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후 국회입법조사처장 - 서강대 정치외교학 학·석사, 영국 런던대(UCL) 정치학 박사, 전 서강대 글로컬 한국정치사상연구소 전임연구원, 전 행정안전부 장관정책보좌관, 전 국무총리 메시지비서관, 전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교수 /사진 국회입법조사처
이관후 국회입법조사처장 - 서강대 정치외교학 학·석사, 영국 런던대(UCL) 정치학 박사, 전 서강대 글로컬 한국정치사상연구소 전임연구원, 전 행정안전부 장관정책보좌관, 전 국무총리 메시지비서관, 전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교수 /사진 국회입법조사처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부 부처 개편 논의가 시작됐다. 정부 부처 개편도 결국 입법 현안이다.”

이관후 국회입법조사처장은 6월 16일 인터뷰에서 “부처 개편은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는 내용인 만큼 입법 과정에서 논쟁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 선제적으로 보고서를 작성 중인데 7월 중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처장은 “보고서에 주요 쟁점과 함께 부처개편에 대한 시나리오 등을 제시하려고 한다”며 “국회입법조사처가 결론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주요 쟁점이 무엇인지 사전에 정리해서 입법 과정에서 발전적인 토론이 이뤄지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2007년 설립된 국회입법조사처 업무는 크게 두 가지다. 국회의원의 요구에 따라 입법· 정책에 관한 정보와 자료를 조사 및 분석해 제공하는 ‘입법조사회답’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정부 입법과 정책 등을 조사한 결과를 담은 다양한 ‘현안 보고서’ 발간이다. 이 처장은 “입법조사회답은 입법 과정에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와 전문적 의견을 담아내기 위한 국회입법조사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며 “설립 18년 만에 9만 건 넘는 입법조사회답을 처리했다”라고 했다. 이어 “현안 보고서는 대내외적 입법·정책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국가적 과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누적 4000건이 넘게 발간됐으며, 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1건 이상(연평균 250건) 현안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 처장은 영국 런던대(정치학 박사)를 졸업하고 행정안전부 장관정책보좌관, 국무총리 메시지비서관,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교수로 활동하다가 2024년 11월 역대 최연소로 제10대 국회입법조사처장으로 임명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회입법조사처의 역할과 기능은.

“국회입법조사처는 국회 싱크탱크로, 국내 유일의 국정 전 분야 입법·정책 전문 연구 기관이다. 국회의원 및 국회 위원회에 입법조사회답서와 현안 보고서 등을 제공해 헌법이 부여한 국회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국회입법조사처에는 170명이 몸담고 있는데, 이 가운데 100명 정도가 입법 관련 조사관이다. 대부분이 박사 학위 소지자이고, 국회 위원회에서 일한 경험이 있거나 변호사인 사람도 있다.”

입법은 국회의원이 하는 것 아닌가.

“1명의 국회의원 의원실에 평균 10명 내외의 인원이 근무하는데, 이 가운데 입법을 다루는 인원은 5명 정도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국회의원이 입법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돕는다. 가령 법률안이 시행될 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반적인 영향을 예측 및 분석한다. 법률 시행 후 경제·사회·문화적 영향과 입법 목적 달성 여부 및 부작용 등을 검증하는 동시에, 개선 방안을 제시한다.”

국회의원 중 대다수가 변호사, 검사, 판사 등이다. 이들이 전문가 아닌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꼭 법률가일 필요는 없다. 국회에서 진행하는 모든 입법 과정을 국회입법조사처가 지원하기 때문이다. 법률적 지식이 없더라도 사회 현상이나 현안에 대한 분명한 문제의식이 있고, 명확한 해결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면 법률가보다 더 좋은 법률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국회의원의 입법은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은 데 전혀 그렇지 않다. 전문가로 구성된 국회입법조사처가 국회의원의 모든 입법 활동에 의견을 내고, 꼼꼼하게 확인하기 때문이다.”

