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센터는 6월 2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5년 하반기 세계경제·국제금융시장 전망’ 설명회에서 “연율 기준으로 전기 대비 3% 수준이었던 1분기 세계 경제성장률이 하반기에 2%대로 둔화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고율 관세와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투자 위축, 주요국 내수 부진이 주된 원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 전망은 미국의 상호 관세 발표 후 급락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올해 1월만 해도 세계 경제성장률을 평균 3.1%로 봤으나 6월에는 2.9%로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월 3.3%에서 4월 2.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12월 3.3%에서 6월 2.9%로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여기에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심화하면서 추가 충격이 우려된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미국이 개입한 현재 중동 정세가 전면적인 갈등으로 번질 경우 원유 수입의존도가 높은 아시아·유럽 경제는 에너지 비용 상승과 공급 차질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경제 예측 기관인 S&P 글로벌 마켓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호르무즈해협과 홍해 등 주요 해상 운송 경로가 최소 2분기 이상 마비되고 국제 유가가 최대 30% 급등할 경우, 세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오는 3분기 1.7%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S&P 글로벌 마켓인텔리전스는 무역과 투자 부문의 회복은 연말까지 지연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산업 생산과 소비 둔화, 고용 위축이라는 2차 충격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필자는 “미국의 관세와 이스라엘·이란 전쟁의 지정학적 상호작용으로 인한 이중 충격은 세계 경기 침체 가능성을 한층 더 높이고 있다 ”고 진단했다.
6월 28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엔겔라브 광장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약 60명의 이란 군 지휘관과 과학자들의 장례 행렬에 조문객들이 참석했다. 이는 테헤란의 최고 외교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에 대한 발언을 “용납할 수 없다”고 규탄한 이후 이뤄졌다. /사진 AFP연합
6월 28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엔겔라브 광장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약 60명의 이란 군 지휘관과 과학자들의 장례 행렬에 조문객들이 참석했다. 이는 테헤란의 최고 외교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에 대한 발언을 “용납할 수 없다”고 규탄한 이후 이뤄졌다. /사진 AFP연합

중동에서 일어난 새로운 전쟁은 파괴적인 관세전쟁과 결합해 침체로 빠지고 있는 세계경제에 치명타를 날리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잠정 휴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기 침체의 가능성이 급격히 커졌다. 

최종적인 협상 결과가 어찌하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조치는 글로벌 성장에 하방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다. 이 첫 번째 충격만으로도 충분히 심각했다. 이스라엘·이란 전쟁에 미국을 휘말리게 한 두 번째 충격은 이미 취약해진 세계경제의 침체를 더욱 복합적으로 만들었다. 이런 상황은 내가 말한 ① ‘경기 순환적 위험 이론(theory of cyclical risk)과 맞아떨어진다. 경제 성장률이 ② ‘실속 속도(stall speed)에 가까워질 경우 아주 작은 충격만으로도 경기 침체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단순한 원칙은 지난 45년간 ‘세계 경기 침체’를 예측하는 데 매우 잘 들어맞았다. 개별 국가의 경기 침체는 일반적으로 실질 생산의 감소를 반영하는 반면, 세계적인 침체는 대개 전 세계 국가의 절반 정도가 수축하고 나머지는 여전히 성장하는 상황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세계 경기 침체는 전 세계 GDP 성장률이 2.0~2.5% 수준으로 둔화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일어난 2009년과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일어난 2020년 ‘마이너스(-) 성장’을 제외한 1980년 이후 평균 성장률 3.3%보다 0.8~1.3%포인트 낮은 수준을 경기 침체로 규정하는 것이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 - 뉴욕대 경제학 박사,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연구원, 전 모건스탠리 아시아지역 회장
스티븐 로치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 - 뉴욕대 경제학 박사,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연구원, 전 모건스탠리 아시아지역 회장
실속 속도는 경기 순환적 위험을 진단하는 핵심 지표다. 경제가 취약성을 나타내는 구간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추세 성장률에서 크게 벗어난 하방 편차로 측정된다. 지난 45년간 세계경제의 한계 성장 속도는 대략 2.5~3.0% 범위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세계경제가 이 구간에 머물 때는 외부 충격을 견뎌낼 회복력이 부족하다. 과거 네 차례의 세계 경기 침체 모두 이런 상황에서 발생했다. 

오늘날로 시계를 돌려보자. IMF의 최신 ‘세계경제 전망’에 따르면, 2025년 세계 GDP 성장률은 2.8%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속 속도의 한가운데에 해당한다. 역사적으로 지금까지의 세계 경기 침체가 하나의 충격에서 비롯된 것과 달리, 2025년 세계경제는 두 가지 충격에 동시에 노출돼 있다. 하나는 관세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중동에서의 무력 충돌이다. ‘이중 충격’이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은 세계 경기 침체의 위험을 더욱 높이며, 예측 전문가 사이에서는 그야말로 확실한 징후(smoking gun)나 다름없다. 

