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저귀는 아기만 찰까? 아니다. 남모르게 요실금을 앓고 있는 성인 여성은 물론 질병을 앓고 있어 스스로 화장실에 갈 수 없는 노인도 기저귀의 도움을 받는다. 문제는 기저귀를 언제 갈아줘야 하냐는 것. 아기를 키우는 부모는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하기 전인 아이 기저귀를 수시로 확인해야 하는 고충을겪는다. 그런데 고령자가 기저귀를 이용할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 보호자나 간병인이 수시로 기저귀를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용변을 본 뒤 오랜 시간 기저귀를 차고 있으면 요로 감염 등 2차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제때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은 필수다. 이 때문인지 2025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박람회 ‘CES 2025’에서 일본 화학 기업 아사히 카세이(Asahi Kasei)가 공개한 스마트 기저귀 시제품이 눈길을 끌었다. 아사히 카세이가 내놓은 스마트 기저귀는 기존 스마트 기저귀처럼 보호자나 간병인에게 기저귀 교체 알림을 보낸다. 여기까지는 국내 스타트업이 내놓은 기존 스마트 기저귀와 다른 점이 없다. 시선을 끄는 건 배터리가 필요 없다는 점이다. 아사히 카세이가 만든 스마트 기저귀에는 전극(전도성 물질)이 있어 환자 소변으로 전압을 만든다. 언뜻 이해되는 듯하면서도 되지 않는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아사히 카세이 그룹 측에 서면으로 질문을 보냈다. 며칠 후 야기 사토시(八木 智史·Yagi Sa-toshi) 아사히 카세이 일렉트로닉스 마케팅&세일즈 센터 솔루션 개발 제2부 제1그룹 주임 명의의 답변이 돌아왔다.
참고로 일본 성인용 기저귀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25억1000만달러(약 3조4530억원)로, 2032년에는 43억달러(약 5조9159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으로 따지면, 6.3%씩 성장하는 셈이다. 요실금 발생 증가, 인구 고령화로 일본 성인용 기저귀 시장이 큰 성장을 보이고 있다.

아사히 카세이 그룹 소개 부탁한다.
“1922년에 창업한 종합 화학 기업이다. ‘대중이 더욱 좋은 생활을 꾸릴 수 있도록 최고의 생필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한다’가 우리 사명이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수전해 수소를 이용하는 카살레 방법으로 암모니아 합성에 성공하는 등 합성 화학, 화학섬유 사업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이후 사업을 다각화한 결과, 현재는 섬유·화학·전자 부품을 포함한 ‘머티리얼’, 주택·건자재 사업을 하는 ‘주택’, 의약·의료 사업을 하는 ‘헬스 케어’ 세 개 영역에서 사업을 한다. 한국에서는 섬유·화학·전자 부품, 전자 재료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성인용 스마트 기저귀는 어느 팀에서 개발한 것인가.
“아사히 카세이 그룹에서 전자 부품 사업을 하는 아사히 카세이 일렉트로닉스에서 콘셉트를 발표했다.”
성인용 기저귀 개발 계기는 무엇인가. 성인용 기저귀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봤기 때문인가.
“수년 전부터 매우 적은 전력으로 사람의 상태를 알아볼 수 있는 비접촉 청진기, 비접촉 체온계 등을 개발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빌딩 배관 누수 검지 센서에 사용되는 기술을 소변에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기저귀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특히 기저귀 쓰임을 조사하던 중 간병, 의료 현장에서 기저귀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고 교체하거나 교체 후 기록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스마트 기저귀는 기저귀를 눈으로 확인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기록을 자동화해 효율성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돌봄을 받는 입장에서도 자존감이 손상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기저귀에 설치된 전극이 환자 소변을 감지해 소변이 전압을 생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배터리 없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하다.
“초등학교 과학 실험에서 나오는 레몬 전지를 떠올려보자. 소변이 레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양극과 음극 사이에 전해액(수분)이 있으면, 전기가 발생한다. 이렇게 스마트 기저귀에서 소변으로 생성된 전력을 사용해 스마트폰 같은 스마트 기기에 블루투스를 이용, 기저귀를 갈아야 할 때를 알리는 알림을 보낼 수 있다. 물론 소변이나 수돗물 같은 액체를 이용할 때는 발전량이 미약하다. 하지만 우리만의 기술력으로 전자 기기를 동작시킬 정도의 발전량을 만들 수 있다.”
