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유튜브 역사상 최초로 조회 수 10억 회를 넘겼고, 한국 콘텐츠 기업 핑크퐁컴퍼니의 ‘아기상어’ 는 누적 조회 수 158억 회를 기록하며 지금까지도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4월 26일(이하 현지시각) ‘유튜브 20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영상’ 18편 가운데 한국 콘텐츠 두 편을 소개하며 이같이 설명했다. 유튜브가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동영상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한국 콘텐츠가 차지한 비중이 적지 않았다는 의미다. 

한국 유튜브 크리에이터(유튜버)가 제작한 콘텐츠의 세계적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 분석 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 유튜브 채널 시청 시간 중 35%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전 세계 구독자 100만 명 이상을 보유한 한국 채널도 1500개를 넘어섰다. 

한국에선 ‘크리에이터 이코노미(Creator Economy)’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란 창작자가 디지털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생산하고 수익을 창출하며 형성한 경제 생태계를 뜻한다. 유튜브에 따르면, 2024년 유튜브의 한국 국내총생산(GDP) 기여액은 2조9000억원으로 추산된다. 2023년(2조6000억원) 대비 3000억원이 늘었다. 같은 기간 유튜브를 통해 창출된 정규직 일자리는 5000개 증가한 7만5000개로 집계됐다. 유튜브가 단순한 영상 플랫폼을 넘어, 경제 기여와 일자리 창출을 아우르는 하나의 산업으로 평가받는 배경이다.

지금부터 소개할 크리에이터들은 그 가능성을 현실로 증명한 주역들이다. 이들은 K-댄스, K-뷰티, K-먹방 등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과 영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팬층을 형성하며,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모두 유튜브가 최근 출간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통해 바라본 한국 내 유튜브의 경제·문화적 영향력 평가 보고서’에 사례로 소개된 한국 크리에이터들이다.

1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 2 이사배. 3 계향쓰. /사진 유튜브
1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 2 이사배. 3 계향쓰. /사진 유튜브

1│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는 구독자 2640만 명을 보유한 한국을 대표하는 K-댄스 크리에이터다. K-팝 안무를 기반으로 한 독창적인 댄스 콘텐츠 영상은 K-팝을 좋아하는 전 세계 팬이 즐겨 찾으며, 영상마다 수백~수천만 회에 달하는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별도로 운영 중인 댄스 스튜디오에는 영상을 보고 춤을 배우려는 수강생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수강생 70~80%가 외국인이라고 한다. K-댄스를 하나의 글로벌 트렌드로 끌어올리며, 크리에이터가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창출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2│이사배

구독자 258만 명의 이사배는 K-뷰티를 전 세계에 알리는 대표 크리에이터다. MBC 분장팀과 청담동 유명 메이크업숍에서 실무 경험을 쌓으며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2015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며 대중과 접점을 넓혔다. 일상 메이크업부터 커버 메이크업, 셀럽 메이크업 재현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한국식 화장법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다. 특히 한국인 구독자뿐 아니라 K-뷰티에 관심 있는 해외 팬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사배는 2023년 아모레퍼시픽과 손잡고 뷰티 브랜드 ‘투슬래시포’도 선보였다. 제품 기획부터 콘셉트 개발, 모델 활동까지 직접 참여하며 브랜드 디렉터로서 역량을 입증했는데, 출시 1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며 크리에이터 기반 브랜드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3│계향쓰

계향쓰는 구독자 2500만 명을 보유한 애니메이션 크리에이터다. 주로 전 세계 알파 세대(2011년 이후 출생) 사이에서 인기 끄는 게임을 소재로 2차 창작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 기발한 상상력과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바탕으로, 영상마다 수백만 회에서 많게는 1억 회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2022년에는 ‘포브스’가 ‘대한민국 파워 유튜버 1위’ 로 선정하며 영향력도 입증했다. 계향쓰의 가장 큰 경쟁력은 ‘글로벌 팬과 소통’이다. 댓글과 커뮤니티 기능을 통해 전 세계 구독자의 의견을 콘텐츠에 적극 반영해 충성도 높은 팬층을 확보할 수 있었다. 계향쓰는 2차 창작물이라는 단순 팬 콘텐츠를 넘어 고유한 서사와 세계관을 구축하며, 디지털 창작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크리에이터로 평가된다.

4 피지컬갤러리. 5 애주가TV참PD. /사진 유튜브
4 피지컬갤러리. 5 애주가TV참PD. /사진 유튜브

4│피지컬갤러리

피지컬갤러리는 운동 콘텐츠에서 출발해 예능과 음악까지, 엔터테인먼트 전반으로 영역을 넓힌 크리에이터다. 보유 구독자는 309만 명. 처음에는 운동 자세 교정, 다이어트 팁, 재활 운동법 등 헬스 중심 교육 콘텐츠를 선보였지만, 이후 ‘가짜사나이’ ‘우마게임’ 같은 웹 예능을 기획하며 콘텐츠 제작 역량을 입증했다. 2023년부터는 여성 밴드 QWER을 기획해 멤버 성장 과정을 담은 콘텐츠로 주목받았다. QWER의 데뷔곡 ‘고민중독’은 유튜브 선정 2024년 한국 최고 인기곡 1위에 올랐고, 같은 해 국내 최대 록 페스티벌인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참가해 흥행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기존 연예 기획사의 손을 거치지 않고 크리에이터가 직접 기획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5│애주가TV참PD

구독자 150만 명의 애주가TV참PD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술과 안주를 솔직하게 소개하는 크리에이터다. 주로 ‘혼술족’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제품을 다룬다. 특히 광고 여부와 상관없이 제품명·가격·업체명· 구매처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가격 대비 품질에 대한 진솔한 평가를 제공해 구독자의 신뢰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1년 7월 소상공인 상생 쇼핑몰 ‘내돈내산 핵이득마켓’을 론칭했다. 유튜브에서 소개한 품질 좋은 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콘커머스(콘텐츠+ 커머스)’ 모델이다. 내돈내산 핵이득마켓은 올해 5월 기준 회원 65만 명, 누적 거래액 556억원을 돌파하며 온라인 커머스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Plus Point

골드만삭스 "크리에이터 시장 2027년 651兆 규모로 성장"

골드만삭스가 내놓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7년 관련 시장 규모는 4800억달러(약 65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2023년 시장 규모(약 2500억달러)의 두 배 가까운 수준이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이 같은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기술 발전을 꼽았다. 인공지능(AI) 기반 도구가 영상 편집, 콘텐츠 생성, 유통에 이르기까지 제작 과정 전반을 자동화하면서, 진입 장벽이 대폭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크리에이터 수 증가에도 주목했다. 2025년 전 세계에서 6700만 명에 이르는 크리에이터가 활동 중인데, 이는 2022년(5000만 명) 대비 34% 증가한 수준이다. 골드만삭스는 전 세계 크리에이터 수가 2030년 1억 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본다. 골드만삭스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단순한 소셜미디어(SNS) 트렌드가 아니다. 구조적으로 성장 중인 대규모 경제 생태계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영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