이 두 가지 충격이 세계경제 성장에 미치는구체적인 전파 경로가 핵심이다. 무역 전쟁은 이제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③ 현재 진행 중인 법정 공방이 마무리된 뒤 트럼프가 제시할 관세 패키지는 전 세계에 약 10%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안이 될 것으로 본다. 특히 중국에서는 훨씬 더 높은 관세율이 적용되고, 자동차 및 부품, 철강, 알루미늄 등 미국의 전통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품목별 고율 관세도 포함될 것이다. 

10%의 글로벌 관세는 4월 2일(이하 현지시각) 트럼프의 ‘해방의 날(Liberation Day)’ 선포 전 30년간 평균 유효 관세율이 1.9%였던 것과 비교하면 약 다섯 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충격이라 할 수 있다. 여전히 수출 의존적인 중국 경제에 하방 위험을 초래하고, 미국 경제에도 큰 불확실성을 만들어낼 것이다. 특히 기업의 미래에 대한 안정적인 기대에 기반하는 설비투자와 고용이 위축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미국과 중국 경제는 2010년 이후 전 세계 누적 GDP 성장의 40% 이상을 차지해 왔기 때문에, 이러한 관세전쟁이 세계경제에 미칠 잠재적 피해를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중동에서의 전쟁이 거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유가를 통해 측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6월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유가는 급등했지만, 이는 최근 3년간의 저점에서 반등한 수준에 불과하다. 2022년 이후 평균치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6월 23일 휴전을 발표하자마자,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분은 상당 부분 되돌려졌다. 하지만 항상 그러했듯이 중동에서 적대 행위가 지속될 경우, 시장에서는 석유 생산 및 유통, 해상 운송로 방해 등을 포함한 이란의 보복 가능성을 우려하기 시작할 것이다. 에너지 및 기타 원자재 가격에 상당한 상승 압력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6월 21일 미국이 이란의 핵농축 시설을 폭격하면서, 이미 극도로 불안정한 세계에 새로운 불확실성이 추가되었다. 

미국이 이스라엘·이란 전쟁에 개입한 것이 세계 에너지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상황이 1990년 8월 사담 후세인의 쿠웨이트 침공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유가는 3개월 만에 두 배로 뛰었다. 주목할 점은 당시 세계경제가 이미 1991년 무렵 2.5%의 실속 속도로 둔화하는 상황에서, 전쟁에 따른 에너지 충격이 1992~93년의 완만한 세계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단기적인 전망의 핵심은 미국의 관세나 이스라엘·이란 전쟁 자체가 아니라, 이 둘의 지정학적 상호작용에 있다. 이 두 가지 충격은 서로를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으며, 이미 실속 위험에 처한 취약한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경기 순환에 대한 예측은 결코 확실하지 않지만, 올해의 이중 충격은 세계 경기 침체 가능성을 한층 더 키우고 있다. 

Tip

경제가 경기 사이클의 말기에 진입했을 때 비교적 작은 외부 충격도 전체 경기를 급격한 침체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이론이다. 특히 경제성장률이 1~2% 수준으로 둔화한 ‘한계 성장 속도(stall speed)’ 구간에서는 소비 위축이나 투자 둔화, 금융 불안 같은 단일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해 경기 하강을 가속화할수 있다. 이 이론은 경기 하강이 단선적이기보다 비선형적으로 진행되며, 리스크가 누적된 상태에서 민감도가 높아진다는 점에 주목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미국 경제가 이미 둔화한 상태에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충격에 의해 급격한 침체로 전환된 상황이 꼽힌다.

원래 항공기가 속도 저하에 빠지는 최저 속도를 의미하며 경제에선 대체로 성장률이 2% 이하로 떨어질 때를 지칭한다. 이 구간에선 소비와 투자가 둔화하고, 작은 충격도 경기 침체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세계경제가 이 속도에 가까워진 상황에서 지정학적 위기나 금융 불안 같은 ‘두 번째 충격’이 발생하면 글로벌 리세션(recession·경기 후퇴)이 현실화할 수 있다.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4월 2일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선포에 대해 기업· 주(州) 연합이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다. 국제무역법원(CIT)은 5월 28일 상호 관세 행정명령이 IEEPA 범위를 초과했다면서 관세 부과 취소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항소심이 즉시 (관세 부과 취소 명령) 집행정지(stay)를 결정해 관세는 소송 중에도 계속 유지되는 상황이다. 이와 별도로 오리건 등 주 연합 등이 IEEPA 사용의 위헌성과 권력 남용을 근거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트럼프 정부는 IEEPA 명시 규정을 근거로 주요 경제 위기 대응 수단이라 주장하며 항소 중이다. 미국 의회는 이 같은 사태를 계기로 ‘무역 재검토법(Trade Review Act)’을 발의, 의회 승인 없는 관세는 60일 후 자동 종료하도록 하는 등 대통령 권한을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병행되고 있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