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링그룹이 러청 국제 의료 관광 선행구에 설립한 이링병원. 휴양지 리조트와 닮았다.
2 하이난 보아오 러청
국제 의료 관광 선행구의 보아오 슈퍼병원에서 체코 관광객이 중국식 뜸 치료를 받고 있다. 
3 하이난 보아오
러청 국제의료관광 선행구의 메이싸이얼병원.  
4 보아오 러청 국제 의료 관광 선행구 거리. 현수막에는 ‘러청이
선도하는 혁신 의료의 길’이라고 적혀있고, 그 뒤엔 병원이 줄지어 있다. / 사진 이은영 특파원
1 이링그룹이 러청 국제 의료 관광 선행구에 설립한 이링병원. 휴양지 리조트와 닮았다.
2 하이난 보아오 러청 국제 의료 관광 선행구의 보아오 슈퍼병원에서 체코 관광객이 중국식 뜸 치료를 받고 있다.
3 하이난 보아오 러청 국제의료관광 선행구의 메이싸이얼병원.
4 보아오 러청 국제 의료 관광 선행구 거리. 현수막에는 ‘러청이 선도하는 혁신 의료의 길’이라고 적혀있고, 그 뒤엔 병원이 줄지어 있다. / 사진 이은영 특파원

최근 중국 하이난 하이커우(海口)에서 2시간을 달려 보아오(博鳌) 러청(乐城)에 들어서자, 좁고 높은 빌딩은 사라지고 작게는 컨벤션센터, 크게는 대형 리조트 크기의 건물이 연달아 있었다. 전부 병원 건물이었다. 이병원은 진료 목적의 일반 병원과는 달랐다. 대형 건강관리센터와 분야별 치료 센터, 숙박·휴양 시설을 갖춘 리조트형 병원이었다.

중국 정부가 2013년 설립한 ‘러청 국제 의료 관광 선행구(이하 선행구)’다. 의료·건강 산업의 개혁·개방을 위해 20.9㎢의 규모로 지어졌다. 이는 한국의 행정구 하나에 준하는 크기로, 여의도의 일곱 배 크기다.

美 최신 장비, 신약…中 첨단 의료 1번지

선행구 대표 병원 중 하나인 메이싸이얼병원(梅塞尔医院)을 찾았다. 로비에 들어서니 병원 특유의 차가운 느낌 없이 밝은 분위기가  풍겼다. 메인 빌딩을 지나 검진 센터 등이있는 별관에 다다르니, 통유리 인테리어에 대형 조형물과 식물 조경이 어우러져, 여유로움마저 느껴졌다. 테이블에 앉아 느긋하게 차를 마시는 중년 고객도 보였다. 이 병원은 정밀 검진 및 진단, 정밀 치료를 핵심으로 두고 있다. 모든 검사 장비는 GE, 필립스, 지멘스 제품을 사용한다. 아시아에 딱 한 대 있는 유방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도 이곳에 있다. 오스트리아 바메드 재활그룹(VAMED), 미국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 일본 오다병원(小田医院), 하스미 암연구소(莲见癌研究所) 등과도 협진하고 있어, 바다 건너 멀리 가지 않더라도 현지와 같은 수준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3급 종합병원 보아오슈퍼병원(博鳌超级医院)의 경우 특히 전통 중의학을 기반으로 한 침술과 화침, 부항, 뜸, 추나요법을 적용해 통증 치료를 하고 있다. 심장내과, 이비인후과, 간담외과, 종양과, 안과, 피부과 등 30개 전문과도 운영하고 있다. 중국 최초로 인공와우, 청각뇌간이식 등 혁신 기술이 적용된 첨단 시술을 100건 이상 수행했다. 2018년 개원 이후 총 2만 명이 넘는 환자가 이곳에서 진료받았다. 양홍보(杨洪波) 주임의사는 “병원의 첨단 시술 현황은 아시아 선두 수준”이라며 “이 때문에 해외 환자도 병원을 많이 찾는다. 환자의 70% 이상은 중국 본토 외부에서 온다”고 말했다.

"몸 건강은 마음 건강에서"…예방·관리 중점 건강관리센터도

질병 치료가 아닌 예방 목적의 건강관리센터도 이곳에 있다. 종합 의료·건강관리 기업인 이링(一龄)그룹이 운영하는 이링병원이다. 병원은 높은 천장에 목재 디자인이 어우러져 동남아시아의 리조트를 닮아 있었다.  1층에는 뷔페 레스토랑이 있고, 서예 체험과 전통차 시음, 전통 현악기 연주와 수면 장애 개선에 도움을 주는 향을 피울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위로 올라가면 중의학과 전통 의학, 소수민족 의학 등을 기반으로 한 요법을 체험할 수 있는 진료실이 나온다. 2024년에 약 41만 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았다. 이링그룹의 텅원선(腾文深) 국제의료협력개발처 사업 개발 매니저는 “유명 중의학 대가들과 협진하고 있으며, 그들은 정기적으로 이곳에서 진료한다. 침, 뜸, 추나 등 기술은 중국 최고 수준”이라며 “외국인 환자는 러시아 환자가 많고 한국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고객 대상으로는 하이난의 골프 리조트와 우리의 의료 서비스를 결합한 관광 상품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이난은 170개 중국 수교국을 대상으로, 홍콩이나 마카오에서 출발하거나 경유한 2인 이상 여행객이라면 144시간 동안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중국 본토 무비자 입국이 불가능하더라도 위 조건에만 해당한다면 최대 5박 6일간 하이난에 머무를 수 있다.

