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 상무는 얌전하고 성실한 사람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잠이 들면 잠꼬대를 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몸을 뒤척이더니 최근에는 소리를 지르고 옆에서 자는 아내에게 주먹질이나 발길질을 해댔다. N 상무 아내는 그의 행동이 무서워, 함께 자기를 꺼렸다. 결국 그는 가족의 권유로 병원에 왔다. 바로 렘수면행동장애(RBD·Rapid Eye Movement Sleep Behavior Disorder)다.
수면은 크게 렘수면(REM sleep·Rapid Eye Movement Sleep)과 비렘수면(Non-REM sleep)으로 나뉜다. 렘수면은 눈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꿈을 꾸는 상태로, 뇌 자체가 깨어 있는 듯 보이지만, 뇌 줄기의 특정 부위가 근육을 억제해 몸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 수면 상태다. 이는 렘 수면 중 꿈속에서 행동이 실행되면, 본인이나 주위 사람을 다치지 않게 하려는 일종의 안전장치다. 정상인은 렘수면을 하다가 갑자기 깨면,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이를 ‘가위 눌렸다’고 말한다.
렘수면행동장애는 바로 이 렘수면의 안전장치가 고장 난 질환이다. N 상무처럼 소리를 지르거나,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하는 등의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이 질환은 환자 본인이나 파트너에게 심각한 부상을 초래할 수 있다. 향후 파킨슨병, 루이소체 치매, 다계통위축증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진행하는 전조 증상일 수 있으므로 조기 진단과 지속적인 추적 관찰이 중요하다.
매년 렘수면행동장애 환자 6%가 파킨슨병, 루이소체 치매, 다계통위축증 등으로 발전한다. 특히 루이소체 치매 환자는 약 80% 이상이 렘수면 장애를 보인다는 보고가 있다. 그 외에도 기면증, 삼환계 항우울증 약물, 뇌졸중의 원인도 될 수 있으므로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렘수면행동장애는 인구 0.5~2%에서 나타난다. 60세 이상에서 자주 진단되며, 여성보다 남성에게 최대 9배 더 많이 일어난다. 전형적인 증상을 보이는 사람을 대상으로 수면다원검사를 실시해 진단한다. 이 검사에서 해당 환자는 렘수면 중에 턱이나 사지 근육 활성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나 주변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안전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침대 주변에서 날카로운 가구나 유리,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치우고, 침대 높이를 낮추거나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아 낙상을 예방한다. 창문은 잠그고, 가구 모서리에는 보호대를 부착해야 한다. 증상이 심한 경우 배우자와 다른 방에서 자도록 분리해야 한다.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유지하고, 수면을 방해할 수 있는 알코올이나 카페인 섭취를 피하게 한다.
클로나제팜이라는 벤조다이아제핀 계열 약물이 대부분의 환자(약 80~90%)에게 잘 듣는다. 하지만 졸림과 어지러움, 인지 기능 저하, 낙상 위험 증가 같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특히 노인이나 수면무호흡증이 동반된 환자는 주의가 필요하다. 이럴 때는 수면제로 많이 사용하는 멜라토닌을 사용한다. 멜라토닌은 클로나제팜에 비해 부작용이 적어 노인 환자나 인지 장애가 있는 환자, 수면 무호흡 환자에게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으나 효과를 보는 데 수 주가 걸릴 수 있다.