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첫 내각에 역대급 규모로 인공지능(AI) 전문가와 기업 출신 인사를 전면 배치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대표, 대선 후보 시절부터 “AI 대전환을 통해 대한민국을 세계 3대 AI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며 100조원 규모의 민간·공공 투자, AI 데이터센터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프라 확충, ‘모두의 AI’ 프로젝트 등 대형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4월 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를 방문해 AI를 세계경제의 게임 체인저로 비유하며 “기업이 투자도 받기 전에 위축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민 모두 자산 격차에 상관없이 무료로 고성능 AI를 사용할 수 있도록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GPU 5만 개 이상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AI 전략 추진 배경에는 이재명표 정책인 ‘기본 사회’를 빼놓을 수 없다. 이 대통령은 AI를 활용해 리스크를 줄이고 관련 산업을 확대해 궁극적으로는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 왔다. 그는 ‘주 4.5일제’를 꾸준히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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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발표된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을 살펴보면,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가 담겨있다. AI를 바이오·국방·에너지 등 전 산업과 연결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AI와 연계해 40조원 규모의 벤처 생태계를 구축하고, 지능형 전력망, 해상 전력망 등을 활용해 친환경 에너지를 확대할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AI 발전을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량 소모가 불가피한데, 전력망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에너지 믹스 정책을 끌고 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내각은 그 공약을 실현할 실무형·현장형 인재로 구성됐다. LG·네이버·두산 등 국내 대표 대기업에서 초거대 AI, 글로벌 AI 전략, 에너지 믹스 등 실질적인 성과를 낸 인물이 대거 기용됐다. 특히 해외 의존 없이 독자적으로 AI를 구축하는 ‘소버린 AI(Sover-eign AI·특정 국가에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AI)’ 체제를 만들기 위한 인사라는 평이 나온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자체 개발한 AI 모델은 14개인 반면, 미국은 128개, 중국은 95개에 달한다. 해외 AI 모델의 의존도를 줄이고 전 국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 자체 개발한 AI 모델이 발전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성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이번 내각은 ‘AI 중심’이라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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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재명 정부가 추천한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2016년 LG그룹에 합류해 LG AI연구원의 초대 원장으로 최근까지 근무하며 국내 AI 대표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다. 한국형 거대 언어 모델(LLM)의 오픈소스 모델인 ‘엑사원(EXAONE)’ 개발을 주도하며 국가 AI 전략 수립에도 깊이 관여했다. 배 후보자는 2023년 엑사원 공개 시연회에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것은 우리가 미국, 중국 대비 아직도 AI 연구에 있어서기초연구 부문이 아주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6월 20일에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가 하는 머니게임을 할 수 없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특화된 영역에서 추론형 모델과 잘 결합해서 바이오 영역 AI, 제조 영역 AI, 이런 것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은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 출신으로, 네이버의 거대 언어 모델 ‘하이퍼클로바X’ 개발을 총괄한 경험이 있다. 그는 센터장 시절 “AI가 전 세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고 국가 미래를 좌우하는 시기”라면서 한국형 AI 모델 개발을 통해 기술 자립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가 한 말처럼 향후 정부의 소버린 AI 정책을 주도할 예정이다. 특히 대통령실에 40대 학자 출신 젊은 수석으로 들어가는 만큼, AI 연구 생태계 발전에 힘쓸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AI 비서관으로 발탁된 김우창 카이스트 교수는 하 수석과 동갑인 AI 전문가로, AI 정책 조율에 호흡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장관 후보자는 기재부 예산실장과 2차관, 국무조정실장 등 핵심 관료직을 두루 거쳤다. ‘AI 코리아’ 저자이자 대선 캠프 경제성장위원회 고문으로 활동했다. 구 후보자는 자신이 쓴 책에서 “우리 눈앞에 AI가 전부인 시대가 놓여 있다. AI는 어디에나 있다. AI 시대를 맞아 과거보다 더 선제적이고, 더 빠르고, 더 집중적으로 국가·기업·국민이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AI 인재 양성과 기술 개발 등 국가적 지원을 강조해 왔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기재부 정책기획관 등 관료 경력을 거친 뒤 2018년 두산그룹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마케팅부문장)으로 재직하며 마케팅 부문을 총괄했다. 소형모듈원자로(SMR) 관련 글로벌 협력을 만드는 데 일조했을 뿐만 아니라 ‘팀코리아’ 구성원으로서 체코 원전 신규 건설 사업 수주, 중앙아시아 원전 사업 확대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는 평이 나온다. 기업인 출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서, 산업·에너지·AI 융합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1990년대 말 벤처기업으로 출발해 이미 대기업 반열에 오른 네이버의 사상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많이 알려졌다. 아울러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을 지낸 경험도 있다. 그는 네이버 서비스총괄이사로서 창업·벤처 투자 플랫폼 D2SF, 중소기업·소상공인과 플랫폼을 연결하는 ‘프로젝트 꽃’ 등 혁신 프로젝트를 이끈 경험이 있다. 이 대통령이 공약에서 AI와 벤처·중소기업 생태계 연결을 강조한 만큼, 민관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자료=‘이코노미조선’ 정리
/ 자료=‘이코노미조선’ 정리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AI는 국가 혁신의 핵심,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정부 주도의 인프라 투자와 민간 혁신의 결합을 강조했다. 이번 내각은 소버린 AI 전략, 초거대 AI 모델 개발, 플랫폼 산업 혁신, AI 기반 벤처·중소기업 육성 등 각 분야에서 실적이 검증된 민간 전문가가 포진했다는 점에서, 기존 교수·관료 중심 인선과 차별화된다. 정치권과 산업계에서는 “성과 기반 실용주의, 일하는 정부의 신호탄”이라는 평가와 함께, AI를 통한 국가 경쟁력 제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신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