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상치 못한 대선이 끝나고,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선거 과정에서 국민의힘 등 야권은 이재명 정부가 행정 권력과 의회 권력을 동시에 장악함으로써 ‘일인 독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결과적으로 권력 집중은 국민의 선택을 통해 현실이 됐다.
이 시점에 던져야 할 핵심 질문은 다음과같다. ‘이토록 한곳에 집중된 권력을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 이는 곧, 오늘의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과제가 무엇인가를 묻는 것과 같다. 반복되는 대통령 탄핵과 헌정 질서의 위기를 막는 정치 개혁 그리고 정체된 경제를 다시 성장 궤도로 돌려세우는 구조 개혁이 그 핵심일 것이다.
정치 안정 없이는 경제도 안정될 수 없고, 경제 위기는 다시 정치 위기로 순환한다. 따라서 경제개혁이야말로 가장 시급하고 근본적인 과제다.

오늘날 한국 경제가 직면한 위기의 본질은 잠재성장률의 급속한 하락과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다. 한국은 선진국으로 진입한 이후, 다른 어떤 나라보다 빠르게 성장 잠재력을 잃어가고 있다. 일본은 1970년대 산업화 정점에서 약 4%의 잠재성장률을 보였으나, 50년이 지난 지금 1%대로 하락했다. 반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당시인 1990년대 말 6~7%에 달하던 잠재성장률이 2020년대 들어 단 20여 년 만에 2%대로 급락했다. 미국도 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했지만, 80년간 약 1.5% 하락에 그친 점과 비교하면 한국은 전례 없는 자유낙하 상태다. 왜 이렇게 됐을까?
첫째, 세계 최저 출산율과 급속한 고령화다. 생산 가능 인구 감소와 부양 비율 증가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한계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른바 ‘인구 페널티’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제조업 중심의 고도성장이 한계에 이르렀음에도 서비스산업이 이를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산업이 일자리의 70% 이상을 차지하지만, 생산성은 OECD 평균의 5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영세 자영업 과잉, 기업화가 금지된 전문 서비스업, 과도한 규제 등으로 인해 혁신과 경쟁이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셋째, 혁신 역량이 낮은 중소기업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한국 사업체 수는 경제 규모가 세 배인 일본보다도 많다. 이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효율성과 혁신이 어려운 구조다. OECD는 한국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 1600개를 넘는다며 과잉 지원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넷째, 대기업 고용 비중이 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종업원 250인 이상 사업체가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10%대에 불과하지만 대부분 선진국은 40~60% 수준이다. 이는 해고가 어려운 노동법과 기업 수 부족에서 기인한다. 동시에 고세율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자본과 고급 인재가 한국을 떠나고 있다.
이 같은 구조적 위기를 타개하려면 다음과같은 개혁이 필수적이다. 서비스업 기업화 허용, 중소기업 경쟁 기반 강화와 구조조정 유도, 해고 유연성을 높이는 노동 개혁 그리고 상속세 개혁이다. 이런 종류의 개혁은 종종 진보 정부에서 성사됐다. 독일의 하르츠 개혁, 스웨덴의 상속세 폐지 모두 좌파 정부가 실행한 사례다. 사회적 약자 보호와 구조개혁이 반드시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
압도적 권력을 손에 쥔 이재명 정부가 이 권력을 정파적 이해를 위한 도구로 사용할지, 아니면 한국 경제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천재일우의 기회로 활용할지에 따라,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도 양극단으로 갈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