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6월 21일 워싱턴 D.C. 백악관 상황실에서 이란 핵 시설 공습을 지켜보고 있다. /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6월 21일 워싱턴 D.C. 백악관 상황실에서 이란 핵 시설 공습을 지켜보고 있다. /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하 트럼프 대통령)은 6월 23일(이하 현지시각)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이스라엘과 이란이 완전한 휴전에 합의했다”라며 6월 25일 0시(미국 동부 시각 기준)를 기점으로 전쟁이 종식된다고 발표했다. 6월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핵 시설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12일 만에 멈춘 셈이다. 미국이 이란 핵 시설을 직접 타격한 ‘미드나잇 해머(한밤중의 망치)’ 작전 후 이틀 만의 휴전 발표, 4일 만의 전쟁 종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쯤 “지금부터 6시간 동안 양측이 마지막 임무를 수행한 뒤 이란이 먼저 휴전을 시작하고, 12시간 뒤에 이스라엘도 휴전에 돌입한다”고 했다. 그렇게 도합 24시간이 지나면 “12일 전쟁의 공식적인 종료(official end)를 전 세계가 축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자료=이코노미조선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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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주 시한 깨고 이란 공격

6월 21일 미국이 전격 단행한 이란 핵 시설 공습을 두고 BBC 등 외신은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과 이틀 전인 6월 19일에 “앞으로 2주 안에 이란 핵 시설 공격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외교적 해법에 대한 의지를 보여서다. 미국 미주리주 기지를 이륙한 미 공군 소속 B-2 스텔스 폭격기 7대는 37시간 동안 여러 번 공중급유를 받으며 쉬지 않고 비행한 끝에 이란 핵 시설을 공습했다. 시간상 트럼프 대통령이 ‘2주 시한’을 언급한 직후 B-2 스텔스 폭격기가 출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은 6월 13일 시작된 이스라엘 공습 이후에도 핵 개발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에도 반응이 없었다.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2주 발언에 대해 결과적으로 ‘연막작전’이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뉴욕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2주 안에 결정하겠다고 하면서 공습을 유예하는 듯하다가, B-2 스텔스 폭격기를 출격시키면서 기만 작전을 폈다”고 했다. 

이란 핵 능력, 무력화됐나

이란은 순도 60%의 농축 우라늄을 408㎏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3주 안에 핵무기 9개를 제조할 수 있는 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직후 대국민 연설을 통해 “공습으로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 등 이란 세 곳의 주요 핵 시설이 완전히 제거됐다”고 발표했다. 포르도 핵 시설에 대해선 “끝장났다(gone)”고 표현했다. 포르도 핵 시설은 이란 핵 프로그램의 심장부다. 이란 곰주(州) 산악 지역 지하 약 80m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은 2009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포르도 핵 시설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원심분리기 3000기를 설치할 수 있는 규모라고 밝혔다. IAEA는 최근 보고서에 원심분리기 2700대가 실제 설치됐다고 전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무 장관은 6월 22일 워싱턴 D.C. 인근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방부 청사서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이란 핵 프로그램을 명확히 파괴했다”고 했다. 함께 브리핑에 참석한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이란 핵 시설 세 곳에서 매우 심각한 피해와 파괴가 발생했지만, 전체 평가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란 핵 능력 보유를 확인하기는 이르다” 는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반면 이란 측은 “(공습이 있었지만) 핵 시설에 대한 타격을 최소화해 핵 프로그램을 조기 정상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공습 전에 농축 우라늄을 안전한 곳으로 이전하는 등 사전 대응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료=이코노미조선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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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버스터로 핵 시설 초토화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6대의 B-2 스텔스 폭격기가 12발의 벙커버스터(GBU-57)를 포르도에 투하했고, 1대의 B-2 스텔스 폭격기가 벙커버스터 2발을 나탄즈에 떨어뜨렸으며, 잠수함이 나탄즈와 이스파한에 순항미사일 30발을 발사했다. AP통신은 공습 후 촬영된 위성사진을 분석, 포르도 핵 시설 출입구가 파손됐고, 주변 산악 지역 색깔이 회색으로 변한 점을 들어 벙커버스터가 명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벙커버스터는 폭발하기 전 지표면 아래 약 61m까지 관통하는데, 이를 순차 투하해 연속 폭발시키면 더 깊은 곳을 효과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 

MAGA 반발 “이란 공격이 美 우선주의냐”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복잡하다. 해외 전쟁 불개입과 미국 우선주의 원칙을 내세운 자기 입지를 흔들리게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민주당은 이번 공습이 미국을 위험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며 ‘트럼프 탄핵’을 거론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은 SNS X(엑스)에 “대통령이 의회 허가 없이 이란을 폭격하기로 한 참담한 결정은 헌법과 의회를 심각하게 무시한 것”이라며 “명백하고 절대적인 탄핵 사유”라고 썼다. 공화당 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마이크 존슨 공화당 하원의장은 “대통령이 옳은 결정을 내렸고 필요한 조처를 했다”는 입장이지만, 강성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인 마저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은 “이건 우리 싸움이 아니다. 미국이 위대해지려는 순간마다 우리는 또 다른 해외 전쟁에 연루된다”고 했다.

끝나지 않은 갈등, 여전한 불씨

미국의 이란 폭격, 뒤이은 전격 휴전 발표로 트럼프 대통령이 ‘힘을 통한 평화’를 구현했고, 미국의 리더십을 재확인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스라엘·이란의 갈등 골이워낙 깊어 언제 다시 분쟁이 불붙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 이스라엘은 6월 24일 오전 “이란이 휴전협정을 위반하고 미사일을 쐈다”고 주장했고, 이란은 이를 부인하는 등 갈등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백악관을 떠나면서 기자들에게 “그들(이스라엘·이란)은 지금 자국이 뭔 짓을 하는 건지 모르는 것 같다. 진정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 측에 이란을 공격하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의 휴전은 미국의 압도적인 무력으로 강제된 것일 뿐, 이스라엘 공격 명분이었던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완전히 폐기된 것은 아니다. 이란이 본격적인 핵무기 개발 노선을 정하고, 개발 속도를 올릴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야코프 아미드로르는 AP통신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란이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농축 우라늄”이라며 “농축 우라늄이 ‘크고 강력한 용기’에 보관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