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젠슨 황,  전 세계 최초 공식 자서전
생각하는 기계
스티븐 위트│백우진 옮김│알에이치코리아│ 2만8000원│493쪽│5월 25일 발행

1997년 출시된 리바 128(RIVA 128)은 엔비디아가 최초로 상업적으로 성공한 그래픽 카드다. 당시로서는 2D와 3D 기능을 통합한 매우 혁신적인 GPU(그래픽처리장치)로 주목받았다. 창업 후 첫 제품인 NV1의 실패로 파산 위기에 몰렸던 엔비디아가 기사회생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생태계의 양대 축인 엔비디아와 TSMC의 동맹도 리바 128에서 시작됐다. 리바 그래픽 카드에 대한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공급처를 찾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대만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를 새로운 칩 공급 업체로 점찍었다. 주문받은 칩 제조만 하는 파운드리 반도체 공급사인 TSMC는 엔비디아 같은 기업이 반도체 설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젠슨 황 CEO는 TSMC의 관심을 끌기 위해 모리스 창 CEO에게 여러 통의 음성 메시지를 남겼고, 직접 편지를 써서 우편으로 보냈다. 답장을 기대하지 않았던 편지는 모리스 창과 전화 통화로 이어졌다. 백인 남성 일색이었던 테크 기업 경영진 중 몇 안 되는 중화계 CEO인 젠슨 황과 모리스 창은 의기투합했고, TSMC의 뛰어난 제조 역량 기반 위에서 엔비디아는 점점 더 여러 가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GPU를 세상에 내놓으며, 오늘날 AI 생태계의 중심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엔비디아와 TSMC 동맹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초기 협력기였던 1998년 초 TSMC가 제조 공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화학물질을잘못 적용해 제조한 칩 절반 이상을 폐기해야 했다. 운영 자본 대부분을 이 칩 제작에 투입했던 엔비디아는 회로 기관 파트너사에 지분 일부를 매각해 파산 위기를 모면했다.

그래서 젠슨 황은 “우리 회사는 앞으로 30일 후면 망한다”는 말로 직원을 향한 연설을시작한다. 회사가 실제로 망할 고비를 수차례 넘으며 지금의 성공 신화를 일궜다는 사실을 각인시키기 위해서였다. 엄살같이 들릴 수도 있겠지만, 기술 주도권을 빼앗기면 한순간에 망할 수 있는 글로벌 테크 산업 생태계의 냉혹함을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숱한 위기를 극복했다’는 말은 젠슨 황의 인생 역정이기도 하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태어나 태국에서 유년기를 보낸 뒤 10세 나이에 미국 켄터키주의 기숙학교를 다니게 됐다. 공부를 잘했지만, 영어가 능숙하지 못한 아시아계 소년은 괴롭힘의 대상이 됐다. 등교를 위해 급류가 흐르는 하천을 건널 수 있게 만든 출렁다리를 건널 때마다 아이들은 젠슨 황을 강물에 빠뜨리기 위해 밧줄을 흔들었다. 균형을 잡으면서 다리를 건너는 일을 즐기며, 자기 절제와 끈기, 생존을 위한 본능적 경쟁심을 키웠다. 이 경험은 후일 비즈니스 전장에서 흔들리지 않는 결단력을 발휘하는 데 큰 자산이 됐다.

오리건주립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후 21세에 AMD 엔지니어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젠슨 황은 가정을 꾸리고, 커리어를 착실히 쌓았다. 안정적인 길을 걷던 그는 스타트업 창업 제안에 도전의 길을 택했다. 당시 그의 아내는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이었고, 통장에는 6개월치 생활비만 남아 있었다. 그가 믿은 것은 자기 직감과 기술에 대한 확신뿐이었다.

그의 리더십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벼리고 채찍질하는 자기 주도형이다. 기본적인 회계 지식조차 없었던 그는 경제·경영 서적을 방 안 가득 사다 놓고 독학하며 CEO로서 자질을 키웠다. AI 분야 역시 처음부터 관심 있던 영역이 아니었지만, 직원의 제안을 귀 기울여 들은 뒤 직접 공부에 나섰고, 그 잠재력을 알아보자마자 조직의 방향을 즉각 전환했다. 즉각적 판단력과 과감한 투자, 압도적 몰입력은 그의 경영 철학이자 생존 전략이었다.

