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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틱 인공지능(Agentic AI)은 인간의 지시나 감독 없이도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복잡한 작업을 완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이다. 흔히 ‘에이전트(agent)’로 불리는 챗봇이나 코파일럿 등 기존 AI 도구와는 다르다. 에이전틱 AI는 지식 근로자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사업 전반의 다단계 프로세스를 자동화할 수 있다. 

딜로이트는 2025년 생성 AI(Generative AI)를 도입한 기업 가운데 약 25%가 에이전틱 AI를 시험 도입하거나 기술 검증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2027년에 이르면 그 비율이 50%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일부 산업 분야에서는 2025년부터 특정 에이전트 AI 앱이 실제 업무에 적용될 수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하반기로 갈수록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스타트업과 기존 테크 기업이 에이전틱 AI의 수익 가능성에 주목하고 적극적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현실이 있다. 지난 2년간 에이전틱 AI 스타트업에 유입된 투자금은 20억달러(약 2조7600억원)를 넘겼다.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AI

에이전틱 AI는 이름에서 드러나듯, ‘에이전시(agency)’를 갖춘 AI다. 여기서 에이전시는 독립적으로 행동하고 결정할 수 있는 자율성을 의미한다. 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목표는 인간이 설정하지만, 그 과정은 에이전틱 AI가 정한다.

질리언 크로선 딜로이트 글로벌 첨단기술 산업 리더- 영국 스트래스클라이드대 정보학
질리언 크로선 딜로이트 글로벌 첨단기술 산업 리더- 영국 스트래스클라이드대 정보학

에이전틱 AI와 코파일럿 및 챗봇의 차이는 자율성에 있다. 코드를 테스트하고 제시함으로써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돕는 코파일럿은 지금까지 가장 성공적인 생성 AI 활용 사례로 꼽힌다. 경험 많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주니어 엔지니어의 효율성을 개선하지만, 엔지니어의 프롬프트에 응답할 뿐 자율성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에이전틱 AI와 일하는 엔지니어는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다. 사람 엔지니어가 프롬프트로 소프트웨어 개발 아이디어를 입력하면, 에이전틱 AI 엔지니어가 이러한 아이디어를 실행 가능한 코드로 전환한다.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서 다수의 단계가 자동화되는 것이다.

실제 사례로, 2024년 3월, 미국의 소프트웨어 기업 코그니션(Cognition)은 자동화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데빈(Devin)’을 공개했다. 데빈은 자연어 프롬프트에 기반해 인간 개입 없이 앱 개발, 코드베이스 테스트 및 수정, 거대 언어 모델(LLM) 훈련 및 재훈련 등 프로그래밍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현재 여러 기업이 이 같은 자율성과 신뢰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에이전틱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사람 엔지니어의 일부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간의 생산성 증강하는 에이전틱 AI

에이전틱 AI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자율성이 있는 생성 AI가 일의 방식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한 가지 예시일 뿐이다. 에이전틱 AI가 한층 발전하면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특히 지식 노동 분야에서 그 파급력은 크다. 미국에만 1억 명이 넘는 지식 근로자가 있고, 전 세계적으로 12억5000만 명을 웃돈다. 그러나 1987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의 지식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연평균 0.8%에 불과했으며, 최근 5년간(2019~2023년)은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도 마찬가지다. 자동화를 통해 지식 노동의 생산성을 개선하려는 시도는 일부의 성공만을 거뒀다. 그리고 수많은 기업은 여전히 지식 근로자가 부족한 실정이다. 고객 서비스 인력부터 반도체 엔지니어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지식 근로자가 부족해, 신규 인력이 투입되면 즉각 생산성을 도출해야 한다.

에이전틱 AI는 LLM의 역량을 대폭 끌어올려 기업의 생성 AI에 대한 투자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 규모 확대·개발 과정의 복잡성·신뢰성 등의 과제가 남아 있지만, 신뢰성이 개선된 에이전틱 AI의 잠재적 이점을 생각하면 이러한 노력은 충분히 기울일 만한 가치가 있다. 초기 성과도 고무적이다. 완전히 자율화되고 신뢰할 수 있는 에이전트가 최종 목표지만, 차차 정확성과 독립성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생성 AI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다. 에이전틱 AI는 범산업적 솔루션뿐 아니라 산업 특화 솔루션으로도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애초 기업 리더가 생성 AI에 기대하던 효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

고객 지원·사이버 보안… 에이전틱 AI의 활용 분야

에이전틱 AI의 활용 가능성은 전 산업에 걸쳐 폭넓게 제시되고 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분야에서 그 유망성이 두드러진다. 

첫째, 고객 지원 분야다. 고객 지원 업무 일부를 효과적으로 자동화하면 인력은 스트레스가 줄고 기업은 더 많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에이전틱 AI는 현재의 고객 지원 챗봇보다 더욱 복잡한 고객 요청에 대응할 수 있으며,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둘째, 사이버 보안이다. 점점 정교해지는 해킹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빠른 탐지와 대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보안 전문가 수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에이전틱 AI가 실시간 공격을 감지하고 보고하며, 사람의 업무 부담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다.

셋째, 규제 준수(컴플라이언스)다. 특히 금융, 의료 산업에서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규제를 파악하고 이에 맞춰 시스템을 조정해야 한다. 에이전틱 AI는 특정 규제를 인용하고 선제적 분석을 제시하며 사람 전문가에게 조언할 수 있다. 

넷째, 에이전트 시스템 구축 및 조율이다. 에이전틱 AI는 범산업적 또는 산업 특화 자동화 솔루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은 관련 시장이 형성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자체 에이전트와 멀티에이전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에이전틱 AI 도입을 위해 필요한 준비

에이전틱 AI는 업무 흐름 전반 또는 일부를 자동화함으로써 지식 근로자의 생산성을 개선할 막대한 잠재력이 있다. 싱글 에이전트로서 또는 여타 에이전트와 협업해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은 오늘날의 챗봇이나 코파일럿과 차별화된다. 하지만 에이전틱AI는 아직 개발과 도입의 초기 단계다. 에이전틱 AI는 주로 자율적으로 태스크를 수행하지만, 휴먼인더루프(HITL·Human In The Loop·AI가 도출한 데이터를 실제로 중요한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적용하기 전에 인간이 데이터를 직접 검증 및 수정해 생성물의 품질을 보장하는 방식)보다 덜 제한적인 휴먼온더루프(HOTL·Human On The Loop·자동화 시스템이 대부분의 태스크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되, 인간이 시스템을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개입하는 방식)로 에이전틱 AI의 결정을 사람이 리뷰하는 것이 오늘날 더 현실적인 에이전틱 AI 배치 방식이 될 수 있다. 생성 AI 에이전트가 태스크 수행 과정에서 벽에 부딪혔을 때 사람에게 도움을 구해 문제를 해결하고 남은 단계를 수행할 수 있다.

에이전틱 AI 관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기업은 비즈니스 프로세스 전반에 해당 기술을 도입하기에 앞서 건전한 회의적 시각을 유지하며 철저히 준비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 에이전틱 AI를 위한 업무 흐름의 우선순위를 정립하고, 안전한 에이전틱 AI 활용을 위한 데이터 관리와 사이버 보안을 구축해야 한다. 

질리언 크로선 딜로이트 글로벌 첨단기술 산업 리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