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제’라는 말은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줄임 말이다. ‘세상을 잘 다스려 백성을 구한다’라는 뜻이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에서도 사용하는 이 말의 출처로 장자의 ‘제물론(齊物論)’에서 ‘경세’가, ‘서경(書經)’에서 ‘제민’이 나왔다는 주장이 유력하다. 이를 오늘날의 뜻으로 처음 사용한 사람은 일본 막부 시대 철학자 다자이 순다이(太宰春臺)라고 한다. 그는 1729년에 ‘경제록(經濟錄)’이라는 책에서 이 말을 썼다. 영어 ‘이코노미(economy)’의 어원은 그리스어 ‘오이코노미아(oikonomia)’다. ‘집안일 관리’라는 뜻이다. 후에 ‘국가의 부와 자원을 잘 관리함’이라는 뜻으로 의미가 확장됐다. 이렇듯 동서양을 막론하고, 경제의 개념은 모두 일반 백성이나 가정에서 출발하며 경제정책의 요체는 국민의 삶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전거복철 후차지계(前車覆轍 後車之戒)’는 ‘앞 수레가 엎어진 바퀴 자국은 뒤따르는 수레에 대한 경고’라는 뜻이다. 다른 이의 실패를 거울삼아 경계하라는 것이다. 한나라 5대 황제 문제(文帝) 때 가의(賈誼)라는 충신이 올린 진나라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 것을 간청한 상소문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에 문제는 여러 개혁을 시행해 나라의 큰 번영을 이뤄냈다.
# 제2차 세계대전 중 작전 계획을 가장 잘 짠 군대는 독일과 일본이라는 게 군사전문가의 중론이다. 이 중 일본의 1941년 말 진주만 공습을 두고 잘 준비했던 기습 작전이라는 평가가 있다. 또 제2차 세계대전 초기 파죽지세로 싱가포르까지 점령한 것도 치밀한 작전 계획의 결과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이런 작전 계획은 전쟁이 길어질수록 한계를 드러냈다. 현장 지휘관에게 재량권을 주지 않고 본부의 원래 작전 계획으로 움직일 것을 주문한 결과, 급변하는 전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자멸에 가까운 패배를 거듭하게 됐다. 그럼에도 본부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반해 본부가 전장의 큰 그림을 그리되, 현장 지휘관에게 많은 재량권을 부여한 미군은 실제 전황 전개에 맞춰 군대를 움직여 ‘과달카날전투(1942년 11월 12~14일)’ 이후 단 한 번의 패배도 기록하지 않았다.
# ‘손자병법’ 군쟁(軍爭)편에 나오는‘우직지계(迂直之計)’란 ‘가까운 길을 곧게만 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돌아갈 줄도 아는 지혜’라는 뜻이다. 빤히 보이는 길을 돌아가는 것은 언뜻 바보 같지만, 실제는 가장 효율적이고 지름길일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경제정책 실행에서 이 우직지계가 적용되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예컨대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할 목적으로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을 억제하면서 기업 수익을 올려준다면,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고용이 늘고 임금도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얼마 전 계엄과 탄핵의 혼란 끝에 3년 만에 새 정부가 출범했다. 지난 윤석열 정부(윤 정부)는 경제에 관한 한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은 문재인 정부(문 정부)를 이어받았다. 그만큼 부담과 함께 만회할 기회도 있었는데, 윤 정부도 실제 성적은 합격점을 받기 어렵다.
새 정부는 앞선 두 정부보다 더 나쁜 경제 상황에 돛을 올렸다. 미·중 무역 전쟁에 이은 관세전쟁,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중동의 여러 국지전 등으로 세계 교역량이 줄고, 미국과 중국 등 세계 주요국 경제도 갈수록 더 힘들어지는 추세다. 한국 경제는 국내 정치 혼란까지 겹치며 ‘제로성장’의 양상을 보인다. 이런 상황 속에서 출발한 새 정부에 필자는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둘째, 정책 수행 시 현장 목소리에 항상 귀를 기울이고, 시장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것을 바란다. 오래 준비한 덕분인지 이재명 정부 공약은 상대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자신이 ‘진정한 보수’라고 천명했던 만큼 시장경제 원칙에 충실한 내용도 많이 보인다.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공약도 시장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는 있다. 특히 이념이 지나치게 많을 정도로 반영된 공약은 ‘선의’는 택하되, 실행은 시장 상황에 따라 현장에 맡겨 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셋째, 미국 및 서방과 경제·통상·외교 노력을 강화하라는 것이다. 조선왕조의 광해군 시절처럼 한국은 선택을 고심할 시점이다. 경제력, 군사력, 첨단 기술 면에서 아직도 미국은 세계 최강이며, 달러 발권국으로서 한국 경제를 쥐락펴락할 수 있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를 무기로 세계와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어, 어느 나라든 미국의 표적이 됐다간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반면 주요 2개국(G2)의 한 축인 중국은 아직 미국과 격차가 심하고, 미국과의 무역・관세전쟁 등으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양상이다. 여기에 국가 수뇌부 교체설 등 정정 불안 조짐도 보인다. 여기에 국가 수뇌부 교체설 등 정정 불안이 생길 우려도 있다. 중국 시장도 포기할 수 없지만, 그보다 먼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는 얘기다. 후보 시절의 몇몇 발언으로 생긴 오해를 적극적으로 풀고, 미국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 정·관·재계 등의 미국 인맥을 총동원하고 대통령부터 나서서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최소한 관세 폭탄의 직격탄을 피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재정 준칙’ 도입 등으로 정책을 펼 때, 재정에 미치는 부담을 항상 고려할 것을 권한다. 문 정부 시절 엄청난 속도로 늘어난 국가 부채는 이미 국가 재정 건전성에 노란불을 켜놨다. 새 정부 정책은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것이 많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무턱대고 수행한다면 청년과 후대 세대에게 두고두고 큰 부담을 지우고, 장기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릴 것이다. 그러므로 막대한 재정 투입이 필요한 공약은 실행 시기를 임기가 끝난 이후까지라도 길게 잡아 연간 재정 부담을 분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모쪼록 새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 그리고 그 목적인 국민 삶 개선을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