허허가가  완완화화로로  신신약약  적적용용  활활발발……관관세 세 면면제제로로  가가격 격 경경쟁쟁력 력 갖갖춰춰

허가 완화로 신약 적용 활발…관세 면제로 가격 경쟁력 갖춰

선행구의 의료 관광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정책도 두둑하다. 중국은 의약품과 의료 기기를 들여오려면 정부 약품감독관리국(NMPA) 허가를 받아야 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그러나 이곳에선 하이난성 정부가직접 특허약과 의료 기기에 대한 판매 허가를 내, 신약을 중국에서 가장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 또 중국 정부는 2024년 12월 25일 하이난 자유무역항의 수입 의약품, 의료 기기에 대한 무관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6월까지 1억1400만위안(약 216억원)어치의 물품이 하이난에 수입됐으며, 누적 세금 감면액은 약 1500만위안(약 28억원)에 달한다. 주요 수입 품목으로는 인공와우 등 의약품와 의료 기기가 있다. 덕분에 이곳의 병원은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동남아시아 국가보다도 저렴하다. 메이싸이얼병원의 저우우징(周璐靖) 의사는 “미국에서는 단순 CT도 500달러(약 68만원) 이상이며 위내시경은 2000달러(약 272만원) 이상이다. 하지만 우리 병원은 전신 종합 검진이 2000달러부터다. 미국에서는 동일한 검진이 최대 5000달러(약 68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Plus Point

‘중국의 하와이’ 하이난엔 바다 넘어 ‘치유의 숲’ 있다

리족·먀오족 전통문화 마을. /사진 이은영 특파원
리족·먀오족 전통문화 마을. /사진 이은영 특파원
중국 국토 남단 선전(深圳)과 홍콩에서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베트남과 앞바다를 마주한 열대 섬 하이난(海南)이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에 하이난은 ‘중국의 하와이’로도 불린다. 대부분의 관광객은 바닷가와 리조트, 골프장이 있는 싼야(三亚)를 하이난의 대표 관광지로 꼽는데, 싼야 인근엔 울창한 열대림이 펼쳐진 숲속 휴양지가 있다. 바로 바오팅(保亭)이다. 해양 관광으로 유명한 인도네시아 발리에 ‘요가와 명상의 숲 마을’ 우붓이 있듯, 하이난의 바오팅도 그런 곳이다. 최근 햇볕이 쨍쨍하게 내리쬐던 아침, 바오팅 대표 복합 리조트 ‘선위다오(神玉岛)’를 찾았다. 공항에서 맡았던 바다 내음은 옅어졌고, 숲 내음이 짙었다. 원시 수목과 덩굴, 약초가 무성히 자란 열대림을 걸으니 단 몇 분 만에 땀에 흠뻑 젖었지만, 숲이 뿜어내는 맑은 공기에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다. 리조트 안엔 고요한 산책길부터 명상 센터와 마사지실, 다도 등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리조트가 옥(玉)을 테마로 하고 있는 만큼 세계 최초의 옥 미술관도 이곳에 있다. 링펑신경의학센터는 이곳에 재활 센터를 설립해 불안, 불면,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등을 다루는 준(準)의료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고급 리조트이지만, 숙박료는 1박에 최저 888위안(약 17만원)으로 저렴하다. 선위다오에 따르면, 이곳엔 연간 20만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1년에 약 3000만위안(약 57억원)의 관광 수입을 벌어들이며 하이난 중부 지역의 휴양 관광 및 생태 체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바오팅의 또 다른 대표 관광지는 리족(黎族)·먀오족(苗族) 전통문화 마을이다. 열대우림 생태 환경을 기반으로 소수민족의 풍습과 문화를 보존하고 관광객이 이를 체험할 수 있게 한 곳이다. 전동차를 타고 산길을 오르자 열대림에 고상 구조로 지어진 초가집이 보였다. 마루에는 알록달록한 전통 복장에 상체를 전부 덮는 금속 액세서리를 한 노인들이 베틀로 직물을 짜고 있었다. 관광객을 마주한 이들은 엄지를 치켜들며 “보롱(拨蒗)”이라고 인사했다. ‘안녕하세요’라는 뜻의 리족 언어다. 마을 안쪽에선 솜으로 실을 짜는 모습, 직접 짠 실을 알록달록하게 염색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들이 선보인 리족과 먀오족의 전통 방적 기술은 2024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되기도 했다. 바오팅에는 이 밖에도 칠선령 열대우림, 온천 등의 관광 명소가 있다. 모두 자연 자원과 리족·먀오족 문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바오팅의 관광산업은 소수민족 고용과 소득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선위다오 측에 따르면, 연간 평균 300명 이상을 직간접적으로 고용하고 있으며, 지역 내 공급망을 적극 활용해 연간 2000만위안(약 38억원) 규모의 지역 경제 창출 효과를 내고 있다.

하이난=이은영 조선비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