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될과학’은 구독자 131만 명을 보유한 한국의 대표 과학 유튜브 채널이다. ‘과학 대중화를 위해 박사급 아재들이 직접 만든 채널’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실제로 안될과학의 주요 멤버 ‘약’ ‘궤도’ ‘공진’은 각각 약학, 천문우주학, 전자공학 분야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딴 전문가다. 2018년 6월 시작한 안될과학은 어려운 과학 이야기를 깊이 있으면서도 알기 쉽게 전달하며, 2023년 12월 구독자 100만 명을 돌파했다.
안될과학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모어사이언스’는 현재 총 6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과학 관련 굿즈(goods·상품)를 판매하며, 대기업 의뢰로 영상을 제작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약학 박사이자 안될과학에서 ‘약’으로 출연하고 있는 이상곤 모어사이언스 대표를 최근 인터뷰했다. 이 대표는 “과학이 정말 좋은데 한국에는 전문적인 과학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다루는 채널이 없어 안될과학 채널을 만들었다”면서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데이터와 논리에 의존하는 것이 과학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튜브가 없었으면 지금의 커리어는 불가능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제약 회사 연구원이 유튜버가 된 계기는.
“제약 회사에서 개량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원이었다. 과학을 정말 좋아해 베리타시움(Veritasium)이나 쿠르츠게작트(Kurzge-sagt) 같은 과학 유튜브 채널을 즐겨봤는데, 한국에는 전문적인 과학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다루는 채널이 없다는 갈증이 있었다. ‘그런 채널이 나오면 응원해야겠다’고 생각해 왔는데,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안 나오더라. 그래서 직접 나섰다. 연구소 일도 매우 재밌었지만, 유튜브는 열악하고 해야 할 것이 많다는 점이 설렜다. 연구소는 내가 없어도 잘 굴러간다.”
2017년에 '과학 래퍼'로서 '널 향한 주기율표'라는 곡을 냈다.
“대학에서 흑인음악 동아리 활동을 했다. 과학을 워낙 좋아하고, 과학으로 소통하는 걸 좋아해 친구와 같이 주기율표를 가사로 랩을 했다. ‘수헬리베붕탄질산플네 나마알규인황 염아칼카’라는 중독성 훅이 포인트인 곡이다.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라기보다 재미있어서 했다.”
공통점은 '과학 대중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유가 있나.
“과학이 좋아서다. 박지성 선수가 축구 대중화, 김연경 선수가 배구 대중화를 이끌었다고 하지만, 핵심 동인은 본인이 축구, 배구를 사랑해서 했다는 것 아닐까. 기본적으로 내가 과학을 좋아한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또 한편으로는 영어를 잘하면 알 수 있는 지식이 많은데 우리말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지식 범위가 한정되는 게 아쉬웠다.”
과학이 왜 좋나.
“과학은 절대적인 진리가 없는 학문이다. 과학은 새로운 발견이 있을 때마다, 기존의 세계관을 수정하거나 뒤엎기도 한다.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데이터와 논리에 의존한다. 그 자체가 매력이다.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보면 검투사가 실력만으로 다 무찌르고 올라간다. 그처럼 과학은 권위나 기존 상식이 중요하지 않다. 그 체계가 합리적이고 멋지다. 사람 삶의 양식과 문화, 심지어 인류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 과학기술이다.”

안될과학 채널의 성공 비결을 자평하면.
“우선 시장이 좋았다. 유튜브가 확 잘된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사람들이 유튜브를 많이 보게 된 것 말이다. 두 번째는 시장이 커지기 전에 우리가 먼저 시작했다는 거다. 세 번째 비결은 안될과학을 운영하는 멤버가 모두 과학에 진심이고, 여러 명이 각자 전문 영역을 재미있고 쉽게 풀어낸 것이다.”
안될과학과 모어사이언스의 성장에 유튜브는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나.
“압도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유튜브가 없었으면 지금의 커리어는 불가능했다. 유튜브의 최대 장점은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또 알고리즘이 해당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을 알아서 모아 준다는 것도 장점이다.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을 모아주니, 그들과 의사소통할 거리가 자연스럽게 많이 생겼다. 예를 들어 채널 개설 초기, 안될과학 구독자가 10만 명이 될 때까지 우리는 거의 모든 댓글에 답변을 달았다. 과학 토크쇼 ‘랩미팅’ 프로그램을 할 때는 차주 방송 주제를 시청자 투표로 뽑았다. 팬을 한곳에 모아 행사를 주최하고, 굿즈 사업을 전개하는 데 유튜브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크리에이터가 특별히 무엇을 고민하지 않더라도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준다는 것도 장점이다. 쇼츠, 라이브, 슈퍼챗(Super Chat), 커머스 연동 등 크리에이터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졌다. 실제로 우리가 운영하는 6개 채널의 비즈니스 모델도 각각 다르다. 커머스 연동 중심인 곳이 있고, 라이브 방송의 슈퍼챗이 중심인 곳이 있고, 쇼츠에 음원을 넣어 음원 저작권 수익을 나누는 모델도 있다. 유튜브가 없었다면 우리가 원하는 사업 형태를 제대로 못 갖췄을 것이다.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모어사이언스 수익에서 유튜브가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이제는 수익 다변화를 했기 때문에 유튜브 애드센스의 광고 수익은 10% 미만이다. 삼성, LG, SK, GS 등 대기업의 의뢰를 받아 기술 교육 및 홍보 영상을 제작 납품하는 것이 모어사이언스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이다.또 우리 채널에 출연하거나 우리가 직접 성장시킨 전문가의 지식재산(IP)을 매니지먼트하는 사업도 있다. 연예 기획사처럼 매니저와 차량을 제공하고, 과학 정보를 리서치해서 보내 주면서 해당 전문가의 광고 등 외부 활동 수익을 나누는 것이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티셔츠’ ‘주기율표 티셔츠’처럼 과학 굿즈를 약 100종 이상 출시했고, 서울 강남구에 과학을 테마로 한 카페 ‘힉스커피(HIGGS Coffee)’를 열었다.”
앞으로 목표는.
“과학을 좋아해서 안될과학 유튜브 채널을 구독할 사람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름의 방식을 통해서 대중과 과학으로 계속 소통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대단한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장소든 과학을 주제로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싶다. 글로벌을 겨냥한 기획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