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태 엠지알브이(MGRV) 대표 - 고려대 교육학, 전 HGI 최고운영책임자(COO), 전 베인앤드컴퍼니 이사 / 사진 엠지알브이
조강태 엠지알브이(MGRV) 대표 - 고려대 교육학, 전 HGI 최고운영책임자(COO), 전 베인앤드컴퍼니 이사 / 사진 엠지알브이

공고하던 한국 특유의 전세 제도에 균열이 생겼다. 대규모 전세 사기가 발생한 이후 신의에 기반한 개인 간 거래가 주를 이루던 국내 주거 시장에 틈이 벌어진 것이다. 여기에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1인 가구 증가로 자금 운용이 유연한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더해졌다. 이러한 주거 시장의 변화에 기업형 민간 임대주택 시장이 개화할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에서는 ‘기업이 집주인’이라는 개념은 낯설다. 최근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맹그로브 신설’에서 만난 부동산 임팩트 디벨로퍼 엠지알브이(MGRV) 조강태 대표는 “해외에서는 이미 임대 시장의 30%가 기업이 집주인”이라며 “도시가 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업형 민간 임대주택의 비중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엠지알브이는 국내 기업형 민간 임대주택 시장의 선두 주자다. 코리빙(Co-living) 브랜드인 ‘맹그로브’를 운영하고 있다. 코리빙은 개인 공간 외 주방·거실·커뮤니티 공간을 공유하는 주거 형태다. 맹그로브가 주거 시설에 대한 기획부터 개발, 운영까지 담당한다. 쉽게 말해 맹그로브라는 주택의 집주인인 셈이다. 엠지알브이는 현재 서울, 강원, 제주에 여섯 개 맹그로브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은평 시니어 하우징,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역세권 청년주택 등 서울 내 여섯 개의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 10대 연기금인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도 국내 기업형 민간 임대주택 시장의 가능성을 크게 평가했다. CPPIB는 올해 초 엠지알브이와 공동 투자를 위한 조인트벤처(JV) 협약을 체결하고 1조원 규모의 민간 임대주택 개발 사업에 나섰다. CPPIB와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총 16개 지점 최대 5500여 명 수용 가능한 규모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게 된다. 조 대표는 기업형 민간 임대 시장이 발전할수록 “주택의 공급보다는 사용이 중요한 시대로 넘어갈 것”이라고 했다. 조 대표가 보는 국내 주거 시장의 미래는 어떨까. 다음은 일문일답.

국내에서는 기업형 민간 임대주택이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다. 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가.

“전 세계 도시가 자산 가격 상승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자기 집을 소유할 수 없지만 사용해야 하는 사람이 생겨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업형 임대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민간 기업이 제공하는 임대주택은 극히 적다. 개인과 공공에서 제공하는 임대주택은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에 한계가 있다. 자본력 있는 기업이 이를 효율화하고 규모를 키우고 원가를 낮춰 공급하면 이 한계를 메울 수 있다.”

세계적인 연기금인 CPPIB가 국내에 투자한 의미를 해석해 달라.

“CPPIB 투자를 기점으로 국내 주거 시장이 아예 달라질 것이다. 과거 고성장 시기처럼 주택을 짓고 팔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택을 투자하고 계속해서 운영하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게 된다. 쉽게 말해 주거 측면에서 이전에는 작은 상가에서 쇼핑했는데, 이제는 대규모 쇼핑몰이나 백화점에서 (살고 싶은 집을) 선택하는 것이다. 공급이 중요한 시대에서 사용이 중요한 시대로 넘어가는 것이다.”

기업이 임대 사업을 할 때 임대료가 급격히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기업이 들어오면 임대료를 올린다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기업 참여율이 1%가 되지 않는 지금 민간 임대 시장에서도 임대료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기업형 민간 임대주택은 부동산 분양처럼 고수익을 추구하는 사업이 아니다. 한 번에 돈을 버는 데 관심이 없다. 채권처럼 장기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게 좋다. 개인 임대인이 상가 공실이 나더라도 임대료를 낮추지 않는 것처럼 기업이 버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고객이 외면하면 회사는 사라진다.”

