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셰 타이칸 GTS. /사진 포르셰
포르셰 타이칸 GTS. /사진 포르셰

5월 14일(이하 현지시각) 독일 동부 라이프치히를 출발, 남서부 슈투트가르트까지 약 460㎞를 포르셰 대표 전기차 타이칸 GTS를 타고 달렸다. 2019년 출시된 1세대 제품의 부분 변경 모델이지만, 배터리 등 핵심 부품을 업그레이드해 1.5세대로 불린다. 타이칸 GTS는 5월 26일 국내 정식 출시됐다. 

장거리 고속도로 주행에서 타이칸 GTS의 능력은 꽤 인상적이었다. 모델명에 붙은 GTS(Gran Turismo Sports·그란투리스모 스포츠)라는 말처럼 일반 모델과 비교해 편안하고 안정적인 승차감, 강력한 가속력 등이 돋보였다. 포르셰가 독일 및 유럽 전역에갖춘 초고속 충전망은 순수 전기차의 일상적인 사용을 돕는다. 인프라 문제로 전기차 운용이 어렵다는 말은 이제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슈투트가르트 레온베르크 포르셰 차징 라운지에서 타이칸 GTS가 충전 중이다. /사진 박진우 기자
슈투트가르트 레온베르크 포르셰 차징 라운지에서 타이칸 GTS가 충전 중이다. /사진 박진우 기자

고속에도 흔들림 없는 편안함

최고 출력 605마력, 최대 토크 80.6㎏f·m의 성능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도달 시간은 3.3초(1세대 대비 0.4초 빠름)다. 국내 출시 제품은 스포트 크로노 패키지를 기본 장착하는데, 패키지에 포함된 푸시 투 패스(Push to Pass) 기능을 활용하면, 버튼 조작만으로 출력 70㎾를 더 얻을 수 있다. 국내 인증 주행거리는 상온 복합 기준 425㎞로, 고성능 전기차로서는 준수한 편이다. 탄소 배출량은 당연하게도 ‘0’이다. 

타이칸 GTS는 800V(볼트) 급속 충전을 활용하면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단 18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충전 전력이 1세대보다 50㎾(킬로와트) 향상된 320㎾인 덕분이다. 국내서도 800V 충전을 지원하는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그룹)의 E-핏(E-pit) 충전소에서 초고속 충전이 가능하다. 포르셰가 국내에 설치한 포르셰 데스티네이션 충전기도 800V 충전을 지원한다. 

타이칸 GTS는 전용 섀시를 마련하고 있으며, 선택 품목(옵션)으로 리어 액슬 스티어링을 추가할 수 있다. 도로 환경에 따라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 포르셰 토크 벡터링 플러스(PTV Plus)는 주행 안정성과 고속 주행에 능하다. 선택 장착이 가능한 포르셰 액티브 라이드는 각 바퀴에 최적화된 하중 분배를 통해 고속으로 달릴 때 도로에 붙어있는 것 같은 접지력을 낸다. 

라이프치히 포르셰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출발해 본사와 타이칸 공장이 있는 슈투트가르트까지 독일의 고속도로 ‘아우토반’을 달렸다. 주행의 약 80%가 아우토반이었다. 고속도로에 올라 얼마 지나지 않아 동그란 원 안쪽에 다섯 개의 사선이 그려진 ‘속도 무제한’ 표지판을 만났다. 가속 페달을 꾹 밟으니 폭발적인 속도가 차에 걸리면서 총알이 튀어 나가듯 차가 앞으로 쭉 뻗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아우토반의 1차로는 ‘추월 전용차로’다. 앞질러 갈 차만 들어올 수 있다. 1차로로 달리는 동안 타이칸 GTS의 거동은 흔들림이 없었고, 높은 속도에서 불안은 느껴지지 않았다. 타이칸 GTS의 최고 속도는 시속 250㎞로, 국내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낼 수 없는 속도지만, 아우토반에서는 달랐다. 

차체 바닥에 들어간 고중량 배터리 덕분에 차는 꽤 안정적으로 낮은 자세를 유지했다. 곡선주로에서도 타이칸 GTS는 차의 균형을 잃지 않았다. 전기차 특유의 가볍게 치고 나가는 감성과 묵직한 속도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아우토반도 다른 고속도로처럼 중간에 공사 등 속도를 제한하는 구간이 있다. 이때도 타이칸 GTS는 안정적으로 속도를 줄이는 능력을 발휘했다. 

