한 계속해서 공실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상가 공급 형태도 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같은 경우에는 ‘몰(Mall)’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주거 지역과 쇼핑센터를 구분해서 쇼핑할 수 있는 특정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이제 우리나라도 이러한 개념이 도입돼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용도 규제 유연화 필요해… 지자체 상권 조성 노력해야
이미 지어진 상가 공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자체가 용도 변경에 대한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도시 같은 경우 지구단위계획에서 상가 용도가 결정되면서 한정된 업종만 상가를 임대할 수 있어 공실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이석희 한국부동산원 부연구위원은 ‘상가 공실 요인 및 정책 방안’ 보고서에서 “용도지역제의 상업지역은 22~26개 건축물 용도가 허용되지만, 신도시의 상업 용지는 지구단위계획에 의해 결정된다”며 “평균 10개 내외 용도만 허용되고 건물 층별 규제도 있다”고 했다.
이어 이 부연구위원은 “구역별 세분화된 지구단위계획, 접면도로 유형별 용도 규제, 층별 용도 규제 등은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용도 관련 규정을 보다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상권 활성화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임차인 중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낮은 금리의 대출 상품을 제공하는 등의 지원을 통해 임차인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공실 상가를 대상으로 한 리모델링 융자 및 세제 지원을 통해 공간 활용도를 높여 임대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해결책 중 하나로 나오고 있다.
지자체 상권 활성화 노력도 필요하다. 세종시가 지난해 지자체 최초로 ‘상가공실박람회’를 개최한 것처럼 지자체가 나서 상가 임대인과 임차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것도 상권 활성화에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美·日·英 등도 빈 상가에 ‘골치’… 공간 활용 다양화 정책 꾀해
상가 공실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빈 상가 문제가 발생한 미국, 일본, 영국 등은 빈 상가를 해소하기 위해 공간 활용 다양화와 지역사회와 협력, 금융·세제 지원을 연계한 정책을 구현했다.
미국 뉴욕시는 장기 공실 상가를 팝업 스토어로 활용해 단기 임대했다. 스타트업과 소상공인, 예술가 등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장기 공실 상가를 임대하면서 지역 행사나 전시, 워크숍 등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이 지역의 상가 공실률이 감소했고 상권 재생 효과도 끌어낼 수 있었다.
일본은 도쿄 시부야의 공실 상가를 카페, 갤러리, 공유 오피스 등 다양한 용도의 공간으로 전환했다. 공실 상가에 청년 창업자와 예술가 등이 입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이 상가를 복합 문화 시설로 재창조했다.
영국은 공공 임대와 임대료 지원 정책을펼치며 공실 문제를 해결한 사례다. 런던시는 공실 상가를 직접 임대해 지역사회에 재임대했다. 소규모 사업자와 비영리단체, 사회적 기업에 저렴한 임대료로 공간을 제공하면서 공실률 저감을 꾀했다.
캐나다는 세제 및 금융 지원과 창업 지원을 공실 해결책과 연계했다. 토론토에서는 ‘숍 로컬(Shop Local)’ 프로그램을 통해 공실 상가 임대인을 대상으로 세금 감면을 지원했다. 동시에 임차인을 대상으로 창업 자금을 대출하고 임대료를 지원했다.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상가 이용 캠페인도 운영했다. 그 결과, 신규 임차인 유입과 상권 회복이 가능했다.
지식산업센터, 단순한 공실 문제 아냐… 지역 산업 경쟁력부터 회복해야
전문가는 지식산업센터 공실 문제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지역의 산업 경쟁력부터 회복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단순히 지식산업센터가 있다고 해서 기업이 들어오는 게 아니므로 지식산업센터에 기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정부나 지자체가 산업 기반을 먼저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도시에 자족 기능을 넣어 준다는 의미에서 지식산업센터가 많이 공급됐다” 며 “그러나 자족 기능은 지식산업센터를 만든다고 해서 생기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 교수는 “지역에 산업이 제대로 들어갈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든 후 산업이 직접 들어가야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부분이므로 도시계획 단계부터 이러한 점이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 역시 “지식산업센터 공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경제 활성화가 급선무”라며 “주택이나 오피스텔에 대한 규제가 많다 보니 대체 (투자) 상품으로 등장한 지식산업센터 수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지역 경제 기반이 살아나야만 한다”고 했다. 이어 서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지식산업센터 중 장기 악성 미분양 경우에 취득세·양도세를 감면하는 조처를 해주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