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고위직 임원이 잘 키운 글로벌 기업을 다음 세대에 물려 주는 이미지. / 사진 챗GPT 달리
최근 나노 중국 법인장이 한국에 방문했다. 나노의 중국 법인은 20년 전에 설립됐다. 설립 초기에는 중국 내 유사 원료 생산 기업 설비에 우리 기술을 접목해 한국 공장에서 필요한 원료를 공급받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후 15년 전쯤에는 중국 정부가 대기 환경 규제를 시행하면서 이 시장을 겨냥한 중국 경쟁 기업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런 중국 기업에 원료를 공급하기 위해 10년 전 중국 내 원료 공장을 준공했다. 최근 미·중 간 무역 갈등으로 중국에서 생산되는 기초 원료의 내수 부진이 지속되어 중국 대형 원료 생산 기업의 재고가 쌓여가고 있다. 중국 법인장은 중국 내 원료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중국 원료 시장가격이 내려가는 상황을 설명했다. 중국 제조 산업의 특징은 신규 시장이 생성되면 많은 기업이 앞뒤를 가리지 않고 투자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과잉생산으로 시장가격이 낮아져서 결국 자금 경쟁력이 있는 소수 기업만 생존하는 과정을 반복해 왔다. 이런 중국식 과잉투자는 치열한 경쟁을 촉발해 단기간에 전문 인력과 기술을 확보하는 중국 나름의 경쟁력 확보 방법이 되었다. 더욱이 중국은 품질이 미흡하더라도 가성비로 확보할 수 있는 일정 규모의 시장이 있다. 이 시장에서 초기에는 제품을 싸게 팔면서품질을 향상할 시간을 벌고 시장을 넓혀간다. 이후 금융 지원을 받아서 기술혁신하고, 완성도 높은 제품은 생산성을 키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간다.
신동우 나노 회장 - 케임브리지대 이학박사, 현 한양대 총동문회장
최근 나노의 중국 법인 원료 공장도 중국 내 저가 공세에 직면하게 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국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 중국 밖으로 수출을 늘려야 한다. 중국 법인은 지난 20년간 세 가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첫째는 한국 공장이 필요한 고품질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둘째는 중국 기업에 원료를 공급하면서 자연스럽게 중국 내 경쟁 기업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셋째는 우리의 완제품을 수입해 중국 고급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우리 제품의 중국 경쟁 기업은 시장 발생 초기에 대부분 카피캣(copycat)으로 생산 라인을 구축했기 때문에 연구개발 체계가 미흡했다. 이런 이유로 범용 제품은 어느 정도 만들 수 있으나 정밀한 제품 생산은 한계가 있다.
우리는 창업 시부터 글로벌 기업을 목표로 했다. 그러기에 10년 전부터 미국 시장 진출을 시도했으나 보수적인 미국 회사 고객은 미국 내 공급 실적을 요구했다. 어느 미국 회사도 우리의 첫 번째 고객이 되는 것은 꺼렸다. 이 난관을 극복해야만 했다. 미국에 있는 경쟁사도 원료가 필요하다. 우리의 중국 원료 공장에서 생산한 원료를 미국 경쟁사에 팔 수 있다면 중국 내수 시장에 갇힌 원료 공급의 레드오션을 벗어날 수 있다. 또한 미국 경쟁사와 원료 협력을 바탕으로 우리 완제품을 미국 기업에 일부라도 제공할 수 있다면, 미국 내 공급 실적을 만들 수 있다. 다행히 수년간의 노력으로 상호 협력에 진전이 있다.
이와는 별개로 새롭게 생성된 미국 시장에 나노의 고급 제품을 직접 공급하기 위한 한국 내 새 공장도 연내에 준공한다. 이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향후 더 많은 원료가 필요하다. 결국 미국 시장에서는 미국 경쟁사와 서로 원하는 이익을 교환해 동지가 되고, 호랑이 굴인 중국 시장에서는 탈출구를 발견할때까지 인내하면서 순간의 기회를 포착해야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이 되는 건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유일한 길이다.
면담을 마치며 법인장에게 말했다. “법인장과 내가 함께 사업할 수 있는 기간은 앞으로 10년이다. 이 기간 내에 우리는 중국과 미국 시장에 단단한 입지를 가진 글로벌 기업이 돼야 한다. 이것이 이 나라에 태어난 우리가 마지막 애국하는 길이다” 그리고 회사에크게 써놓은 우리의 다짐을 가리켰다. “우리가 우리 선조의 노고로 잘살게 되었으니, 우리도 우리 후손이 잘살 수 있는 것을 남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