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가슴에 크고 작은 한을 안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대중은 오늘도 삶을 위해 바삐 움직인다. 용문역 앞 오일장의 한쪽 모습. /홍광훈
저마다 가슴에 크고 작은 한을 안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대중은 오늘도 삶을 위해 바삐 움직인다. 용문역 앞 오일장의 한쪽 모습. /홍광훈

지난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게 느껴졌다. 그 인고(忍苦) 끝에 환희의 봄날이 오나 했더니 어느새 지나가 버렸다. 오대십국(五代十國) 시대 남당(南唐)의 망국 군주 이욱(李煜)은 ‘상견환(相見歡)’이란 짧은 곡조의 사로 이런 아쉬움을 애절하게 노래했다.

“숲속 송이송이 꽃에 봄의 붉은 빛 시들었다. 너무나 빨리도 지나가는구나. 거기에 아침나절 찬비와 저녁 바람을 어찌하려나(林花謝了春紅. 太匆匆. 無奈朝來寒雨晚來風). 연지 같은 꽃잎에 맺힌 눈물, 나를 머물러 취하게 하는데, 어느 때나 다시 피려오? 원래 인생이란 길이 한스럽고 물은 길이 동쪽으로 흘러가나니(胭脂淚, 相留醉, 幾時重. 自是人生長恨水長東).”

짧은 봄날에 대한 석별의 정을 동쪽으로 길게 흘러가는 장강(長江)처럼 끝없는 인생의 한과 절묘하게 대비(對比)시키고 있다. ‘짧은 봄날’은 인생의 꽃다운 시절을 상징하기도 한다. ‘장한(長恨)’은 양귀비(楊貴妃)와 현종(玄宗)의 애절한 사연을 담은 백거이(白居易)의 ‘장한가(長恨歌)’를 염두에 둔 표현이라고 보아도 좋을 듯하다.

홍광훈 문화평론가- 국립대만대학 중문학 박사, 전 서울신문 기자, 전 서울여대 교수
홍광훈 문화평론가- 국립대만대학 중문학 박사, 전 서울신문 기자, 전 서울여대 교수

북송(北宋) 말의 진관(秦觀·1049~1100)도 이욱 같은 감성파의 작가로 유명하다. 그는 봄날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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