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맞서 신당을 창당한다. 머스크와 트럼프는 ‘브로맨스(bromance·남자 간 우정)’로 묘사될 정도로 한때 사이가 돈독했으나, ‘감세 정책’이 촉발한 설전이 격한 비난으로 이어지며 결국 파국을 맞았다. 머스크는 제3당 창당으로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미국은 양당제가 약 170년간 유지되며 제3당이 성공한 전례가 없다. 머스크 신당이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머스크, 깨진 브로맨스
머스크는 2020년 대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지지자였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며 경쟁자인 트럼프를 향해 “적합한 사람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2020년 대선 때도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머스크가 공화당 지지자로 입장을 급선회한 것은 2022년이다. 머스크는 그해 6월 열린 텍사스주 34지구 연방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마이라 플로레스 후보에게 투표했다며 “공화당후보를 뽑은 건 평생 처음”이라고 트위터에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분열과 증오의 정당이 됐다”며 “민주당은 노조에 의해 과도하게 통제되고, 바이든도 노조에 붙잡혀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바이든 정부는 ‘노조가 있는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추가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법안을 냈는데, 이는 민주당 핵심 지지 세력인 전미자동차노조(UAW)를 의식하고 ‘무노조 경영’을 하는 테슬라를 의도적으로 제외한 조치로 해석됐다. 바이든 정부의 홀대가 머스크 우경화 동기가 된 셈이다. 실제 바이든 임기 동안 머스크는 줄곧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 등으로부터 조사받았다.
또 2022년, 머스크의 아들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했다. 그러자 머스크는 “좌파 바이러스 탓에 아들을 잃었다”며 “아들이 워크(woke·정치적 올바름) 사상에 의해 살해됐다(killed)”고 분노했다. 이 사건 역시 머스크가 민주당에서 공화당 지지자로 전향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머스크는 2024년 대선 기간 트럼프 캠프에 2억8800만달러(약 3931억원)를 지원했고, 2025년 1월 트럼프 취임 이후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아 정부 구조조정을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머스크가 백악관 각료와 충돌할 때 트럼프는 “머스크는 아주 똑똑하고 훌륭한 사람”이라고 감쌌다. 트럼프는 2025년 3월 백악관에서 테슬라 차를 직접 구매하는 행사를 열고, “(누구든) 테슬라에 무슨 짓을 하면 지옥을 겪게 될 것”이라며 머스크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One Big Beautiful Bill Act)’을 계기로 이들의 브로맨스는 깨졌다. OBBBA는 감세 연장과 국방·국경 예산 증액, 복지 예산 삭감 등을 포함한 공화당 핵심 정책 패키지다. 세금을 줄이는 동시에 지출을 늘리겠다는 내용이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OBBBA로 인해 향후 10년간 3조3000억달러(약 4504조원)의 국가 부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머스크는 이 법안을 “역겹고 혐오스러운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고, 이후 트럼프는 “머스크가 미쳤다”고 반응하면서 두 사람 사이 비방전이 시작됐다. 머스크는 보수 평론가 이언 마일스 청이 올린 “트럼프는 탄핵당해야 한다”는 글을 소셜미디어(SNS)에 인용해 올리며 “예(Yes)”라고 답글을 달기도 했다. 정치적 결별을 넘어서, 트럼프 탄핵 지지까지 공개 표명한 것이다.
아메리카당, 성공 어렵지만 공화당 표 분열 관측
결국 머스크는 7월 5일(이하 현지시각), SNS를 통해 “여러분의 자유를 되찾아주기 위해 아메리카당을 창당한다”고 선언했다.
머스크는 “국가가 낭비와 부패로 파산할 수 있는 문제에서 우리는 민주주의가 아닌 단일 정당 체제에 살고 있다”며 “양당(일부에서는 단일 당이라고도 하는) 체제에서 독립하려면, 상원 의석 2∼3석과 하원 선거구 8~10곳에 집중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매우 근소한 의석수 차이를 고려할 때 그것은 논쟁적인 법안에 결정적인 표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며, 국민의 진정한 의지를 반영할 것을 보장할 수 있다” 고 했다.
실제로 현재 미국 상원은 공화당(53석)이 민주당(47석·무소속 포함)에 약간 앞서 있다. 미국 하원도 공화당(220석)과 민주당(212석) 의석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아메리카당이 목표 의석수를 확보한다면, 양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미국에선 약 170년간 제3당이 성공한 전례가 없으므로 난관에 봉착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로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전 CEO, 마이클 블룸버그 블룸버그 창업자 등이 한때 ‘제3 후보’로 떠오르며 무소속 대선 출마나 신당 창당을 모색했으나 현실 정치에서 제3당이 뿌리내리지는 못했다. 과거 미국에서 제3당이 가장 성공한 사례는 1992년 로스 페로였다. 미국 시스템통합(SI) 업체 EDS를 창업한 그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제3 후보 역대 최대인 18.9%를 득표하며 돌풍을 일으켰으나, 1위 후보가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제도로 인해 단 한 명의 선거인단도 확보하지 못했다. 페로는 ‘개혁당’을 창당해 1996년 대선에 재출마했으나 득표율 8.4%에 그쳤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에서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는 것은 인간을 화성에 보내는 것보다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며 주마다 다른 선거법을 최대 난관으로 꼽았다. 미국 선거 전문가 브렛 카펠은 “모든 주의 주법은 양대 정당에 유리하게 편향돼 있고, 제3당 출현을 어렵게 해 놓았다”면서 “신당 창당과 투표용지 등재 등의 장벽이 극도로 높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치 전문가인 다피드 타운리는 “미국 정치에서 제3당은 수명이 길지 않은 경향이 있다”면서도 “아메리카당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공화당 표를 분열시켜, 하원이 민주당 우위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역시 “머스크는 미국에서 제3당이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도 제3당을 시작하길 원하고 있다”면서 머스크를 ‘탈선한 열차’에 비유했다. 이어 아메리카당 창당을 ’터무니없는 일’로 규정하고 “미국에서 제3당은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시스템이 그렇게 설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테슬라 株, 또 머스크 리스크
한편, 머스크가 창당을 선언한 이후 테슬라 주가는 하락세다. 신당 창당 발표 이후 첫거래일인 7월 7일 테슬라 주가는 6.79% 하락한 293.94달러에 마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머스크는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겠다면서 본인이 ‘일당 체제’에 맞서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투자자를 불안하게 했다”고 보도했다. 투자은행 윌리엄 블레어는 머스크의 정치 행보가 테슬라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테슬라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 장관은 “머스크 회사 이사진은 창당 발표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애널리스트는 “머스크가 정치에 더 깊이 관여하고 워싱턴 정계에 맞서려고 하는 것은 테슬라에 매우 중대한 현시점에서 테슬라 투자자와 주주가 그에게 원하는 방향과는 완전히 반대” 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