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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약이 ‘마약’인가. 아니다. 그럼, 정신과 약이 ‘마약류’인가.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는 마약류에 속한다. 놀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한민국 법이 그렇다.

정신과에서 처방하는 항불안제나 수면제 등을 ‘향정신성의약품’이라고 한다. 향정신성의약품은 의료용 치료 약품이다. 그런데 법적으로는 ‘마약류관리법’에 속한다. 법적으로 ‘마약류’에는 ‘마약’과 ‘대마’ ‘향정신성의약품’ 세 가지가 있다. 즉, 정신과 치료 약물이 마약은 아니지만 마약류는 맞는 셈이다.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 심리 수업’ 저자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 심리 수업’ 저자

문제는 대부분 사람이 마약과 마약류를 구분 지어 생각하지 않으니 ‘정신과 약물=마약류=마약’이라는 오해를 사게 된다. 그러니 정신과 약물 하면, 마약처럼 ‘의존성·남용·중독’이라는 단어가 함께 떠오르고, 한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하며 부작용도 심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언론에서 ‘마약류 수면제를 습관적으로 먹은 배우 ○○○’ ‘마약류 약물을 불법 반입하려다 적발된 가수 ○○○’처럼 선정적인 제목이 달린 보도를 본 적이 있다. 이런 뉴스를 보면 그 연예인이 마약범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실상은 다르다. 마약류 수면제를 먹었다는 배우는 정신과에서 가장 많이 처방하는 불면증 치료제를 남용한 것일 뿐이다. 공항에서 마약류를 소지해 검거된 가수는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복용하던 항불안제를 아무 생각 없이 한국으로 갖고 들어오다가 공항에서 적발된 것이다.

가령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에서 차량으로 분류돼 있다. ‘가수 ○○○가 차량 사고가 났다’는 뉴스가 나왔는데, 알고 보니 그는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넘어져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다. 이런 식이다. 수면제나 공황장애 약이 마약류로 분류돼 있으니 약을 먹기만 해도 ‘마약류 약물 복용자’가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법체계의 문제로, 정신과 약이 심각한 오해를 받고 있다. 특히 우울증 약에 대한 오해는 너무 억울하다. 왜냐하면 우울증 약은 향정신성의약품에도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마약류도 아니고, 의존성이나 남용이 거의 없는 안전한 약물이다. 그럼에도 우울증 약까지 마약류처럼 싸잡아서 오해 받고 있다. 우울증 약을 처방받는 많은 사람이 약을 평생 먹어야 하는지, 중독되는 게 아닌지 걱정한다. 절대 그럴 일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 이런 오해로 인해 정신과 진료를 기피하는 사람이 있어 안타깝다.

물론 향정신성 약물도 남용과 의존성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위험성이 매우 낮다. 그래서 법적으로도 최하 단계로 분류돼 있다. 더구나 의사의 처방과 지시대로 복용한다면 더욱안전하다. 남용과 의존이 생기는 이유는 의사 처방대로 복용하지 않고 환자가 자기 마음대로 수시로 먹거나 과용량을 복용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정신과 약물도 엄청나게 발전해서 과거 약물과 달리 후유증과 오남용으로 인한 의존성도 훨씬 줄어들었다. 불안증과 불면증,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있다면 괴로움을 견디지 말고, 전문의를 통해 안전한 약물의 도움을 받자.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