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년간 한국 자본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는 그야말로 격변의 시기를 보냈다. 국내시장의 경쟁 심화와 글로벌 경제의 파고 속에서 수십조원에 달하는 국내 자본은 해외로 뻗어 나가며 역대급 투자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하 팬데믹)과 고금리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앞에서 급격히 위축되며 새로운 기로에 섰다. 인바운드(해외 자본의 국내 유입)와 아웃바운드(국내 자본 해외투자)의 거시적인 흐름과 그 이면에 담긴 의미를 짚어보고자 한다.
안정적 수익률 바탕으로 인바운드 수요 견고하게 유지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지난 10년 동안 매년 최소 20억달러(약 2조7690억원) 이상의 해외 자본 유입을 이끌었다. 다른 아시아·태평양 국가 대비 안정적인 수익률을 바탕으로 팬데믹에도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해외 투자자의 국내 인바운드 수요는 견고히 유지됐다. 2015년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센터(IFC), 2016년 구로구 디큐브시티 등 일부 대형 자산과 포트폴리오 거래가 해외 자본 유입을 이끌었다.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외국계 자본에 매력적인 안정적인 투자처로 고려되면서, 2017년 이후 아시아· 태평양 및 북미 투자자를 중심으로 오피스 거래가 매우 활발히 관찰되기 시작했으며, 2018년에는 외국계 투자자의 거래 규모가 32억달러(약 4조4304억원)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영국 자본의 대형 프라임 오피스 투자도 눈에 띄었다. 국내 투자자가 공실 리스크 없는 ‘코어 자산’에 집중할 때 해외 투자자는 부가가치(value-added) 전략으로 공실률 높은 자산을 싸게 매입해 가치를 높이는 과감한 도전을 감행했다.2017년을 기점으로 물류 자산에 대한 해외 투자자의 관심이 심상치 않았다. 전체 외국인 자본 투자 26건 중 9건이 물류 자산이었다는 것은 전자상거래 시대의 도래와 함께 신규 투자처에 대한 선견지명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2018년 물류 자산 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73% 급증하며 인바운드 성장에 기여했으며, 특히 신축 A급 물류 자산에 대한 선매입 수요가 활발했다. 팬데믹 직전인 2019년에는 주요 권역 내 대형 오피스 거래에 해외 자본 유입이 크게 줄면서 인바운드 시장 성장이 주춤했으나, 물류 자산 투자는 2017년 5억달러(약 6922억원)에서 2019년 11억달러(1조5230억원)로 꾸준히 증가했다.
팬데믹이 가속한 물류 섹터의 약진은 국내 물류 센터 시장의 부상을 예고하는 신호였다. 2021년 인바운드 시장은 홍콩계 자본의 물류 자산 매입이 59%를 차지했다. 미국계 자본 또한 꾸준한 유입을 보였는데, 흥미롭게도 미주 및 유럽 투자자가 안정적인 오피스와 물류에 집중한 반면, 아시아 투자자는 리테일과 호텔까지 아우르는 보다 다각화한 전략을 구사했다.
2022년에는 고금리와 투자 관망세로 인해 해외 자본 유입이 총 17억달러(약 2조3537억원)로 이전 5년 기간 중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대규모 공급 리스크와 수요 둔화 우려로 물류 자산 투자가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반면, 오피스 자산에 대한 해외 자본의 투자 수요가 66%를 차지하며 오피스 회귀 현상이 두드러졌다. 아시아계 자본은 오피스에, 미국계 자본은 물류에 집중됐다.
2023~2024년 인바운드 시장은 팬데믹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며 활력을 되찾았다. 미주 자본의 인바운드 투자 규모가 아시아 자본을 처음으로 넘어섰고 그중 절반 이상이 물류 섹터에 할당되었다. 이로 인해 2023년 해외 자본의 국내 물류 시장 투자 규모는 역대 최대인 약 16억달러(약 2조2152억원)를 기록했으며, 2024년에는 오피스·물류· 호텔 등 보다 전방위적인 투자가 관찰됐다.
