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한국의 상속세 문제를 손본다면 임기 내 ‘코스피 5000’ 달성이 가능하다고 본다.” 

글로벌 독립계 자산 관리 회사 TCK인베스트먼트(이하 TCK)의 오하드 토포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정부의 ‘코스피 5000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상속세율이 가장 높은 국가에 속한다. 일례로 2020년 10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망으로 삼성가(家)에서 부담하게 된 상속세 규모만 12조원에 달했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세계 최대 규모의 상속세’라고 보도했다. 토포 회장 역시 “한국의 과도한 상속세는 기업 오너를 세금 절감에만 매달리게 해 주주 가치 제고를 가로막는다”며 “주주 가치를 높이는 기업에 세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포 회장은 이스라엘 출신 투자자로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의 자문과 투자 철학에 기반해 2012년 TCK를 설립했다. TCK는 현재 한국 서울과 영국 런던에 사무소를 두고 초고액 자산가와 기업을 대상으로 자산 배분 전략을 자문해 주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하드 토포 TCK인베스트먼트 회장 -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경제학,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MBA) /TCK인베스트먼트
오하드 토포 TCK인베스트먼트 회장 -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경제학,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MBA) /TCK인베스트먼트

이재명 정부의 코스피 5000 달성 공약은 실현 가능할까.

“물론이다. 향후 5년 내 코스피 5000 달성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물론 쉬운 과제는 아니다. 현재 코스피가 3000포인트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5000포인트까지 오르려면 67%가 올라야 한다. 앞으로 5년간 매년 10% 이상 상승해야 가능한 수치다. 문제는 과거 30년간 코스피의 연평균 상승률은 5%에 그쳤다는 점이다. 이보다 두 배 이상의 상승률을 보여야 하는 만큼, 구조적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

어떤 개혁을 말하는 건가.

“상속세 개혁이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최대 주주에게 붙는 할증까지 포함하면 최고 60%에 달한다. OECD 평균(15%)의 네 배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 주범이다. 높은 상속세율에 기업 오너는 주주 가치보다 세금 절감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기업 오너의 동기 구조를 바꿔야 한다. 예를 들어, 주주 가치를 높이는 등 바람직한 경영 관행을 실천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이나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정부는 증시 부양을 위해 상법도 개정하겠다는 구상인데.

“상법 개정은 새 정부가 추진하는 큰 개혁 흐름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 부분만 따로 떼어내어 평가하긴 어렵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 우려되는 지점은 있다. 소액주주 권리 보호가 과도해지면 대주주의 경영 자율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일정 수준의 자율성은 필요하다. 그럼에도 정부가 기업 가치 제고를 목표로 다양한 개혁을 병행하고 있는 만큼, 방향성 자체는 고무적이다.”

올해 한국 시장에서 주목하는 산업군은.

“반도체 산업이다. 한국의 반도체 기업은 글로벌 경쟁사 대비 낮은 밸류에이션에 거래되고 있다. 메모리칩 가격과 수요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은행주도 주목하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의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이다. 한국의 주요 은행주는 여전히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밑돌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가 주목하는 종목이다.”

올해 미국 증시 전망은.

“여전히 유망하다. 미국은 글로벌 자산 시장의 핵심이다. 압도적인 경제 규모와 유동성,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 강력한 주주 권리를 갖췄다. 최근 기준 전 세계 주식 시가총액에서 미국 비중은 64%에 이른다. 2위 일본은 5%도 안 되고, 한국은 1% 수준이다. 자산을 글로벌하게 분산하려는 투자자에게 미국 시장은 중심축일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 않나.

“구조적인 약점이라기보다 단기적인 경기 순환상의 역풍으로 본다. 미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5년간 50% 증가하며 ‘경제 호황’을 누렸고, 앞으로는 보다 지속 가능하고 완만한 성장세로 전환하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보호무역 정책은 단기적으로 성장 둔화를 초래할 수 있지만, 미국 경제의 전반적인 방향성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오랜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가장 중요한 투자 원칙을 꼽는다면.

“인내심이다. 당신이 잘 설계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면, 수익 달성에 가장 큰 장애물은 시간과 집중력이다. TCK의 투자위원회도 쏟아지는 뉴스와 시장 변화 속에서 투자 방향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성공 확률은 높아지고, 복리효과도 크게 작용한다는 점을 기억하라.”

종목을 잘 고르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투자에서 진짜 어려운 것은 완벽한 투자 시점을 찾거나 완벽한 종목을 고르는 게 아니다. 인내심을 유지하는 것이다. 많은 투자자가 포트폴리오에 너무 자주 손댄다. 이는 결국 저조한 수익률로 이어진다. 반면 변동성의 시기에도 인내심을 갖고 자신의 전략을 고수하는 투자자가 더 좋은 성과를 얻는다.”

요즘처럼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선 인내심을 지키는 게 쉽지 않다.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확신이다. 내가 책을 읽고, 강연을 듣고, 계산을 반복하는 이유다. 그리고 ‘왜 이 자산에 투자하는가’ ‘배당수익률은 어떤가’ ‘이 섹터의 성장률과 이 나라의 인구구조는 어떤가’ 등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런 질문이 투자 신념에 힘을 실어준다. 핵심은 두 가지다. 역사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야를 넓히는 것과 현재의 포지션을 끊임없이 재확인하는 일이다.”

요즘 어떤 책을 읽고 있나.

“에릭 슈밋 구글 전 회장이 집필한 ‘빌 캠벨,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코치’를 읽고 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내로라하는 실리콘밸리의 기업이 어떻게 지금의 자리에 오게 됐는지, 비결이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한국 투자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는데, TCK의 투자 고문으로 있는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의 ‘투자에 대한 생각’이다. 투자자에겐 성경과도 같은 책이다.”

TCK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아시아 지역 최고의 자산 관리 기업이 받는 ‘웰스브리핑아시아 어워드’를 수상했다. 비결이 궁금하다.

“TCK는 10여 년 전, 최고의 멀티 패밀리 오피스를 구축하겠다는 사명을 품고 한국에 진출했다. 이후 투자 지역, 자산군, 리스크 관리, 수수료 구조 등 핵심 원칙에서는 단 한 번도 타협하지 않았다. 외부 운용사 선정부터 사후 성과 검토까지 모든 과정에서 철저한 기준을 지켰고, 데이터 기반의 분석과 장기 전략에 따라 일관되게 실행해 왔다.”

최근 TCK는 수익률이 어땠나.

“지난해 27%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2013년 이후 누적 수익률은 200%를 넘어섰다. 우량주에 집중한 전략이 주효했다. 많은 투자자가 2023년 미국 주식 강세에 이어 2024년에도 상승세가 이어질지 회의적으로 봤지만, 우리는 선도적인 미국 주식에 대한 비중을 크게 유지했고,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

얼마 전 새로운 펀드 상품을 출시했다고.

“2월에 출시했는데, 사모펀드·벤처캐피털(VC)·부실채권 등 비전통적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구조다. 오픈AI·스페이스X 같은 유망 비상장 기업의 성장을 포착하려면 사모펀드 시장에 접근해야 하는데, 개인이 단독으로 투자하기는 어렵고, 정보 비대칭성도 크다. 그런 한계를 넘기 위해, 미국의 검증된 전문 운용사와 협력해 비상장 자산에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김우영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