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황이 선종했다. 전통에 따라 그가 끼고 있던 ‘어부의 반지’가 파쇄되고 교황의 방이 봉쇄된다. 신과 인간을 이어주던 최고 사제의 자리는 이제 공석이다. 토마스 로렌스 수석 추기경은 슬픔을 추스를 여유도 없이 차기 교황을 정하는 콘클라베를 준비한다. 교황이 마지막으로 그에게 맡긴 임무였다. 로렌스는 바티칸을 떠나려 했지만, 교황이 그를 붙잡으며 말했다. “양치기로 선택된 자도 있고, 목장 관리자로 선택된 자도 있다네.”
성 베드로 광장에 모여든 인파는 침묵으로 애도를 표한다. 세상의 시간은 멈춘 듯 고요하다. 하지만 바티칸의 시계는 쉬지 않고 움직인다. 교황의 선종은 마침표가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의 신호다.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던 108명의 추기경이 하나둘 바티칸에 도착한다. 그들의 여행 가방이 검색대를 통과하고 휴대폰은 수거된다. 시스티나 성당에 도청 방지 시스템이 설치되고 창문은 봉쇄된다.

성 마르타의 집에서는 수녀들이 조용히 침상을 정리하고 음식을 준비한다. 투표자인 동시에 잠재적 교황 후보자인 추기경들이 성당을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은 숙식을 위해 게스트 하우스로 이동할 때뿐이다. 그들은 담배를 피우고 초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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