반면, 국내 오피스 투자 규모는 가격 조정 부재와 미주 및 유럽 오피스 시장 리스크 확대로 47% 감소하며 관망세가 이어졌다.

아웃바운드 투자, 2019년 14조원으로 ‘정점’
국내 투자자의 해외 부동산 시장 진출은 2015년 이후 꾸준히 확대돼 왔다. 국내시장의 경쟁 심화라는 내부적 요인과 미국 및 유럽 시장의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률이라는 외부적 요인이 맞물려 해외투자를 견인했다.
초기에는 해외 오피스 자산의 선호도가 압도적이었고, 개인 고액 자산가 또한 해외 부동산 공모 펀드를 통해 간접투자에 뛰어들며 아웃바운드 시장의 저변을 확대했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 부동산 시장 진출은 2019년 103억달러(약 14조2603억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이때까지 유럽(70% 이상)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으며, 오피스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굳건했다. 하지만 물류 섹터의 해외투자도 2019년 12억달러(약 1조6614억원)를 기록하며 급증했는데, 이는 국내 물류 시장의 수요 확대와 맞물린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아웃바운드 시장은 팬데믹과 고금리라는 이중고를 맞으며 급격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2020년 63억달러(약 8조7223억원)로 투자 규모가 줄어든 후, 2023년에는 약 7억달러(약 9691억5000만원)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폭락했다. 2024년에도 3억8000만달러(약 5261억1000만원)로 다시 한번 최저치를 경신하며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인한 환 헤지 비용 증가 우려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확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침체기를 지나며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첫째, 투자처의 지각변동이다. 국내 투자자는 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압도적이었던 유럽 시장 투자 비중이 2020년 이후 크게 줄고, 대신 원·달러 환 헤지 비용 감소와 유럽 내 팬데믹 확산 심화가 맞물리면서 미국 시장이 국내 투자자의 주요 투자처로 부상했다. 특히 물류 섹터는 팬데믹 중에도 미국 내 투자가 활발했다. 하지만 2022년 이후 미국 오피스 시장의 공실 리스크와 금리 인상에 따른 환 헤지 비용 부담이 가중되면서, 국내 투자자의 미국 오피스 투자는 급감했다.
유럽 시장은 2022년 국민연금공단의 런던 오피스 매입 등을 통해 2019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 시장을 능가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2023년과 2024년에는 신규 투자가 극도로 제한되었으며, 디폴트 방어와 리파이낸싱에 집중하는 보수적인 기조가 두드러졌다. 둘째, 다변화 속 위축이다. 초기 오피스에 집중되었던 투자는 물류 그리고 팬데믹 이후에는 주거(멀티 패밀리)나 호텔 등 니치(niche·틈새) 섹터로 확산을 시도했다. 2023년 아웃바운드 투자 활동은 주로 미국 내 코어 오피스 자산에 한정되었고, 과거 주요 투자처였던 유럽에서는 부실 투자 우려로 신규 매입 사례가 거의 없었다. 인도 시장이 아시아 신흥국 중 처음으로 선호 투자처 상위권에 진입하는 이변도 있었다. 2024년에는 일본 시장이 투자 규모 1위를 기록하며 도쿄 내 주거 및 오피스 자산 매입 활동이 두드러졌다. 전반적인 투자 감소세로 특정 섹터에 집중되었던 과거와 달리, 오피스·물류·리테일·주거 등 다양한 섹터로 분산된 투자 동향을 보였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뉴욕 오피스 빌딩 인수나 소노인터내셔널의 뉴욕 호텔 매입처럼 전략적 기업(SI) 투자가 관찰되며, 해외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전략적 필요에 의한 투자를 중심으로 소규모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인바운드 시장은 국내 상업용 부동산의 견고함을 입증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아웃바운드 시장은 역사상 가장 위축된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침체기가 영원히 지속될 리는 없다. 지금은 유연하고 선별적인 접근을 통해 기회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아웃바운드 시장에서는 미국 멀티 패밀리나 일본 주거 자산처럼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틈새 섹터로 눈을 돌리는 것도 현명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동시에 기존 자산의 리파이낸싱 및 재정비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