엠지알브이가 운영하는  
코리빙 하우스 ‘맹그로브 신촌’/ 사진 엠지알브이
엠지알브이가 운영하는 코리빙 하우스 ‘맹그로브 신촌’/ 사진 엠지알브이

기업형 민간 임대 시장에서 엠지알브이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디지털 전환(DX)이다. 고객이 집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계약하고 입주해서 살게 되는 전 과정이 100% 온라인으로 돼 있다. 시설이나 계약 기간, 호실 등과 관련한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이를 구현한 것은 엠지알브이가 유일하다. 고객을 중심으로 수직 통합된 조직이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엠지알브이는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 가장 먼저 생각한다. 이후 공간 기획하고 개발한 뒤 계획에 따라 운영한다. 상품·공간 기획, 개발, 운영, 테크 조직이 하나의 조직 안에 있다. 이러한 점이 CPPIB와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었던 이유다.”

엠지알브이가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코리빙도 기획하고 있다. 건설사, 보험사 등에서도 시니어 주택에 관심이 있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코리빙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시니어라고 생각했을 때 케어가 필요하다고 보지만 이는 80대 이후다. 우리 사업은 65~75세가 타깃층이다. ‘이미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시니어 하우징이 필요할까’라는 질문을 했다. 그런데 이곳은 의무와 부담 없이 건강한 인생을 어떻게 즐겁게 살아갈지 고민하는 시니어층에 답을 줄 수 없다. 우리는 ‘하루 일과 시간표를 채울 수 있는, 즐길 수 있는 주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기존 코리빙과 구성 공간과 사용 방식이 다를 것이다. 평생 모은 재원을 아껴야 하므로 사용료 구조도 재설정할 계획이다.”

엠지알브이는 2029년 서울 은평구에 시니어 특화 하우징을 선보일 예정이다.

엠지알브이가 일본 진출도 앞두고 있다. 일본은 이미 기업형 민간 임대주택이 보편화됐다. 임대주택의 60% 이상을 임대 전문 기업이 운영 중이다. 어떤 방식으로 진출할 계획인가.

“일본에서는 직접 부동산 개발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은 한 회사가 관리하는 주택수가 127만 개나 된다. 개인 집까지 임대 운영을 기업에 맡기는 구조다. 그런데 시스템이 없다. 디지털 전환이 앞선 우리의 강점으로, 3년 안에 일본에 진출해 보려고 한다. 이 솔루션이 필요한 것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2024년까지 정부에서는 임대주택을 기업화 해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기조였다. 올해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사업자로서 정부에 바라는 게 무엇인가.

“산업은 (기업형 민간 임대 시장을 위한) 많은 준비가 돼 있다. 그러나 규제 측면의 예측 가능성이 작다. 다른 나라는 민간 회사가 주거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게 허용하는데 우리나라는 규제가 많고 산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작아 투자자가 투자를 꺼린다. 투자가 없으면 산업도 없다. 국내 여러 기관에서도 관심은 있지만, 시장이 바뀌는 모습을 더 보기를 원한다. 정책 신뢰성이 떨어지니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다. 정책의 일관성이 필요하다. 주거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줘야 한다.” 

어떤 형태의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인가.

“엠지알브이의 주택을 통해 고객이 온전히 즐기면서 살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다. 주거 공간을 살맛 나게 바꾸는 것이다. 지역의 커뮤니티를 강조하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숫자로는 단기간 10만 실 관리가 목표다. 한 집에서 나오는 매출액이 1년에 10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전체 규모는 1조원이 된다. 기업으로서는 매우 안정적이고 의미 있는 거래 규모다. 그렇게 되면 주거 공간이 플랫폼이 된다. 금융, 가전 회사 등 다양한 산업과 협업할 수 있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김유진 조선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