입법 후 진행되는 사후 평가보다 입법 이전에 시행되는 연구 조사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입법은 상시로 이뤄진다. 그러니 입법 이전에 연구 조사를 거쳐 입법하고, 사후 평가하는 프로세스는 개념적 경로다. 실제로는 입법 이전의 연구 조사와 입법, 현안 분석(사후 평가)이 동시에 이뤄진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크게 세 가지 보고서를 낸다. 사회적 문제나 현안 발생 시점 1개월 이내에 내놓는 ‘이슈와 논점’은 입법 이전에 시행되는 연구 조사다. ‘현안 분석’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령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나온다. 입법이 이뤄진 후 나온 사후 평가라고 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법 시행 이전에 나온 선제 대응이라고도 할 수 있다. 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입법영향분석’ 보고서를 발간한다. 추가로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도 있다.”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통합과 관련해, 2024년 12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낸 보고서가 주목받았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마일리지 통합안을 6월 12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제출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공정위가 당일 통합안을 반려했다. 제출한 마일리지 사용처와 통합 비율 설명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4년 12월 ‘통합 항공사 출범 이후 항공 산업 경쟁력 확보 및 소비자 보호 방안’ 보고서를 통해 1 대 0.9의 통합 비율을 제시했다. 국제 선례, 가격 및 서비스 격차, 마일리지 활용 기회 확장 가능성, 항공 동맹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린 결론이다. 공정위가 어떤 판단을 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가 마일리지 통합 비율의 기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국가기관 중 처음으로 '위헌·위법'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비상계엄 선포는 실질적·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헌·위법하다는 것이 학계의 대체적인 견해였고,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 상황이 없었음이 명백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계엄과 탄핵 과정에서 다양한 법률적 판단이 있었지만,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보면 결국 국회입법조사처가 정리한 내용이 틀리지 않았던 것 같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정부의 부처 개편에 관한 국회입법조사처 연구도 진행 중인가.

“물론이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부 부처 개편 논의가 시작됐다. 정부 부처 개편은 결국 입법 현안이다.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는 내용인 만큼 입법 과정에서 논쟁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 선제적으로 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보고서에는 주요 쟁점과 함께 부처 개편에 따른 시나리오 등을 제시하려고 한다. 중요한 건 부처 개편 논의가 정쟁으로 흐르지 않고, 정확한 논점으로 발전적인 토론을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결론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주요 쟁점이 무엇인지 사전에 정리해서 입법 과정에서발전적인 토론이 이뤄지도록 돕는 게 우리 역할이다. 7월 중으로 관련 내용을 담은 특별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새 정부 출범과 관련해 또 다른 주요 입법 및 정책 과제가 있는가.

“미·중 무역 갈등을 중심으로 한 외교·안보·통상 문제, 기후 위기와 에너지산업 전환,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따른 입법 조치 등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과제다. 신규 과제는아니지만 지방 소멸과 인구구조 변화도 대응해야 하는 과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여러 부처와 상임위원회가 협력해야 하는 복합 과제에 대한 융합 연구를 하는 데 특화된 만큼 관련 분야 과제를 적극 연구할 계획이다.” 

Plus Point

의원입법 늘어나는데 국회입법조사처 규모는 그대로

국회 의안 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의원입법 발의 건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제17대 국회에서 5728건이었던 의원입법 발의 건수가 제18대 국회에서 1만1191건으로 처음으로 1만 건을 넘었다. 이후 제19대 국회 1만5444건을 거쳐 제20대 국회에서는 2만1594건을 기록했다. 2020년 5월부터 2024년 5월까지 활동한 제21대 국회의 의원입법 발의 건수는 2만3655건으로 최고 기록을 세웠다. 6월 17일 기준 제22대 국회에 제출된 의원입법 발의 건수는 9992건이다. 제21대 국회에서 4년간 발의된 의원입법 건수 절반을 제22대 국회에서는 1년 만에 발의한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제22대 국회 의원입법 발의 건수는 2만5000건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의원입법 발의 건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입법 내용과 영향을 조사하는 국회입법조사처 규모는 10년째 170명으로 제자리다. 이 처장은 “대부분 국책 연구 기관에 적으면 200~300명, 많은 곳은 400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국회입법조사처는 2016년 이래 170명 정원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라며 “입법 발의 건수와 정책 현황이 꾸준히 늘어나는데 규모가 그대로이니 연구 조사에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국회입법조사처를 바라보는 대외 인식과 평가가 개선되면 자연스럽게 예산과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라며 “급변하는 대내외적 입법·정책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유능한 국회입법조사처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윤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