불같은 성격으로 ‘황의 분노’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그의 질책은 무작정 화를 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 관료주의에 물들게 하지 않고, 민첩한 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계산된 충격 요법이었다. 단 한 번의 방심이 곧 회사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젠슨 황의 거침없는 ‘광속 경영’ 스타일이 잘 드러나 있는 그의 첫 공식 자서전이다. 뉴요커 기자인 저자에게 젠슨 황이 요청해 세상에 나오게 됐다. 저자는 약 3년간 300여 명에 달하는 주변 인물과 젠슨 황 본인을 심층 인터뷰해 생동감 있게 엔비디아의 ‘32년 전력 질주’ 과정을 풀어낸다.

2027년 반도체 골든 타임, 무엇을 준비하고 실현할 것인가
한국 반도체의 미래 3년
박준영│북루덴스│ 1만9000원│304쪽│6월 10일 발행 예정

저자는 2027년을 반도체의 골든 타임이라 정의하고, 한국 반도체가 무엇을 준비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제시했다. ‘초일류’ ‘초격차’라는 이미지 뒤에 감춰진 삼성 반도체의 위기 본질을 리더십, 기술, 생태계 세 영역으로 분석한다. 삼성의 수직적 리더십은 한계에 직면했고, SK하이닉스 부상과 TSMC의 도전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AI가 블록체인을 만날 때, 돈은 진화한다
글로벌 신뢰 인공지능
박성준│박재현 감수│ 율곡출판사│2만5000원│324쪽│ 5월 20일 발행

인터넷 혁명, 정보 혁명 같은 시대의 기술적 혁명을 직접 경험한 저자가 현재 가속화하고 있는 새로운 기술혁명 속에서 최소한 뒤처지지 않으려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새로운 기술혁명의 대표 주자인 양자 컴퓨터 혁명, AI 혁명, 블록체인 혁명 중 블록체인 혁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블록체인과 AI가 하나가 되는 여정을 담고 있다.

한 시간 만의 100만달러 매출 ‘제프 워커 신드롬’의 시작
스타트업 설계자
제프 워커│김원 옮김│ 윌북│2만4000원│352쪽│ 5월 16일 발행

저자는 7년 동안의 무직 생활을 이겨내고 지하실에서 컴퓨터 한 대로 총합 매출액 10억달러를 넘긴 마케팅 공식을 설계했다. 인터넷이 대중화하던 시기에 설계된 최초의 마케팅공식 PLF(Product Launch Formula)를 적용한 사례가 풍부하게 담겨있다. 제품이 출시되기 전부터 판매를 시작하는 그 순간까지 고객에게 전할 콘텐츠 내용을 순서대로 제시하며 매출을 폭발시킬 해법을 가르쳐 준다. 

시니어 산업, 에이지테크가 답이다.
에이지테크(AgeTech)
김영선│KMAC│1만8000원│315쪽│5월 23일 발행

시니어 산업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이며 기업, 기관 등 최대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저자가 그동안 수행해 온 연구 결과를 토대로 집필했다. 이 책이 에이지테크 등 시니어 산업에 도전하는 기업과 기관은 물론,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산업 생태계가 확장되고 발전하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데이터 기반의 ‘성공 솔루션’은 중요한 지침이 될 것이다.

불평등의 미래, 케이지에서 빠져나오기
오픈 엑시트
이철승│문학과지성사│ 1만8000원│376쪽│5월 16일 발행

저자는 새롭게 떠오르는 불평등의 축으로 AI, 저출생·고령화, 이민을 꼽는다. 이 세 가지 구조적 변동과 그 힘이 동아시아의 ‘소셜 케이지(social cage)’라는 기존 제도 및 구조와 충돌하는 와중에 생성되는 새로운 불평등의 구조를 분석하고, 개인적 혹은 집합적 대안으로서 ‘엑시트 옵션(exit option)’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개인과 기업이 어떤 적응 전략을 짜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 

산업혁명에서 AI까지의 역사
자본주의와 그 비판자들 (Capitalism and Its Critics)
존 캐시디│ 파라, 슈트라우스와 지루│ 33.48달러│624쪽│5월 13일 발행

AI, 기후변화, 불평등, 무역 전쟁 그리고 글로벌화에 대한 포퓰리즘적 반발이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지금, 동인도회사와 산업혁명부터 디지털 혁명까지 이어지는 글로벌 자본주의의 역사를 새롭고 도전적인 시각으로 풀어냈다.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오른 저자는 기존 자본주의 찬양사가 아닌, 비판자의 목소리로 역사를 서술했다.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깊이 있는 해석이 담겼다. 

정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