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엔데믹(endemic·감염병 주기적 유행) 이후 해외여행이 늘며 환전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해외여행에 특화된 ‘트래블카드’ 대전(大戰)에서 시작된 은행권 외환 서비스 경쟁은 송금·예금·투자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환테크(환율 + 재테크), 해외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현명한 거래 및 투자를 위해선 각 서비스가 어떤 방식으로 제공되는지,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거래 비용을 낮추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수수료가 얼마인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1│해외 결제 땐 ‘트래블카드’…재환전 수수료 따져봐야
해외여행의 필수가 된 트래블카드. 해외 결제 수수료 무료와 환전 시 환율 우대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트래블카드는 현재 가장 인기 높은 해외 결제 수단이다.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가 2024년 12월 소비자 2153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53.3%는 해외 결제 시 가장 선호하는 수단으로 트래블카드를 꼽았다. 해외여행자 2명 중 1명은 트래블카드를 쓰는 것이다.
트래블카드 경쟁에 참여한 대부분 금융사는 환전 수수료 무료, 해외 결제나 해외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 무료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트래블카드는 원화를 외화로 환전해 전용 외화 통장에 예금하면, 이를 해외에서 카드로 결제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이 카드로 원화를 외화로 바꿀 땐 수수료가 없다. 그러나 남은 외화를 원화로 다시 바꿀 때는 대부분 수수료를 부과한다.
하나은행 ‘트래블로그’, KB국민은행 ‘트래블러스’ 카드는 재환전 수수료가 1% 붙는다.
신한은행 ‘쏠(SOL) 트래블’, 우리은행 ‘위비트래블’ 카드는 수수료 0.5%가 책정돼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단순히 수수료 수익을 내기 위함이라기보다 환투기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며 “가급적 필요한 만큼만 환전해 사용 후 필요시 현지에서 추가 환전하는 것이 재환전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현재까지 유일하게 재환전 수수료까지 무료인 것은 토스뱅크의 ‘외화통장’뿐이다.
도난이나 부정 사용에 대한 보상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트래블카드는 법적으로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분류돼 발급 기관의 책임 범위가 다르다. 이 때문에 전자 금융업자는 분실·도난 신고 전에 발생한 부정 사용 금액은 보상할 의무가 없다.


2│외화 송금한다면…핀테크 제휴 인터넷 은행 주목
은행의 외화 송금 체계는 꽤 복잡한데, 송금부터 수취까지 크게 네 번의 수수료가 매겨진다. 예를 들어 A씨가 미국에서 공부 중인 딸에게 5000달러를 송금한다고 가정할 경우, A씨의 송금 요청을 받은 국내 은행 B는 중간에 있는 외국계 중계은행 C에 전신환(T/T·Telegraphic Tranfer, 전자통신망을 이용해 외화를 송금하는 방식)으로 송금 지시를 보낸다. C는 미국 내 딸의 계좌가 있는 지급 은행 D로 송금 지시를 최종 전달하며, D는 딸의 계좌에 5000달러를 입금하거나 현금으로 지급한다. 이 과정에서 B는 ‘송금 수수료’, C는 ‘중계 수수료’, D는 ‘통지(타발) 수수료’를 A씨로부터 떼 간다. 또 A씨는 전신환 수수료인 ‘전신료’도 B에 내야 한다.
수수료는 은행마다 모두 다른데, 송금 수수료는 창구에서 보내는 것보다 온라인으로 송금할 때 싸다. KB국민·하나·NH농협은행은 미국 달러 기준 5000달러 이하에 3000원, 5000달러 초과 시 5000원을 부과한다. 창구에서 외화 송금 시 5000달러 초과 땐 수수료가 최대 2만5000원으로, 최대 5배 높아진다.중계 수수료는 은행 간 제휴 여부, 통화별로 다르나 대체로 약 10~20달러다. 타발 수수료는 10~20달러다. 전산료는 건당 8000원 수준이다. A씨가 딸에게 5000달러를 보낼 때 내야 할 수수료는 총 3만8000~8만8000원쯤이다. 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과 제휴한 해외 현지 은행 계좌로 돈을 보낼 경우 송금 수수료와 중계 수수료를 5달러 안팎까지 낮출 수 있다”며 “또 환율 우대가 은행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 점도 잘 살펴야 한다”라고 했다.
외화 송금 거래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터넷 전문 은행은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업체와 손을 잡기도 한다. 케이뱅크는 미국 송금 업체 ‘머니그램’과 제휴해 외환 송금액에 상관없이 건당 수수료로 4달러만 받는다. 돈을 받는 사람은 머니그램 제휴처를 방문해 부여받은 거래 번호를 제시하고 돈을 수령하면 된다. 현금으로 받을 수도, 본인 계좌로 받을 수도 있다. 카카오뱅크 역시 ‘웨스턴유니언’과 제휴해 수수료를 건당 5달러로 고정하고 있다. 일반 외환 송금 시 돈을 받기까지 3~5일이 소요되는데, 핀테크를 통하면 1분 내로 받을 수 있다.
3│외화 예금·RP·ETF ‘환테크’ 땐 환율 우대율 높아야 유리
가장 손쉽게 접근이 가능한 환테크 금융 상품은 ‘외화 예금’이다. 국내 일반 원화 예금을 만들듯, 시중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이 방식은 외화 예금에 저축한 통화를 원화로 바꿀 때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환차익에는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또 미국 기준금리(연 4.25~4.5%)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국내 일반 원화 예금보다 금리가 높은 것이 장점이다. 달러는 연 3~4%대, 유로화는연 1%대, 엔화는 0%대 금리를 준다. 다만 입출금 수수료(수수료율 1~3%)가 붙기 때문에 환율 우대율이 높은 상품을 고르는 것이 유리하다. 이 외화 예금을 통해 해외 주식에 투자할 수도 있다. 해외 주식 거래를 위해선 별도의 증권 계좌를 만들어야 하나, 최근 하나은행은 해외 주식 거래가 가능한 외화 예금 통장을 출시했다. 해외 주식 투자 때 드는 수수료는 환전 수수료, 거래 수수료다. 거래 수수료는 통상 0.25% 수준이다.
각 금융사는 미국 주식 투자 열풍이 지속되자 소비자 유치를 위해 ‘수수료 0원’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2026년 말까지 환전·거래 수수료는 물론 유관 기관에 납부해야 하는 제비용 완전 무료를 선언했다.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외화 환매조건부채권(RP)’도 인기다. 해외 주식 투자용으로 환전해 둔 달러 예수금을 단기간 굴릴 때 활용하는 것이다. 역시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고, 이자율도 외화 예금보다 높다. 단, 예금자 보호가 안 된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더 적극적인 외화 투자처로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들 수 있다. 연 0.2~0.4%대의 운용 수수료와 배당 소득세(매매 차익의 15.4%)가 매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