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대 초반의 한 중년 부부는 서로 생활 패턴이 다르다. 아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남편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어느 날 올빼미 남편이 종달새 아내에게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우리, 각방 쓸까?” 순간, 아내 표정이 얼어붙었다. 수십 년을 함께 살아온 부부라도 ‘각방’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단순한 잠자리 문제가 아니다. 이 단어는 관계의 거리, 애정의 농도 그리고 서로에 대한 믿음을 시험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가깝기 때문에 가능한 제안이지만 그래서 더 상처가 클 수도 있는 것이다.
‘한 이불을 덮고 잔다’, 한국인에게 이 말은 부부 사이의 친밀함을 상징한다. 같은 공간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다. 의례고 안정감이며 사랑을 표현하는 무언의 수단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각방을 제안받는 순간, 많은 사람은 먼저 정서적인 위협을 느낀다. ‘정이 떨어졌나’ ‘이제 나랑 잠자고 싶지 않은 거야’, 복잡한 감정의 파장이 물밀듯이 밀려온다는 것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애착 반응(attachment response)이 작동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안정적 애착을 가진 사람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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