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이 6월 13일(이하 현지시각) 기습적인 이란 공격을 펼치면서 중동 정세는 다시 예측 불허의 상태가 됐다. 이스라엘은 보유 전폭기 310기 가운데 200기를 동원하는 총력전을 통해 이란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포함한 핵무기 관련 시설을 폭격하고 방공 시스템을 공격했다. 이스라엘은 항공 공격 이전에 이란에 침투시킨 다수의 정보원과 자폭 드론을 동원해 이란이 반격 시 활용할 탄도미사일 발사대 및 지휘 통제 시설에 대한 공격을 감행, 원활한 공격을 가능하게 했다. 방공망에 대한 우려 없이 이스라엘 전폭기는 이란 각지에 산재한 지대지 탄도탄 기지와 자폭 드론 생산 및 발사 시설을 공격했다. 사전에 다양한 경로로 확인된 정확한 정보에 입각한 이스라엘의 공격은 효과적이었다. 주요 군사 시설에 대한 타격 이후 이스라엘은 유류 저장 시설과 정유 설비 등에 대한 공격으로 공격 대상을 전환해 이란 국민으로 하여금 큰 충격을 받게 했다.
이스라엘의 기습적인 공격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이스라엘은 공격 전 미국에 대한 통보를 통해 콤 지역의 화강암 암반 지하에 구축한 우라늄 농축 시설을 파괴하는 것이 최종 목표임을 밝혔고, 실제 6월 18일 이 시설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시작했다. 이스라엘 공격에 대비해 이란은 대규모 지하 시설을 구축해 일반적인 폭격으로는 파괴할 수 없도록 준비해 왔다. 지하 수백 미터에 있는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보유한 GBU-57 같은 초대형 지중 관통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만약 미국이 지원해 주더라도 무거운 중량으로 인해 이스라엘의 F-15, F-35 전투기로는 운반할 수 없다. 결국 이스라엘은 보유한 GBU-28 지중 관통탄을 동원해 반복 공격을 할 수밖에 없다. 최대한 근접해서 공격해야 하는 만큼 사전에 방공망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시설 및 군사 시설 파괴를 넘어서 이란의 핵심 지휘부에 대한 공격을 병행했다. 이란군 참모총장을 비롯해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등 15명 이상의 군 지휘부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인 모사드는 공격 이전부터 이들의 동선을 추적해 소재를 파악하고 있었고, 이들 대부분이 집에 머무르고 있을 때 자폭 드론 또는 대전차미사일 등을 동원해 제거했다. 또 의도적으로 공군기 활동을 노출시켜 이에 대비하기 위해 이란 공군 관계자가 집결하도록 한 후 회의실을 타격하기도 했다. 상대에 대한 완벽한 파악과 추적 없이는 불가능한 작전이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격에 반격을 지휘할 수뇌부를 전쟁 이전에 잃어버렸기 때문에 효과적인 대응이 어려웠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1500㎞ 이상 떨어져 있어 지상군을 동원한 공격은 불가능하다. 결국 이란은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한 보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아이언돔을 비롯한 다중 방어 시스템을 보유해 이란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돌파하기 위해 방공망 대응 능력을 초과하는 대규모 드론과 미사일이 동시에 착탄하도록 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이스라엘은 이에 대해 표적의 위험성을 평가해 고가치 표적에 대해서는 방공 미사일로 요격하고 그렇지 않은 표적에 대해서는 무시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지역이 미사일에 의해 파괴되지만 감내한다는 전략이었다.
이란은 현재까지 수백 발의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이스라엘의 텔아비브를 비롯한 대도시 지역과 주요 공군기지 등을 공격했다. 이란은 그동안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과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회피하기 위해 최종 단계에서 궤도를 수정하는 탄두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또 일반 탄도탄에 비해 훨씬 속도가 빠른 미사일을 활용해 방공망을 돌파하고자 했다. 하지만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인해 다수의 미사일 기지 및 발사대를 상실한 이란은 한 번 공격에 수십 발 수준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스라엘의 방공망 제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란은 2000여 발 수준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24년 10월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공격으로 다수의 미사일을 소모한 후 보충하지 못한 상태여서 반격 능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태다.

이란이 '핵무기' 완성하기 전에 타격하려는 이스라엘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기습 공격은 여러 가지를 고려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우선적으로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외부 위협 요인에 매우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조만간 핵무기를 완성할 단계에 이르렀음을 밝혔다. 이스라엘은 핵무기 완성 이전에 타격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최선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을 방해하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협상 특성상 일정 수준의 핵 시설 및 능력을 보유하도록 허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스라엘은 이것이 결국 이란의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것이다. 이스라엘의 정치적 상황도 이란 공격을 결정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6월 12일 이스라엘 의회는 의회 해산을 둘러싼 표결을 실시했다. 의회가 해산될 경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물러나야 한다. 하지만 극우 유대 정당의 지원에 따라 의회 해산 표결은 반대 61표 찬성 53표로 부결됐다. 다음 선거는 2026년 10월 예정돼 있는데 여러 사법적 리스크를 안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로서는 그 이전에 확실한 성과를 보여줄 필요성이 있다. 이런 이유로 이란 공격에 나섰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관심은 이란이 탄도미사일을 통한 반격 이외에 호르무즈해협 봉쇄 등의 카드를 동원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은 2024년 기준 이란 이외에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 6개국이 수출하는 원유의 85%가 통과하는 핵심 요충지다. 현재 이란과 오만이 절반씩 통제하고 있지만 대형 유조선이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는 충분한 수심을 보유한 지역의 폭은 9㎞에 불과한데 이 구역은 모두 이란의 영해에 포함돼 있다. 이란은 기뢰 50개 정도만 동원해도 호르무즈해협을 효과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무기를 동원하지 않고 영해로 진입하는 유조선에 대해 합법적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도 봉쇄에 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만약 이란이 이런 방식으로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경우 그 피해는 한·일·중 3국에 집중된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원유의 72%, 일본의 경우 73%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원유 수입의 43%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할 뿐만 아니라 이란으로부터 수입하는 원유가 수입량의 13%에 이른다. 이런 이유로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과거에는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미국이 봉쇄 시도에 적극적으로 대응했지만 셰일 오일을 통해 원유를 자급하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미국이 과거처럼 적극적으로 나설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스라엘 공격으로 시작된 양국의 전쟁은 시간을 둘러싼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기습 공격을 당한 이란은 체면이 구겨지더라도 유화적 태도를 보여 일단 이스라엘의 공격을 멈추고 다시 미국과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스라엘은 모든 전력을 쥐어짜 공격에 나선 만큼 단기적으로 이란 핵 시설의 완전한 파괴를 달성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과연 시간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