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 교수 - 서울대 지구환경과학, 서울대 언론정보학 석·박사, 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 /사진 이성민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 교수 - 서울대 지구환경과학, 서울대 언론정보학 석·박사, 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 /사진 이성민

크리에이터가 팬덤을 만나며 크리에이터 개인이 지식재산(IP)을 갖춘 기업이 되고, 그 속에서 고용이 창출되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Creator Economy)가 성장하고 있다. 유튜브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보고서에 따르면, 유튜브는 한국에서만 누적으로 7만5000개 이상의 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크리에이터의 주 활동은 영상 제작에 그치지 않는다”면서 “시청자가 구독자가 되고, 구독자가 팬덤이 되며, 크리에이터와 팬덤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유튜브를 통해 주목(attention)을 만들 기회가 기업이 아닌 개인에게 주어졌다”면서 “누구나 창의적인 기획력을 갖추면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부상한 배경은.

“주목을 만드는 사람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주목 경제(Attention Economy)’라고 한다. 이는 달라스 스마이드(Dallas Smythe)의 수용자 상품론과 연결된다. 예를 들어 ‘본방 사수’를 하는 시청자 수를 기반으로 광고비를 받는 것이 방송사의 광고 비즈니스 모델이다. 광고 시장에선 시청자 수가 곧 상품이다. 그런데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선 매스미디어가 더 이상 주목을 끌지 못하게 됐다. 사람이 뭘 주목하는지 알기 어려워졌고, 주목이 희소해졌다. 그 과정에서 크리에이터가주목의 거점으로 부상했다. ‘100만 유튜버’ 다.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이나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개인이 손쉽게 이용하면서 창작이 용이해진 것이 이런 변화의 토대가 됐다.

주목은 과거에도 중요한 가치를 창출했는데, 유튜브를 통해 주목을 만들 기회가 기업이 아닌 개인에게 주어진 건 중요한 변화다.주목을 만들고 나면, 크리에이터 개인이 IP가 되며, 사업 기회가 확 넓어진다. 기업과 컬래버레이션하고, 광고를 받고, 굿즈(goods· 상품)를 만드는 방식으로 파급력이 커진다. 크리에이터 개인이 기업이 되는 것이다.”

유튜브의 한국 국내총생산(GDP) 기여액이 작년 2조9000억원에 달했다.

“주목을 기반으로 사업을 넓히는 파급효과가 그만큼 크다. 영상을 통해 소비자와 접점을 늘리면, 소상공인은 매출을 확대할 수 있고 중소 브랜드는 신상품을 전개할 수 있다. 생활 정보지 ‘벼룩시장’이 과거부터 있었던 것도 소상공인이 소비자에게 알릴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소비자와 만남을 매개하며 소수 기업에 집중된 사업 기회를 다양화하도록 돕는다. 특히 패션과 화장품 분야에서 다양한 소규모 브랜드가 새롭게 등장한 것엔 유튜브의 기여가 크다. 예컨대 올리브영에 가면 처음 보는 뷰티 브랜드가 많다. 이것은 한국콜마나 코스맥스와 같은 제조자개발생산(ODM) 전문 기업이 있는 것과 더불어, 누구나 창의적인 기획력을 갖추면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생태계를 유튜브가 만들어 준 덕분이다. 신규 화장품 브랜드최고경영자(CEO) 입장에서 과거에는 상품을 홍보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는데, 이제는 유튜브를 통해 충분히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가 발표한 ‘2024년 디지털 크리에이터 미디어 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디지털 크리에이터 미디어 산업 매출액이 5조3159억원에 달했다. 방송 시장 규모가 약 19조원, 영화 시장이 약 1조7000억원이다. 크리에이터 미디어 산업 규모가 영화보다 더 크다. 유튜브는 직업 안정성이 떨어지는 사람이 새로운 직업적 시도를 하거나, 투잡(two-job·두 개의 직업)으로 부수입을 창출하는 길을 열어 준다. 과기부 자료를 보면, 크리에이터의 연평균 수익은 1346만원(월평균 112만원)이었다. 고소득 크리에이터와 저소득 크리에이터, 부업 크리에이터 등으로 다양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 유튜브 채널 시청 시간의 35%는 해외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제조업 국가인 한국으로서는 수용자 범위가 글로벌로 향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기회가 된다. 한국에서 출발한 브랜드가 해외 팬덤을 만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류라고 하면 보통 드라마나 영화를 말하지만, 한국의 매력적인 문화 자본을 가진 크리에이터가 곧 매력적인 문화 상품이 될 수 있다. 한류의 진화 및 한국 제조업의 진화에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기여할 수 있다.”

틱톡, 인스타그램, 숲(SOOP)과 비교하면 유튜브는 국내에서 가장 대중적인 영상 플랫폼이다. 그 이유가 뭘까.

“소셜미디어(SNS)는 대부분 짧고 제한된 메시지에 중점을 둔다. 대표적으로 틱톡은 숏폼과 바이럴 중심이다. 반대로 숲은 라이브에 좀 더 특화돼 있다. 유튜브는 숏폼, 롱폼, 라이브가 모두 가능해 범용 플랫폼으로서 다양한 기능을 균형 있게 제공한다. 그러므로 제작자가 다양하고, 이용자가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유튜브가 초기에 투명한 수익 정산으로 크리에이터를 유입시킨 것도 한국에서 주효하게 작동했다. 크리에이터를 만나면 공통적으로 말하는 이야기다. ‘명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얼마가 정산됐는지 투명하게 알려주기 때문에 내가 어떤 창의적인 활동을 했을 때 보상이 올지 명확히 인지할 수 있다.’ 또 유튜브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제작 도구, 커뮤니티 기능 등을 계속 강화했다. 구독자 관리나 팬덤 관리를 유튜브 플랫폼에서 가능하게 했다.”

한국 유튜브만의 특징이 있을까.

“영상 품질이 높다. 유튜브뿐 아니라 K-팝 등 다른 산업에서도 나타나는데, 한국 생태계의 특징은 높은 품질을 바탕으로 치열한 경쟁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성장의 기회가 있는 쪽에 창의적 재능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한국에서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는이들의 창의적 역량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다. 우리 생태계의 힘인데, 약점도 있다. 제작자의 노동 취약성과 크리에이터가 법적 보호를 잘 받지 못하는 것이다. 산업이 커지는 만큼, 이것이 지속 가능하도록 보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크리에이터는 자기 명성 자본을 획득해서 돈을 버는 사람이다. 그만큼 자주 공격 대상이 되고, 소송이나 업무 관련 리스크에 많이노출된다. 누구에게 도움 받아야 하고, 어떤 식으로 보호받을 수 있고, 뭘 조심해야 하는지 등을 정부가 알려주고 도와줄 수 있다. 

플랫폼 입장에서도 크리에이터 보호 역할을 스스로 강화해야 한다. 과도한 규제가 산업을 어렵게 한 사례가 많았는데, 항상 그런 담론이 힘을 얻는 시기는 플랫폼이 방치했을 때였다. 플랫폼이 선제적이고 자율적으로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고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