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2일 중국 베이징의 라오푸골드 매장. /사진 로이터연합
3월 12일 중국 베이징의 라오푸골드 매장. /사진 로이터연합

저우다푸(周大福) 등 100년 업력의 경쟁사를 제치고 최근 시장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중국의 귀금속 브랜드가 있다. 창립 16년, 홍콩 증권시장 상장 2년 차의 신생 브랜드 ‘라오푸골드(老铺黄金)’다. 고품질·고가 전략으로 중국 Z 세대(1997~2010년생)를 중심으로 인기에 불이 붙으면서 라오푸골드는 홍콩 항셍지수 구성 종목 중 두 번째로 비싼 주식이 됐다.

라오푸골드는 자사를 중국 전통 금세공에무형 문화유산 공예 기술을 결합해 현대적으로 해석한 브랜드로 소개한다. 중국 최초로 ‘고대(古代) 수공예’ 개념을 앞세웠다. 순금을 기반으로 한 다이아몬드 수세공 방식을 도입해, 기존 캐럿 금 기반의 다이아몬드 장신구와 차별화된 가치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용·봉황 등 전통적인 소재를 활용한 금 액세서리, 순금 다이아몬드 액세서리, 금 공예품 등을 판매한다. 창립자 쉬가오밍이 2009년 3월 베이징 왕푸징 매장으로 시작했다.

3월 12일 중국 베이징의 라오푸골드 매장. /사진 로이터연합
3월 12일 중국 베이징의 라오푸골드 매장. /사진 로이터연합

작업 시간만 600시간 달해…수백·수천만원 가격에도 '불티'

라오푸골드가 ‘귀금속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며 떠오르게 된 덴 고품질·고가 전략이 있다. 라오푸골드 제품은 장인의 손에서 만들어지는데, 장인이 제품 하나를 작업하는 데 600시간 이상을 들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들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등 품질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높은 가격도 소비 심리에 불을 지폈다. 라오푸골드 제품 가격은 국제 금값보다 훨씬 비싸고 자주 인상되는데, 오히려 이 점이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고 한다. 6월 13일 기준 라오푸골드의 티몰(天猫) 플래그십스토어에서 순금 팔찌 한 개가 9만7690위안(약 1864만3159원)에 팔리고 있다. 순금 반지는 1만~ 2만위안(약 190만~380만원) 선이다. 가장 저렴한 반지도 5200위안(약 100만원)이다. 경쟁사보다 매장이 적은 점은 역설적으로 ‘쉽게 살 수 없는 귀한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쌓는 데 기여했다.

이런 특징은 소비 트렌드 변화와 맞물렸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의 가오다량 펀드매니저는 최근 들어 대중의 소비 습관이 크게 변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소비자 선호는 브랜드 소비에서 품질 소비로, 제품 소비에서 서비스 소비로 변화하고 있다. 또 이들은 상품의 정서적 가치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자기만족을 위해선 거액을 지불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명절이 되면 라오푸골드 제품을사기 위해 매장 밖에 긴 줄이 늘어서는 풍경이 목격되고, 일각에선 불법 암거래도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라오푸골드 제품을 최소 한 번 이상 구매한 ‘충성 회원’이 35만 명에 달한다.

규모 작지만, 전통 강자 압도하는 수익성

중국 36kr에 따르면, 라오푸골드의 2024년 연간 매출액은 98억위안(1조8703억원)으로 전년 대비 166% 늘었다. 순이익은 14억7000만위안(약 2672억원)으로, 전년 대비 354% 늘었고, 매출 총이익은 35억1000만위안(약 6699억원)으로 163% 늘었다.

매출 규모 자체는 수십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전통 강자보다 작지만, 수익성은 압도적이다. 중국 경제 매체 21징지에 따르면, 라오푸골드는 저우다푸의 1%도 되지 않는 매장 규모로 저우다푸 매출의 10%를 달성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귀금속 브랜드 중 매출 총이익률이 20%를 넘는 곳은 저우다푸를 비롯해 세 곳뿐인데, 라오푸골드는 2020년 이후 매출 총이익률이 40%를 밑돈 적이 없다.

쉬가오밍 대표는 실적 발표에서 “매장 효율을 10억위안(약 1900억원) 이상으로 높이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 매장 효율이 5억위안(약 954억5000만원) 미만인 매장은 폐쇄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라오푸골드는 2024년 상장 이후 최근까지 주가가 빠르게 치솟고 있다. 라오푸골드 주가는 상장 직후 70홍콩달러(약 1만2000원) 선에서 거래되다, 석 달 만에 두 배가 됐고, 약 1년 뒤인 6월 12일 기준 종가는 지난해 6월보다 1200% 오른 914홍콩달러(약 15만9800원)를 기록했다.

라오푸골드는 올해 중국에 신규 매장을 66곳 냈다. 일부 매장 규모는 300~400㎡(약 90~120평)에 달한다. 최근엔 해외 진출도 준비 중이다. 첫 해외 매장으로는 싱가포르를 낙점했다. 중국 소셜미디어(SNS)에 싱가포르 랜드마크 중 하나인 마리나베이샌즈호텔에 라오푸골드 매장이 오픈 준비 중인 모습이 확산하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라오푸골드는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에서 사업을 확장한 뒤 다른 아시아 도시로 진출할 계획이다. 앞서 라오푸골드는 2024년 상장 당시 2년 안에 4개 동남아 매장을 추가로 열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해외시장에서도 중국에서와 같은 인기를 누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높은 관세와 국가별로 제각각인 귀금속 취향 때문이다. 탸오위안컨설팅의 가오청위안 회장은 신화통신에 “특수 상품인 금은 여러 국가의 엄격한 수출입 통제를 받는다. 복잡한 무역 절차는 비용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공급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며 “또 각국 소비자의 금의 순도, 스타일 그리고 문화적 의미에 대한 선호도가 서로 다르다. 오래된 금 매장은 제품 디자인과 마케팅 전략을 현지 상황에 맞춰 조정해야 하며, 이는 더 높은 경영 역량을 요구하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이은영 조선비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