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희귀·자생식물 직접 키워보고, NFT (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로 만들어 드립니다.” ‘시드볼트 NFT 컬렉션’이 인기다. 관련 소셜미디어(SNS)는 물론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서울국제정원박람회장에 마련된 시드볼트 NFT 컬렉션 부스를 찾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이 컬렉션은 NFT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생물 다양성 보전 캠페인의 일환이다. 환경재단, 두나무,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식물 자원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생물 다양성 보전의 중요성을 확산하기 위해 기획했다. 특히 블록체인·핀테크 전문 기업 두나무의 기술을 적용, 희귀·자생식물 종자의 실물 이미지를 바탕으로 NFT를 제작·발행한다.
부스에선 배초향, 물레나물 등 국내 자생식물을 체험할 수 있다. 모두 경북 백두대간 시드볼트에 보관된 토종식물이다. 시드볼트는 최후의 순간을 위해 각종 종자를 영구 저장하기 위한 시설로, 전 세계에서 한국의 경북 백두대간 시드볼트와 노르웨이 두 곳뿐이다.
이번 컬렉션은 생물 다양성 보전은 물론 ‘자연이 인간을 치유한다’는 가치를 주제로 열렸다. 특히 단순 체험이 아니라 MBTI(성격 유형 검사)처럼 참가자가 QR 코드로 자연을 대하는 태도 등 간단한 질문에 답하면, 나에게 맞는 치유 씨앗을 찾아준다. 실제 씨앗을 선물로 줘 집에서 직접 키우며 치유를 경험할 수 있다. 물론 NFT도 발행해 준다. 6월 22일 기준 시드볼트 NFT 컬렉션 누적 방문자는 1만1155명, 두나무가 발행한 시드볼트 NFT는 총 4만4478개에 이른다.
컬렉션을 기획·담당한 이은정(36) 두나무 과장과 김지은(30) 환경재단 선임PD를 만났다. 이들은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다. ‘기존 환경 캠페인과는 차별화된 캠페인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확고한 것도 공통점이었다. 둘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선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런 둘이 머리를 맞대니 답이 나왔다. NFT라는 디지털 기술과 환경 보전의 만남 그리고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게임화)이었다.
이 과장과 김 PD는 “사라져가는 식물을NFT로 발행해 시민이 직접 디지털 자산으로 소유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해 생물 다양성 보전을 더욱 실감나게 인식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드볼트 NFT 컬렉션은 기술, 예술, 환경이 융합된 프로젝트”라며 “새롭고 진화된 방식의 환경 캠페인 참여 모델을 제시했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다음은 이 과장과 김 PD와 일문일답.

시드볼트 NFT 컬렉션의 핵심 메시지는.
김지은 선임PD(이하 김지은) “생물 다양성 보전의 가치다. 희귀한 식물부터 도시 속 자생식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은 고유한 가치를 지니며 보전이 필요하다. 여기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했다. 멸종 위기 식물이나 희귀 식물의 유전자 자산을 NFT로 제작·발행해 영구히 보존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설계했다. 사라져가는 식물을 NFT로 발행해 시민이 디지털 자산으로 소유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해 생물 다양성을 더욱 실감 나게 인식하도록 했다.”
환경과 디지털 기술의 융합이 독특하다.
이은정 두나무 과장(이하 이은정) “식물 종자는 생명 정보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자산으로, 한 번 소멸하면 복원할 수 없다. NFT 역시 고유성과 복제 불가능성을 지닌 디지털 자산으로, 대체 불가성이라는 속성이 있다. 이처럼 지구 생명과 디지털 자산이 공유하는 고유한 속성을 연결함으로써, 생물 다양성 보전의 메시지를 디지털 환경에서 진정성 있게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또한 NFT를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현실 세계의 생물종 보전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

시민 참여는 어떻게 이뤄지나.
김지은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를 적용했다. 임무 수행, 환경 퀴즈, NFT 수집 등 인터랙티브한 콘텐츠를 통해 일방향 메시지 전달이 아닌 시민의 능동적 참여를 유도했다. 이를 위해 시드볼트 NFT 컬렉션 세계관을 만들었다. 시민이 요원이 돼 시드볼트의 씨앗을 찾아 무사히 식물로 키우는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다. 미션에 참여하는 요원 수에 비례해 멸종 위기, 희귀·자생식물을 보전하는 실제 ‘보전지’가 조성된다. 캠페인에 참여하면 멸종 위기 식물이나 희귀 식물의 씨앗은 물론 NFT를 제공한다. NFT를 씨앗에서 식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별도로 주어지는 ‘발아 NFT’가 필요하고, 이를 획득하려면 생물 다양성을 주제로 한 지식 퀴즈, 전시 관람 등 환경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이은정 “온라인 미션에 참여하면 NFT가 자동으로 발급되거나, 오프라인 현장에서는 QR 코드를 스캔해 NFT를 수령할 수 있도록 했다. 발급된 NFT는 위·변조가 불가능한 디지털 티켓으로 활용돼 행사 입장 수단으로도 사용된다. 또한 사용자가 보유한 NFT 두 개를 조합해 새로운 NFT를 생성하는 기능도 제공해 캠페인 참여 몰입도를 높이고자 했다. 두나무는 이 같은 기술 기반을 통해 시민의 NFT 진입 장벽을 낮추고, 환경 메시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해 나가고자 한다.” 김지은 “단순한 NFT 수집을 넘어, 치유와 생태 체험의 기회까지 확장한 것도 시드볼트 NFT 컬렉션의 특징이다. 특히 수도권 외 지역 시민이나 거동이 불편한 이도 함께할 수 있도록, 전국 단위의 오프라인 미션과 온라인 이벤트를 병행해 운영하고 있다. 시즌 종료 후에는 서울 보라매공원에 설치된 ‘디지털 치유정원’ 부스를 철거한 뒤, 해당 부지에 실제 보전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이번 컬렉션에 포함된 주요 식물종은.
김지은 “시즌별로 대표적인 멸종 위기종과 자생식물을 선정해 생물 다양성 보전의 폭넓은 의미를 시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 시즌1에서는 개병풍, 우산나물 같은 멸종 위기 자생식물을 다뤘고, 이들의 보전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즌2는 무궁화의 다양한 품종을 조명함으로써 우리 일상에서도 생물 다양성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재해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번 시즌3는 배초향, 물레나물 등 도시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자생식물을 중심으로 구성해 보전 대상을 ‘희귀종’에서 ‘사라져가는 일상의 자연’으로 확장했다.”
환경재단과 두나무의 협력 방식은.
김지은 “환경재단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환경 메시지를 전달했고, 두나무는 기술적 구현과 플랫폼을 지원했다.”
이은정 “두나무는 친환경 블록체인 루니버스 기반의 NFT 발행 시스템을 제공한다. 이는 비트코인 대비 약 100만분의 1 수준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데이터 투명성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했다.”
디지털 치유정원에 대해 설명해 달라.
이은정 “미디어 파사드 형식의 가상 숲 디지털 치유정원을 구현했다. 봄, 여름, 겨울 등 세 가지 테마의 숲을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자연을 회복시키는 경험이 곧 사람의 정서적 치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김지은 “디지털 치유정원에서는 자연이 주는 위안을 시민이 디지털 기술을 통해 체험할 수 있다. 이번 컬렉션은 기술, 예술, 환경이 결합한 새로운 환경 캠페인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