소변으로 만들 수 있는 발전량은 적지만, 아사히 카세이만의 기술력으로 이를 극복한다고 들었다.
“우리는 소변으로 생성하는 전력의 절댓값을 높이지는 않는다. 다만 스마트 기저귀에는 아사히 카세이의 초저전력 부스트 컨버터(전압을 높이는 반도체)인 AP4470L이 탑재된다. 소변이 전해질로 작동하기 어려운 조건에서도 초저전력 부스트 컨버터가 소변 내 수분이 만든 300㎷(밀리볼트) 전압을 약 3V(볼트)로 증폭할 수 있다. 따라서 소변으로 만든 소량의 전력으로도 센서를 작동시키고 블루투스를 통해 기저귀 교체 신호를 전송할 수 있다.”
타사에서 출시한 성인용 스마트 기저귀와 차별점은 무엇인가.
“타사가 만든 성인용 기저귀에는 버튼 전지 등 배터리가 내장돼 있다. 하지만 우리 스마트 기저귀는 소변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기저귀에 배터리가 필요 없다. 따라서 버튼 전지의 오음(誤飲) 사고 등 안전 면에서 우수하다. 또한 배터리를 교체할 필요가 없고 방수성·내구성도 우수하다.”
아사히 카세이 그룹이 만든 스마트 기저귀에 배터리는 내장돼 있지 않지만, 양극과 음극 역할을 하는 전극은 필요하다. 양극과 음극 무게는 얼마인가.
“스마트 기저귀에는 양극과 음극 역할을 하는 전극이 있다. 시제품에는 전극 역할을 하는 필름을 기저귀에 부착했다. 매우 가벼운 알루미늄 포일 같은 재료를 사용한다.”
한국에서 판매하는 성인용 기저귀 중에는 회색도 있다. 아사히 카세이 기저귀만의 디자인 특징도 있나.
“아사히 카세이 스마트 기저귀는 일반적인 기저귀와 동일한 디자인이다. 차이점은 기저귀 내부에 전극이 있다는 것, 교환 가능한 전자 장치가 있다는 점이다.”
시제품으로 내놓은 스마트 기저귀는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타깃인가.
“기저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환자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외부에서 근무하는 사람 등 다양하다. 우선 가정에서 돌보는 이를 타깃으로 할 생각이다.”
스마트 기저귀 상용화 시점을 언제로 예상하나.
“이미 양산 가능한 상황이다. 가능한 한 빨리 시장에 선보이길 기대하지만, 출시 시기는 미정이다. 구체적인 상용화 시기는 협업 파트너, 기저귀 제조사와 협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판매 가격은 얼마로 예상하나.
“기저귀 제조사와 협의가 남아있기에 답변할 수 없다. 다만, 기존 시장에서 판매 중인 기저귀 가격과 차이가 크다면 시장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타협해 적절한 가격으로 선보이겠다.”
한국에서도 판매할 계획인가.
“한국을 포함해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선진국에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스마트 기저귀 판매와 관련해선 기저귀 제조 업체와 향후 협의해야 한다.”
아사히 카세이 그룹은 스마트 기저귀 외에 고령자가 증가하는 시대 흐름에 맞춘 제품을 내놓고 있다. 고령자를 타깃으로 한 또 다른 제품이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고주파 밀리미터파를 활용한 ‘인공지능(AI) 자세 추정 기술을 접목해 고령자가 넘어지는 것을 감지하는 주시 솔루션’ 등이 있다. 6×6m 공간에서 최대 세 명까지 위치를 추적할 수 있으며 자세 변화도 자세히 살핀다. 해당 기술은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사생활 보호에 장점이 있고, 침실과 욕실 등을 포함해 사적인 공간에서 사용에 적합하다. 또한, 넘어졌을 때 10초 이내에 알릴 수 있어, 독거 생활하는 고령자 보호에 적합한 솔루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