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텍사스주 커빌의 주민 둘이 7월 5일(이하 현지시각) 홍수로 불어난 과달루페강 물줄기를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큰 사진). 7월 4일 발생한 미국 텍사스주 홍수로 7월 10일 현재 최소 120명이 사망하고 173명이 실종 상태다. 희생자 중에는 ‘캠프 미스틱’ 여름 캠프에 참가한 여자 어린이 27명 등 36명의 어린이가 포함됐다.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캠프 미스틱은 기독교계 단체가 운영하는 여자 어린이 대상 여름 캠프다. 쌍둥이 자매 해나·리베카 로런스(사진 1)를 비롯해 캠프 희생자 대부분은 8세 전후의 소녀였다. 7월 7일 캠프 미스틱 캠핑장 주변에 주인을 잃은 가방과 물품이 놓여 있다(사진 2).

폭우는 미국 독립기념일 연휴 첫날이었던 7월 4일 새벽 커 카운티 인근 산악 지대인 힐 컨트리 지역을 강타했다. 미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커 카운티의 주도 커빌엔 3시간 동안 250㎜, 오스틴엔 5시간 동안 355.6㎜의 폭우가 쏟아졌다. 각각 500년, 1000년에 한 번 있을 만한 강우량이다. 이로 인해 커 카운티를 지나 샌안토니오 방향으로 흐르는 과달루페강 수위가 1시간 만에 9.6m나 치솟으면서 대규모 수해가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피해가 집중된 커 카운티를 특별 재난 지역으로 선포했다. 그는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많은 생명을 잃었고 여전히 많은 사람이 실종된 상태에서 가족이 상상할 수 없는 아픔을 겪고 있다”고 했다. 연방재난관리청도 구조 작업에 동참했다.

하지만 강 상류 캠핑장과 주거지에 미리 대피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책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척 슈머 연방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미 상무부에 NWS 감원과 인력 부족이 이번 텍사스주 인명 피해를 키웠는지 조사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백악관과 NWS는 “홍수 경보가 적시에 발령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취약 시설 사전 대응 미흡”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테드 크루즈 텍사스주 연방 상원의원은 이번 홍수로 2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온 시점에 그리스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던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을 키웠다. 7월 4일 한 관광객이 그리스 아테네에서 크루즈 상원의원을 발견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고, 이로 인해 크루즈 의원이 당시 휴가 중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크루즈 의원실은 미리 계획된 휴가였다며 “최대한 빨리 돌아오려고 한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