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단체 기후솔루션과 그린피스,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들이 5월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블루수소 인증제’ 헌법소원 소송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 뉴스1
비영리단체 기후솔루션과 그린피스,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들이 5월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블루수소 인증제’ 헌법소원 소송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 뉴스1

유엔(UN) 산하 세계기상기구(WMO)가 5월 28일(현지시각) 발표한 전 지구 기후 업데이트 보고서(GADCU)는 현재의 글로벌 기후 위기 노력으로는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이 정한 기온 상승 억제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보고서는 향후 5년 동안 한 해라도 지구 연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넘을 확률은 86%이고 5년 평균온도가 1.5도를 초과할 확률은 70%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보고서는 연평균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2도를 넘을 확률도 처음으로 제시했다.

파리협정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전 지구적 장기 목표를 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발표된 전 지구 기후 업데이트 보고서가 제시한 기온 상승에 대한 확률이 현실이 되더라도 당장 파리협정 위반을 논하기에는 이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국의 글로벌 기후 위기 대응 공조 철회와 주요국의 관련 정책 후퇴 기조에 따라 파리협정 이행이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럴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만에 하나 목표 달성에 최종 실패한다면 누구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전 세계 기후 소송 계속 증가하는 추세

파리협정의 성패가 아직 결론 나지 않은 가운데 전 세계 기후 소송은 이미 수천 건에 이르며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국제사법재판소(ICJ)와 유엔해양법재판소(ITLOS) 등 국제 법원에서도 기후변화에 대한 국가 책임을 묻는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인명과 재산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기상이변을 뚜렷이 목격하고 있는 가운데 기후 위기가 법의 심판대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미국 컬럼비아대 세빈기후법센터(Sabin Center for Climate Change Law)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미국에서 발생한 기후 소송은 약 1465건에 이르고,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제기된 소송은 2025년 기준으로 54개국에서 약 946건에 이른다. 

김진효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외국변호사 - 한양대 경제학, 에섹스대 경제학석사, 루이스 앤드 클록 로스쿨 법학석사, 전 THE ITC 기후환경팀장,  전 포스코 무역통상팀 매니저
김진효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외국변호사 - 한양대 경제학, 에섹스대 경제학석사, 루이스 앤드 클록 로스쿨 법학석사, 전 THE ITC 기후환경팀장, 전 포스코 무역통상팀 매니저
전 세계 기후 소송은 인권, 환경법, 헌법 등 다양한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크게 정부를 상대로 하는 것과 기업 및 개인을 대상으로 한 소송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후 소송은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인권 문제로 접근되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작년 우리나라 헌법재판소의 기후 소송 판결이나 유럽인권재판소의 스위스 정부를 상대로 한 판결에서 국가의 기후변화 대응 부족이 청년 등 미래 세대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해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판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결국 기후 소송이 정부나 기업에 기후 대응을 촉진하게 하는 수단이 되고 있으며 앞으로 각국의 기후 정책과 기업의 대응 전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먼저, 미국 기후변화 소송은 헌법, 연방법, 주법, 일반법 등 다양한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 미국 연방 법률인 국가환경정책법(NEPA)에 근거한 환경영향평가의 적절성, 멸종위기종법(Endangered Species Act)에 따른 기후변화로 인한 야생동물 피해 그리고 청정대기법(Clean Air Act)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 규제와 관련된 소송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 외에도 헌법에서 보장한 생명권과 재산권 침해, 공공 신탁(Public Trust Doctrine)에 근거한 주 정부의 환경보호 의무 위반 여부에 관한 것이나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조치를 요구하는 소송도 있다. 

미국 몬태나주에서는 지난 2023년 16명의 청소년이 주정부의 화석연료 지원 정책이 헌법상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을 누릴 권리를 침해한다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는데, 이 경우는 미국 최초로 기후변화와 관련된 헌법 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한 사례로 기록되었다. 이는 기후 정의 실현을 위한 법적 도구로서의 헌법 소송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열어준 사례로 향후 정부와 기업의 기후 책임을 묻는 소송의 확대에 대한 법적 근거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건에 따르면, 몬태나주는 풍부한 석탄, 석유, 천연가스 자원 개발을 통해 화석연료 산업을 적극 지원해 왔는데, 원고는 기후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개발 허가 행위가 기후 위기를 악화시키고 미래 세대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소송에서는 과학자와 의료진 등 전문가 증언을 통해 원고 청소년이 기후변화로 인해 실제로 호흡기 질환, 산불 피해, 정신 건강 악화 등을 겪고 있다는 점을 입증해 승소를 끌어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미국에서 기업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기후 소송 중에는 올해 워싱턴주에서 극심한 폭염으로 사망한 여성의 유족이 석유 기업인 엑손모빌 등 일곱 개의 화석연료 기업을 대상으로 제기한 사건이 있다. 기록적인 폭염이 단순히 자연재해가 아니라 화석연료 기업의 무책임한 행위에 따른 결과라고 주장하는 이 사건은 현재 진행 중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개인의 사망에 대해 화석연료 기업의 책임을 묻는 소송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당 사건은 기후변화에 관련된 법적 책임 범위를 확장하고 특히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더욱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계층이 기후 정의 실현 위해 행동 나서

미국 이외의 다른 국가에서도 기후 소송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컬럼비아대 세빈기후법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정부를 대상으로 환경영향평가의 적절성을 묻는 소송이 300건으로 가장 많았고,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나 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도전도 230여 건 발생했다. 그 밖에 기후변화로 인한 인권침해, 생태계 파괴에 관한 정부 책임을 묻는 소송이나 환경 정보에 대한 접근을 요구하거나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사회적 정의를 강조하는 소송 등도 있다. 최근에는 기업의 허위 환경 주장에 대한 기후 워싱 소송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전 세계 기후 소송은 기후 위기에 대한 법적 대응의 핵심 수단이 되고 있다. 국가의 정치적 대응이 부족한 상황에서 청소년과 원주민 등 다양한 계층이 기후 정의 실현을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후 소송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법적 절차의 복잡성 등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법원 판결이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치적 의지와 사회적 합의도 필요할 것이다. 

뻔한 말이지만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후 위기는 우리의 삶과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법적 책임과 대응이 시급해지고 있다. 

정부는 탄소 중립(net zero·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량도 늘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늘어나지 않는 상태)을 위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재검토하고 실질적인 감축을 위한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기후 적응 전략을 수립해 재난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인프라 투자도 확대해야 할 것이다. 기업이나 개인도 보다 책임감 있는 기후 위기 대응 노력이 필요한 때다. 부디 가까운 미래에 전 세계 곳곳에서 파리협정 기후 목표 달성 실패에 따른 기후 소송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김진효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