커피 한잔할 시간에 충전 끝

고속도로를 빠르게 달리다 보니 효율이 좋을 수 없었다. 출발지로부터 약 400㎞를 주행했을 때 타이칸 GTS 계기판에 ‘배터리가 소진돼 충전이 필요하다’는 문구가 떴다. 포르셰 본사로 가는 길에 있는 슈투트가르트 레온베르크 포르셰 차징 라운지(충전소)를 방문했다. 차징 라운지에서는 초고속 충전을 할 수 있다. 배터리 용량 80%까지 채우는 데는 18분이 걸린다. 커피나 음료수를 한잔하면서 즐기면 목적지까지 갈 전기를 충전할 수 있다. 차징 라운지는 내비게이션 지도상에 금색으로 표시돼, 다른 충전소보다 찾기 쉽다. 

차징 라운지 입구는 차단기로 막혀 있는데, 포르셰가 차를 구매할 때 발급해 주는 ID 카드로 들어갈 수 있다. 라운지는 포르셰 소비자만 이용할 수 있는 음료와 음식, 즐길 거리 등이 갖춰져 있고, 원하면 차를 닦을 수 있는 간이 세차 도구도 마련돼 있다. 

Plus Point

꿈같은 특별한 차를 만듭니다
포르셰 존더분쉬

산업 디자이너 루카 트라치가 제작에 참여한 993 스피드스터. /사진 포르셰
산업 디자이너 루카 트라치가 제작에 참여한 993 스피드스터. /사진 포르셰

독일어 존더분쉬(Sonderwunsch)는 ‘특별한 소원’ 이라는 뜻이 있다. 포르셰 최상위 맞춤형 제작 프로그램 ‘존더분쉬’ 역시 고객의 특별한 소원을 담는다. 길게는 8년에 걸쳐 세상에는 없는 나만의 차를 만들 수 있다. 

5월 16일 방문한 독일 슈투트가르트 포르셰 본사 내 존더분쉬 매뉴팩처에서는 여러 맞춤형 제작 차를 만날 수 있었다. 칼 하인츠 볼츠 존더분쉬 총괄은 “(차를) 촬영하는 건 금지돼 있다”라고 했다. 존더분쉬는 고객의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맞춤 제작 프로그램이다. 기존 출시 차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단종된 차는 차의 뼈대나 외관, 동력계를 새로 만들기도 한다. 고객은 원하는 모든 옵션을 담당 팀과 상의한다. 팀은 상상력이 기술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것인지를 따져 차 제작까지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고객에게 제안한다. 이런 콘셉트 작업에만 최대 1년이 걸리고 최종적으로 차를 건네받는 건 짧게 3년, 길게 8년이 걸린다. 비용은 콘셉트 단계에서만 10만유로(약 1억5800만원), 어떤 차를 만드느냐에 따라 200만~5000만유로(약 31억~778억원)까지 늘어난다. 

고객은 팀을 이끄는 ‘프로젝트 리더’의 지위를 받는다. 정식 사원증까지 발급된다. 해당 사원증으로 언제든 공장과 사무실을 드나들며 디자인, 개발, 제작 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커피 브랜드 ‘일리’의 에스프레소 머신을 디자인한 루카 트라치는 이 존더분쉬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노란색 993 스피드스터를 만들었다. 샛노란 이 차의 외장 색에는 트라치의 반려견에서 따온 ‘오토 옐로’라는 이름도 붙었다. 볼츠 총괄은 “존더분쉬 팀이 함께 작업한다면 디자인 기대치가 높은 고객도 만족시킬 수 있다”라며 “고객이 꿈꾸면 우리가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포르셰 개인 맞춤형 주문은 존더분쉬 외에도 미리 정해둔 여러 옵션과 파츠를 자유롭게 조합하는 익스클루시브 매뉴팩처도 있다. 1000개 이상의 선택지가 있다. 볼츠 총괄은 “포르셰 구매자 90% 이상은 한 개 이상의 익스클루시브 매뉴팩처 옵션을 선택한다” 라며 “(금액을 정확히 밝힐 순 없지만) 관련 매출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네 배 증가했고 2024년에는 전년 대비 7% 늘었다”고 했다.

라이프치히·슈투트가르트(독일)=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