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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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카드를 이용해 집 앞 빵집에서 빵을 사 먹고 관용차를 이용해 자녀를 학교에 등하교시켰다. 지방의회 의원이 임기 말에 패키지여행에서나 가는 관광지로 가득 찬 일정을 해외 시찰이라는 명목으로 다녀왔다는 등의 기사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등장하는 뉴스의 단골 테마다. 중국도 이렇게 공사(公私)의 구분을 엄격히 지키지 못하는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이른바 ‘8항규정(八項規定)’이라는 것을 통해서 공무원의 근무 기강을 다잡고 각종 경비의 사용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2012년 12월 4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18차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는 ‘제18차 중앙 정치국의 업무 기강의 개선과 군중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8항규정(十八屆中央政治局關於改進工作作風,密切聯繫群衆的八項規定)’을 심의 통과시킨다. 이 규정에는 중앙 정치국 전체 구성원의 조사 연구, 회의 활동, 문건 보고, 출장 활동, 경호 업무, 신문 보도, 원고 발표, 근검절약 등 여덟 개 방면에서 개선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2017년에는 이 8항규정을 관철하기 위한 실시 세칙을 심의 통과시키고, 2025년 3월에는 다시 8항규정의 세부 실천 사항으로 80개의 구체적인 기준을 공포하였다.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 연세대 경영학·법학,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 연세대 경영학·법학,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최근에 공포한 구체적인 기준 중에 ‘공무상 접대’ 항목을 보면 공금을 가지고 거하게 먹고 마시는 것이나 공무와 무관한 식사를 금지하고 공금을 이용한 여행, 헬스와 고비용의 오락 활동을 엄격히 금지한다. 다른 지역 간에 특별한 필요도 없는 일반적인 교육이나 교류, 현지 조사 등을 금지하고, 규정에 위반하여 경치가 좋은 명승지에서 회의나 행사를 주최하는 것을 금지한다. 또한 공금을 가지고 개인적 비용의 영수증 처리를 하거나 비용을 지불해서는 안 되고 휴가, 가족 방문, 여행 등의 활동을 공무상 접대의 범위에 포함시켜서도 안 된다. 

접대 단위는 접대 대상에 대해 업무상 식사를 한 번 대접할 수 있는데 접대 대상이 10인 이내인 경우에는 접대자가 3인을 초과해서는 안 되며 접대 대상이 10인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접대자가 접대 대상 인원수의 3분의 1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업무상 식사는 가정식 식사를 제공하는데 샥스핀, 제비집 같은 고급 식자재나 야생동물을 식재료로 사용해서는 안 되며 담배나 고급술의 제공도 금지된다.

얼마 전에 한국의 어느 사람이 중국 당국의 초대를 받아 베이징을 방문했다. 과거 본인이 겪어 본 경험에 주변 사람의 목격담을 더해 근사하게 차려진 만찬에 중국의 독한 술로 초청 측과 일전을 치를 생각으로 임전무퇴의 정신으로 만찬장에 임했다. 그러나 만찬주는 중국이 자체 생산하여 전 세계적인 환영을 받고 있다는 포도주가 올라왔고 만찬 식사도 기대한 바에 비해서는 소박하기 그지없었다고 한다.

중국 사람과 비즈니스할 때에 처음 보면 ‘펑요우(朋友)’, 즉 친구이고 두 번 만나면 ‘라오펑요우(老朋友)’, 즉 오랜 친구라며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한다. 8항규정을 통해 위에서부터 접대, 의전 문화에 거품을 제거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민간에서는 여전히 공격적인 음주 문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위에서부터 이제는 조금씩 변하자는 분위기가 점점 더 무겁게 아래로 전달되어 술자리 모습도 과거 우리의 추억과는 다르게 변해가고 있는 것이 오늘의 중국이다. 이제는 술자리에서도 중국의 달라진 모습을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