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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할 때마다 발목이 자꾸 꺾인다.” “가끔 접질리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일상에서도 자주 그런다.” 

발목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에게 흔히 듣는 소리다. 한쪽 발목만 자꾸 삐끗하고 계단이나 평지를 걷다가 자주 발목이 휘청거리거나 접질린다면 ‘체질 탓’이 아니라 ‘발목불안정증’을 의심해야 한다. 물론 한두 번의 염좌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발목 접질림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발목불안정증은 반복된 염좌로 인해 발목을 지지하는 인대가 손상되거나 느슨해지면서 관절의 안정성이 무너진 상태를 말한다. 처음에는 큰 통증 없이 지나가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불안정한 느낌이 자주 들고 보행 시 발목 통증이나 피로감이 동반되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

특히 과거 발목을 자주 삔 경험이 있는 사람, 하이힐을 자주 신는 여성, 운동을 즐기는 중장년층은 더 큰 주의가 필요하다. 젊을 때는 인대의 탄력과 회복력이 좋아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중년 이후에는 탄력이 줄어들고 손상된 조직이 스스로 회복되는 속도도 느려진다. 이렇게 미세 손상이 누적되면 만성 발목 통증을 유발하는 불안정증으로 진행되기 쉽다.

이런 상태를 방치하면 발목 관절 내부의 연골이 마모되고, 반복된 염좌가 관절염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결국 보행 패턴 변화와 만성 통증, 심한 경우 퇴행성 발목 관절염으로 진행돼 수술이 필요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 따라서 발목불안정증은 초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고, 증상이 아직 가벼울 때 적극적으로 비수술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인 보존 치료는 발목을 지지하는 보조기 착용, 물리치료, 체외 충격파, 프롤로 주사 치료 등이 있다. 여기에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발목 근력 운동을 병행하면 회복에 도움이 된다. 체외 충격파 치료는 통증 부위에 충격파를 전달해 조직 회복을 촉진하는 방법으로, 혈류 개선과 통증 완화 효과가 있다. 프롤로 주사 치료는 손상된 인대 주변에 고농도 포도당을 주입해 염증 반응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조직의 재생과 강화에 도움을 주는 치료법이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으로는 고무밴드를 활용한 저항 운동이나 발끝 들기, 한 발로 균형 잡기 같은 발목 근력 강화 운동이 있다. 발목 인대를 강화하고 재발을 막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런 치료에도 불구하고 6개월 이상 증상이 나아지지 않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발목을 자주 접질린다면, 인대 봉합술이나 재건술 같은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수술 후에는 일정 기간 깁스 고정과 목발 보행이 필요하다. 이후 점진적으로 체중을 부하하며 보행 훈련과 재활 운동을 병행하게 된다. 회복에는 수개월이 걸린다. 물리치료와 발목 근력 회복 훈련이 반드시 병행돼야 일상으로 복귀가 가능하다.

허동범 연세스타병원 병원장 - 현 경희대 의과대학·의과전문대학원 외래교수, 현 정형외과 전문의, 현 대한정형통증의학회 정회원, 전 중국 청도시립병원 한중사랑관절전문센터 의료진
허동범 연세스타병원 병원장 - 현 경희대 의과대학·의과전문대학원 외래교수, 현 정형외과 전문의, 현 대한정형통증의학회 정회원, 전 중국 청도시립병원 한중사랑관절전문센터 의료진

다음은 발목불안정증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다. 이들 항목 중 두 개 이상 해당한다면, 발목불안정증 가능성을 고려해 전문의 상담이 필요하다.

△같은 발목을 1년에 2회 이상 삔 적이 있다

△평지나 계단에서도 자주 발을 헛디딘다 

△발목이 자주 붓고 불편함이 반복된다 걷거나 운동할 때 발목에 힘이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오래 걸으면 발목 주변이 쉽게 피로하거나 욱신거린다.

발목에 반복되는 꺾임이나 불안정한 느낌이 있다면 ‘나는 원래 발목이 약해’라는 생각으로 넘기기보다는 바로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자주 삐는 발목은 치료가 필요한 신호이며 조기에 대응한다면 수술 없이도 건강한 보행을 지킬 수 있다. 

허동범 연세스타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