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일 패스트파이브 대표 - 포항공대 전자공학, 전 Booz&Company 경영컨설턴트, 전 스톤브릿지캐피탈 벤처캐피털리스트
김대일 패스트파이브 대표 - 포항공대 전자공학, 전 Booz&Company 경영컨설턴트, 전 스톤브릿지캐피탈 벤처캐피털리스트

“한국 공유 오피스 시장이 어렵다는 건 오해다. 이 시장도 충분히 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증명해 내지 않았나.”

국내 1위 공유 오피스 기업 패스트파이브의 김대일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배경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가 2015년 공동 설립한 패스트파이브는 지난해 1300억원의 매출과 5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미국 공유 오피스 기업 위워크가 파산 위기에 빠지고, 고금리 장기화에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휘청이던 가운데 거둔 성과다. 패스트파이브는 올해 상반기 기준 서울과 경기도 판교 등에서 국내 최다 규모인 56개 지점을 운영 중인데, 연말에는 60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특히 올해 새로 문을 연 지점 중에는 과거 위워크가 쓰던 공간도 포함돼 있다. 김 대표는 “공유 오피스 시장에서 성패는 결국 고객 경험이 좌우한다” 며 “냉난방, 청결, 시설 관리, 심지어 커피 맛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 결과, 고객 10명 중 8명은 우리와 재계약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배경은.

“운영 효율화 전략이 유효했다. 그동안 성장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수익성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다행히 그간 패스트파이브의 인지도가 높아졌다. 마케팅 비용을 절반으로 줄였는데도 입점 문의가 유지되고 있다. 또한 지점을 늘리면서 유지 관리 비용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패스트파이브 전 지점에서 커피 원두만 한 달에 5t을 쓰는데, 최근 원두 가격 상승에도 규모의 경제 효과 덕분에 비용이 거의 늘지 않았다.”

공유 오피스 시장이 어려운 줄 알았다. 미국 위워크도 파산 위기에 빠지지 않았었나.

“이 시장이 어렵다는 건 오해다. 작년 패스트파이브 실적을 보면 알겠지만, 공유 오피스 사업이 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증명해 냈다. 우리의 평균 공실률은 5% 수준이다. 강남, 용산, 판교점 등 핵심 15개 지점의 경우 공실률이 수개월째 0%를 유지 중이다. 꾸준히 만실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타격이 컸을 것 같은데.

“2020년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도 공실률은 7~8%대에 그쳤다. 이마저도 금방 회복했다. 같은 기간 미국 주요 도시의 공유 오피스 공실률이 30%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우리의 운영 안정성이 확연히 드러난다.”

패스트파이브만의 비결이라도 있는 건가.

“기본에 충실했다. 공유 오피스를 단순히 ‘예쁘게 꾸며서 임대하는 사업’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까다로운 영역이다. 대기업도 섣불리 도전했다가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 우리는 냉난방, 청결, 시설 관리, 심지어 커피 맛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다. 이런 사소해 보이는 요소가 고객 경험을 좌우한다. 이런 부분에서 조금이라도 불만이 쌓이면 고객은 재계약 없이 경쟁사로 떠난다. 우리는 고객이 사소한 불편 하나도 느끼지 않도록 각별히 관리한다. 고객 10명 중 8명은 우리와 재계약하는 이유다.”

자료=패스트파이브
자료=패스트파이브

최근 경기 둔화로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기업이 늘고 있다. 공유 오피스 시장에 악재 아닌가.

“최근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오히려 공유 오피스가 기업에 새로운 돌파구가 되고 있다. 현재 서울에서 기업이 사무실을 임차하려면 많게는 20개월 치 임대료를 보증금으로 내야 한다. 반면 공유 오피스는 두 달 치만 보증금으로 내면 된다. 단기 계약은 물론 필요한 만큼만 공간을 대여할 수도 있다. 기업 입장에선 공유 오피스를 통해 고정비 절감과 유연한 비용 관리가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우리를 찾아오는 고객도 늘고 있다.”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오랫동안 침체 상태였다. 영향은 없었나.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았다. 우리는 건물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임차해 사용하는 구조다. 그래서 금리 인상 같은 외부 변수에 덜 민감하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건물주가 임차인을 찾기 어려워지면서 우리가 더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맺을 수 있다. 반대로 사무 공간 수요가 많아지는 시기에는 공유 오피스가 기업에 효율적인 대안이 되기 때문에 우리도 쉽게 공간을 채울 수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단순 공간 임대가 아닌 서비스 기반 모델이다. 고객은 일하는 경험 전체를 보고 우리를 선택하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의 부침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패스트파이브 회원료는 경쟁사보다 많게는  배에 달한다. 그럼에도 고객사가 찾아오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결국 ‘고객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를 예로 들 수 있다. 커피 맛이 압도적인 것도 아니고, 공간이 유일하게 특별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화장실처럼 사소한 공간까지도 깔끔하게 관리돼 있고, 전반적인 경험이 일정 수준 이상을 보장한다. 그래서 소비자는 스타벅스를 ‘편안하고 익숙한 곳’으로 인식하게 된다. 

패스트파이브도 마찬가지다. 어느 하나가 특별히 뛰어나기보다 전반적인 품질을 꾸준히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 입주 초기부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고, 고객이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관리한다. 그래서 경쟁사로 옮겼다가 실망하고 다시 돌아오는 고객도 많다. 소위 ‘역체감’이 컸기 때문이다.”

패스트파이브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도 있나.

“물론이다. 현재 운영 중인 지점과 오픈 예정 지점을 포함하면 올해 말 서울 전역에 패스트파이브 지점 수가 60개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 최다 규모다. 이 가운데 한 지점만이라도 계약하면 60개 모든 지점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특정 지점에 4인실을 계약하더라도, 다른 지점의 세미나실, 560개의 미팅룸, 스튜디오 등 다양한 부대시설까지 모두 활용할 수 있다. 단일 계약으로 전 지점 인프라를 모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몇 개 지점만 보유한 경쟁사와는 차원이 다른 경쟁력이다.”

요즘은 대기업도 입주한다고.

“그렇다. 스타트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패스트파이브를 적극 활용한다. 예를 들어 동화약품은 사옥 리모델링 기간 수년간 패스트파이브를 이용했다. 또 많은 대기업이 태스크포스(TF) 조직의 사무 공간으로 패스트파이브를 선택하고 있다. 원하는 기간만큼 유연하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젊은 세대일수록 회사 지원 전 ‘근무지 위치’를 확인하고, 공유 오피스에 입주해 있는지를 따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명확하다. 쾌적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분리된 공간 구조, 라운지와 미팅룸 같은 부대시설 등 일반 소형 사무실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공간을 쓰는 기업은 직원 경험을 중시한다는 인식도 있다. 이전에 공유 오피스를 써본 경험이 좋은 기억으로 남은 경우도 많아, 자연스럽게 선호가 형성되고 있다.”

기업공개(IPO) 계획은.

“조만간 적절한 시점에 IPO에 도전할 생각이다. 공유 오피스 시장이 어렵다는 인식이 아직 남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전보다는 인식이 좋아졌다. 이제 우리 가치를 입증받을 때가 왔다.” 

김우영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