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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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손이 저려 깼다’ ‘아침에 손끝 감각이 둔하다’는 말을 하며 손을 털거나 주무르며 진료실을 찾는 환자가 많다. 간혹 일시적인 혈액순환 문제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러한 증상이 반복되고 손에 힘이 빠지는 느낌까지 있다면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한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에 있는 수근관이라는 좁은 통로 안에서 정중신경이 압박을 받으며 발생하는 대표적인 신경 압박 질환이다. 정중신경은 엄지부터 약지 절반까지 감각과 운동을 담당한다. 압박이 지속되면 감각 저하뿐 아니라 근력 약화, 심하면 근육 위축까지 진행될 수 있다. 이 질환은 현대인의 ‘디지털 과로증후군’이라 불릴 만큼, 손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환경에서 흔하게 나타난다. 컴퓨터 작업과 스마트폰 사용이 잦은 사무직 종사자, 반복 작업이 많은 생산직, 손을 많이 쓰는 요리사나 미용사, 가사 노동이 많은 주부까지 모두 위험군에 속한다. 일부 직종에서는 실제로 ‘직업병’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외에도 임신과 폐경, 당뇨병, 갑상선(갑상샘) 질환 등 내분비·호르몬 변화에 따른 신체 변화가 발병 위험을 높인다. 특히 수면 중 손목이 꺾인 자세가 오랜 시간 유지될 경우, 수근관 내 압력이 증가하면서 한밤중 손 저림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혈액순환 장애와 증상이 비슷해 종종 혼동된다. 하지만 혈액순환장애는 손 전체가 차고 창백해지며 주로 추운 환경에서 심해지고, 손목터널증후군은 밤에 증상이 심해지며 엄지에서 중지, 또는 약지 절반까지만 저리는 특징을 보인다. 새끼손가락이 멀쩡하다면 정중신경 압박과 연관된 손목터널증후군일 가능성이 크다.

민슬기 연세스타병원
정형외과 원장 - 한림대 의대, 현 정형외과 전문의, 현 대한견주관절학회 평생회원, 전 영월의료원 정형외과 과장, 전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견주관절 전임의
민슬기 연세스타병원 정형외과 원장 - 한림대 의대, 현 정형외과 전문의, 현 대한견주관절학회 평생회원, 전 영월의료원 정형외과 과장, 전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견주관절 전임의

손목터널증후군을 치료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손목의 과도한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장시간 손목이 꺾이는 자세나 반복적인 손 움직임은 정중신경에 가해지는 압력을 심화시켜 증상을 악화할 수 있기 때문에, 손목에 무리를 주지 않는 생활 습관이 치료의 핵심이다. 초기 단계에서는 소염진통제 복용, 물리치료, 주사 치료 그리고 손목 보호대 착용 등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증상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수면 중 손목이 꺾인 자세로 잠드는 습관이 있다면, 손목을 중립 자세로 유지할 수 있도록 보호대를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증상 호전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증상이 악화하면 단순한 저림을 넘어 손가락 감각 저하, 근력 약화, 손바닥 근육 위축까지 진행될 수 있다. 특히 엄지손가락 아래쪽 근육이 움푹 들어가면서, 단추를 채우거나 글씨를 쓰는 등 정교한 손동작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태로 진행한다. 이처럼 신경 압박이 장기간 지속되면, 일상 기능 자체에 큰 영향을 주는 만성 신경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 단계에 이르면 보존적 치료만으로는 호전이 어려워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이때는 정중신경을 직접 감압하는 수술, 즉 정중신경 감압술을 해야 할 수 있다. 신경 손상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수술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절개 범위를 최소화한 방식으로 진행되며, 대부분 부분 마취로 수술이 이뤄진다. 회복 속도가 빠르고 일상 복귀가 용이해, 환자 만족도 또한 높은 편이다.

손목 건강은 하루아침에 망가지지 않는다. 생활 속 작은 습관이 쌓이며 서서히 손목에 부담을 준다. 다음과 같은 예방법을 실천해보자. △장시간 작업 중에는 중간중간 손목을 쉬게 하자 △스마트폰, 키보드 사용 시 손목을 꺾지 않고 중립 자세를 유지하자 △반복 작업 전후에는 손목 스트레칭을 필수로 하자 △잠잘 때 손목이 꺾이지 않도록 손목 보호대를 착용하자. 매우 사소해 보이는 행동이지만, 정중신경을 보호하고 손목터널증후군을 예방하는 데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민슬기 연세스타병원 정형외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