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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다국적 제약 회사 화이자는 자사가 개발한 뇌졸중 약이 ‘당뇨병과 심장병 위험이 있는 환자의 뇌졸중 발병률을 48% 낮춘다’는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48%라는 수치만 보면 엄청난 효과의 신약이 개발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잠재적 위험성이 있는 100명 중 48명이 뇌졸중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 중 실제로 뇌졸중에 걸린 사람은 2.8%며 신약을 복용한 경우 발병률이 1.5%로 줄었기 때문에 48%라는 것이다. 결국 발병률의 절대적 차이는 48%가 아니라 1.3%포인트에 불과하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 연구원장- 전 차의과학대 경영대학원 원장, 전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경제의 역설’ ‘리더의 오판’ 저자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 연구원장- 전 차의과학대 경영대학원 원장, 전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경제의 역설’ ‘리더의 오판’ 저자

평균값의 착시는 통계를 보이는 대로 해석하는 인간의 대표적인 인지 편향의 오류다. 예를 들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달러(약 4098만원)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이 3만달러 수준으로 살고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세상은 평균 분포가 아닌 ‘멱함수(冪函數) 분포’로 존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 10~20%가 80~90%의 부를 차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처럼 평균값을 대다수, 즉 보편이란 개념으로 착각하기 쉽다.

A 의사의 환자 완치율이 30%고, B 의사는 60%라면 B 의사가 더 실력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A 의사는 어려운 중증 환자 수술을 많이 했고, B 의사는 가벼운 수술만 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바로 ‘심프슨의 법칙’이다. 중요 변수가 무시되거나 가중치를 두지 않았을 때 생길 수 있는 오류를 의미한다. 전형적인 ‘데이터의 함정’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과 에이머스 트버스키가 ‘뺑소니 택시’라는 유명한 실험을 했다. 작은 도시에서 늦은 밤 뺑소니 사고가 발생했는데, 다행히 목격자가 나타나 뺑소니 차량은 ‘파란색 택시’라고 진술했다. 이 도시에는 전체 100대의 택시가 있는데, 파란색 15대와 초록색 85대다. 경찰이 목격자의 신뢰도를 검증하기 위해, 같은 상황에서 목격자가 차량 색깔을 얼마나 정확하게 알아보는지 실험했는데, 목격자의 신뢰도는 80%였다. 그러면 목격자 진술대로 파란색 택시가 뺑소니 차량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대부분 사람은 이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다. ‘목격자가 있고 신뢰도도 상당히 높은데 다른 가능성이 또 뭐가 있을까’라는 것이다.

실제 이뤄진 실험에서 사람들은 역시 80%라는 신뢰도 높은 목격자 진술에 집중했다. 통계의 착시다.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지만, 직관은 편향된 해석을 할 수 있다. 기저율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저율이란 ‘어떤 요소가 통계적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기본 비율’을 말한다. 그래서 파란색 택시일 가능성 80%와 함께 파란색 택시가 아닐 가능성 20%를 모두 고려해야만 진짜 가능성을 알 수 있다. 

목격자 신뢰도를 적용하면, 목격자는 파란색 택시 15대 중 80%인 12대를 진짜 파란색 택시로 인식하고, 20%인 3대는 초록색 택시라고 잘못 볼 수 있다. 반대로 초록색 택시 85대 중 20%인 17대는 초록색이지만, 파란색으로 잘못 인식할 수 있다. 결국 목격자는 진짜 파란색 12대와 파란색으로 오인한 17대를 합쳐 총 29대를 파란색이라고 진술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목격자 진술의 신빙성은 29대 중 진짜 파란색인 12대의 확률인 41%로 떨어진다. 오히려 초록색 택시가 뺑소니 차량일 확률이 59%로 더 높다. 믿었던 목격자 진술이 반대로 뒤집힌 것이다. 이는 ‘기저율 무시(Neglect of base rate)’ 현상으로, 인지 착각이다.

이처럼 통계를 해석할 때 착시에 빠지는 일은 꽤 흔하다. 그러므로 드러난 수치만 보거나, 분석 결과만 참조한 의사 결정은 매우 위험하다. 행동경제학자는 의사 결정에 통계적 관점을 적극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직관의 편향성을 피하라고 조언하지만, 숫자는 무조건 합리적이라는 과신 또한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직관이든, 통계든 편향된 과신은 똑똑한 사람들도 잘못된 의사 결정을 하게 하기 때문이다.

현명한 의사 결정을 위해, 언제나 ‘데이터의 숨은그림 찾기’는 필수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 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